[사설] 북·미 비핵화 정상회담, 연착륙 지혜 짜내야

입력 : ㅣ 수정 : 2018-05-19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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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협상 상대 존중하는 자세로… 남북 정상 지금 핫라인 수화기 들 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리비아 모델’을 북한에 적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가 말한 모델이 리비아가 2003~2004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이룬 뒤 수교, 제재 해제의 보상을 받은 것을 가리키는지, 2011년 미국이 리비아를 초토화하고, 카다피 정권을 무너뜨린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전자라면 ‘선 비핵화, 후 체제보장·보상’과 생화학무기 폐기와 북핵의 미국 반출 압박에 반발해 북·미 정상회담 무용론을 편 북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후자라 하더라도 군사공격 모델을 북한에 쓰지 않겠다고 한 만큼 의미를 둘 수 있지만 ‘초토화’라는 말을 동원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이 모델이 발생할 것이라고 자극함으로써 과거 트럼프식 어르고 때리는 어법이 되살아난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생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과 함께 비핵화 합의를 이루면 김정은 국무위원장 체제 보장을 약속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전 보장과 관련해 “기꺼이 많이 제공하고자 한다.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합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 비핵화, 후 체제보장·보상’이란 기존 입장을 바꾸었는지 명확하지 않지만 북한과 합의만 이루더라도 체제를 보장하겠다는 언급은 기존 입장에서 한 걸음 나아갔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백악관은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계속할 것이며 미국 입장이 변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개인 성명을 통해 미국의 강경한 대북 자세를 비판한 직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통화를 한 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반응이 나온 것은 우리의 중재가 작동한 결과로 보고 싶다.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은 북한과 미국 어느 쪽에나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비핵화와 체제 보장을 맞바꿀 절호의 기회다. 협상에는 일방적인 강요란 있을 수 없다. 북한이 비핵화의 의지와 진정성을 보인 지금 미국도 협상 상대를 존중하면서 평화적인 수단으로 비핵화를 이루고 오랜 북·미 적대관계를 청산하기 위한 프로세스에 과감히 나서는 길 외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지적했듯 2차 북·중 정상회담 직후 북한의 태도 변화는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미국과의 합의에 실패하더라도 우리가 뒤에 있다’는 조언이 과연 북한의 비핵화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중국은 잘 살펴야 할 것이다.

북한이 그제는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까지 나서 남북 고위급회담을 연기시킨 ‘엄중한 사태’의 해결을 촉구했다. 북·미 정상회담을 반드시 성사시켜야 할 중대한 마당에 북한이 우리와 미국에 경고를 쏟아내는 이런 때야말로 문재인 대통령이 정상 간 핫라인의 수화기를 들어 김 위원장과 속마음을 주고받을 때라고 본다.
2018-05-1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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