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길섶에서] 어떤 무덤밭/서동철 논설위원

[길섶에서] 어떤 무덤밭/서동철 논설위원

서동철 기자
서동철 기자
입력 2018-05-11 00:24
업데이트 2018-05-11 01:59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할머니는 병원에서 돌아가셨다. 50년도 더 된 이야기지만, 위중해지신 할머니를 집에서 병원으로 모시고 가는 구급차에 함께 탔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후 어머니가 “점쟁이가 그러는데 집 밖에서 객사(客死)한 할머니의 원혼을 풀어 드려야 집안이 잘된다고 하더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이제는 ‘객사’라는 말을 들어 보기도 어려워졌다. 관혼상제 같은 통과의례는 완고해서 좀처럼 변치 않는다고 했는데 사회 변화에는 장사가 없다.

내가 사는 파주에는 율곡 이이를 모신 자운서원이 있다. 곁에는 율곡의 가족 무덤도 있다. 흔히 율곡과 부인 노씨의 무덤이 아버지 이원수와 어머니 신사임당의 그것보다 위에 자리 잡은 것이나, 율곡 부부의 무덤이 앞뒤에 있는 것에 관심을 갖는다. 개인적으로는 율곡의 큰누나 매창과 매부 조대남은 물론 시아버지 조견과 시어머니 이씨의 묘소가 이곳에 어울려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더 신기하다. 사돈이 함께 잠든 무덤밭이라니…. 조선 중기 사람들의 거칠 것 없는 자유로움이 놀랍다. 지금도 쉽지 않으니 관습의 변화가 유연하게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가 보다.

dcsuh@seoul.co.kr
2018-05-11 31면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