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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38주년 함께 한 ‘푸른 눈의 목격자들’

5·18 38주년 함께 한 ‘푸른 눈의 목격자들’

입력 2018-05-18 15:06
업데이트 2018-05-18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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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18일 광주는 ‘폭동의 도시’였고, 무법천지의 공간이었다. 국내 언론을 통해서만 소식을 접한 국민들에게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광주를 무자비하게 짓밟은 신군부가 광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다른 곳으로 알려지거나, 저항이 다른 도시로 번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광주를 철저히 고립시켰고, 국내 언론을 통제했으며, 유언비어를 퍼뜨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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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기념식서 눈물 흘리는 푸른 눈의 목격자들
5·18 기념식서 눈물 흘리는 푸른 눈의 목격자들 5.18 민주화운동 38주년 기념식이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1980년 5월 항쟁을 목격하고 증언한 바바라 피터슨(왼쪽부터), 마사 헌틀리 등이 공연을 보며 눈물 흘리고 있다. 오른쪽은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의 부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타트. 2018.5.18
연합뉴스
그러나 진실을 전하려던 이들이 있었고, 광주의 진실을 세상 밖으로 알리는 데 ‘푸른 눈의 목격자들’도 빼놓을 수 없다.

18일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38주년 기념식에는 계엄군 헬기 사격을 증언한 아놀드 피터슨 목사, 광주의 참상을 사진과 글로써 해외 언론에 기고해 알린 찰스 베츠 헌틀리 목사, 5·18의 참상과 진실을 가장 먼저 세계에 보도한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 등 광주를 알린 이들의 유가족이 자리를 함께 했다.

피터슨 목사의 부인 바바라 피터슨 여사, 헌틀리 목사의 부인 마사 헌틀리 여사는 각각 남편과 함께 5·18 민주화운동 당시의 일을 기록해 직접 진실을 알리기도 했다.

이날 비가 내리는 날씨 속에서도 50분간 이어진 기념식 자리를 굳게 지켰다.

한국에서 오랜 기간 생활한 피터슨 여사와 헌틀리 여사는 애국가는 물론 ‘님을 위한 행진곡’도 시민과 함께 힘차게 불렀다.

힌츠페터 기자의 부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는 한국어는 못 해도 ‘님을 위한 행진곡’의 일부 소절은 함께 따라 부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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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전하는 마사 헌틀리
메시지 전하는 마사 헌틀리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8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5?18의 진실을 해외에 알리기 위해 노력했던 고(故) 찰스 베츠 헌틀리 목사의 부인 마사 헌틀리 여사가 메시지를 밝히고 있다. 2018.5.18
연합뉴스
지난해 오월어머니상을 수상하고 타계한 헌틀리 목사의 부인 마사 헌틀리 여사는 이날 유창한 한국어로 인사하며 기념사를 낭독했다.

헌틀리 여사는 기념사에서 “우리 부부는 광주에서 살았던 17년 동안 광주시민을 사랑했고, 배움을 얻었고, 경탄의 마음을 갖게 됐다. 특히 5·18 이후 그 마음은 더 커졌다. 제가 본 5월의 광주는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참혹함 그 자체였다. 그러나 광주시민의 인간애는 뜨거웠다”고 회고했다.

이들은 38년째 아들을 찾아 헤매고 있다는 이창현(당시 만 7세)군 아버지의 사연을 토대로 만든 기념공연을 지켜보며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기도 했다.

기념식이 끝난 뒤에는 망월도 5·18 옛 묘역으로 이동, 힌츠페터 추모비를 함께 참배했다.

힌츠페터 추모비 참배에는 영화 ‘택시운전사’ 속 만섭(송강호)의 실제 모델인 김사복씨의 아들 김승필씨가 동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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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로 맺어진 운명
‘택시운전사’로 맺어진 운명 18일 낮 영화 ‘택시운전사’ 속 독일 기자의 실제 모델인 故 위르겐 힌츠페터씨의 부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가 광주 북구 망월동 5·18 옛 묘역에서 고인의 추모비를 참배하고 있다. 브람슈테트 오른쪽은 택시운전사 김사복 씨의 아들 김승필 씨. 2018.5.18
연합뉴스
브람슈테트 여사와 김승필씨는 영화 ‘5·18 힌츠페터 스토리’ 시사회가 열린 지난 15일 서울에서 만났다. 이날 역사의 현장인 광주에서 두번째 만남을 가졌다. 이들은 나란히 헌화하고 고인들을 기렸다.

브람슈테트 여사는 참배 뒤 “제 남편은 ‘내가 죽으면 5·18 때 희생됐던 대학생들 옆에 묻어달라’고 했다”면서 “이렇게 광주에 추모비라도 마련해줘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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