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세계시장에서 분투 중인 갤럭시의 트릴레마/이상근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입력 : ㅣ 수정 : 2018-05-11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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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갤럭시의 지난해 4분기 스마트폰 세계시장 점유율은 18.9%로, 19.7%를 기록한 애플에 1위 자리를 내주고, 2위를 기록했다. 미국에서는 같은 분기 애플이 45%의 시장점유율로 갤럭시보다 2배 이상을 기록하며 강세를 이어 갔다. 중국에서도 샤오미, 화웨이, 오포, 비보 등 현지 업체에 밀려 갤럭시의 시장점유율은 1%까지 하락했다. 인도에서조차도 6년 만에 시장점유율 1위를 샤오미에 뺏겼다.
이상근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 이상근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갤럭시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뒤를 이은 패스트 팔로임에도 불구하고, 2011년 애플의 시장점유율을 추월한 이후 압도적인 시장점유율 확대 전략을 줄곧 구사했다. 이를 위해 프리미엄 및 중저가를 포함한 전체 시장을 대상으로 막대한 광고비와 하드웨어 개발에 연구개발비를 투입해 애플의 시장점유율을 넘어서는 데는 성공했으나 영업이익률의 격차는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또한 시장에서 애플은 독보적 혁신기업으로 평가되는 반면, 삼성의 갤럭시는 애플보다 높은 투입 자원에도 불구하고 그에 상응하는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가격경쟁력을 보유한 중국 후발 주자들의 성장으로 제품의 시장점유율도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즉 현재 갤럭시는 애플과 후발 주자 사이에서 위로는 브랜드 혁신성에, 아래로는 가격경쟁력에 밀리는 넛크래커 현상(양측 사이에 끼여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을 겪고 있다.

필자는 최근에 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자료를 분석해 보았다. 재미있게도 시장점유율, 영업이익률, 브랜드 혁신성 간의 상충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높은 시장점유율을 통해 높은 영업이익률을 달성해 브랜드 혁신성을 강화시키는 갤럭시의 전략 간에 트릴레마를 겪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자료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시장점유율에서 갤럭시는 2012년 3분기부터는 애플의 누적 제품 출하량을 앞지른다. 그러나 2014년 1분기를 기점으로 삼성전자는 제품 출하량의 정체 현상을 겪고 있다. 반면 애플은 출하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갤럭시와의 시장점유율 격차를 줄여 나가고 있다. 브랜드 혁신성의 지표로 사용되는 구글의 키워드 검색량 추이를 살펴보면 갤럭시의 검색량은 2012년 3분기까지 급격하게 증가했지만 이후 지속적 하락 추세를 보이는 반면, 애플의 키워드 검색량은 최근까지도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갤럭시는 애플에 비해 높은 광고비를 지불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마케팅비 투입을 통한 제품 출하량 및 브랜드 혁신성 증가의 효과는 한정적이라 볼 수 있다. 애플의 경우 다른 후발 주자들에 비해 충성고객층으로 인한 제품의 재구매율이 높다.

특히 애플은 혁신적 이미지를 활용한 고가격 정책을 통해 높은 시장점유율을 가진 갤럭시보다 훨씬 많은 영업이익률을 달성하고 있다. 이처럼 낮은 영업이익률을 타개하기 위해 갤럭시는 전략의 변화가 필요하다. 즉 높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는 것보다는 브랜드 혁신성에 방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광고비의 지출보다는 충성고객을 만들 수 있는 소프트웨어나 애플리케이션 중심으로 R&D의 방향성을 전환해 삼성만이 제공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정보기술(IT) 산업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하다. 세계시장에서 우리의 1등 제품들이 경쟁국에 밀려 점점 사라지고 있다. 우리는 모든 것을 잘하려고 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에지 있는 히트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없다. 요즘과 같은 디지털시대에는 최고의 성능을 가진 제품만 시장에서 살아남는 승자독식 현상과 기존 제품에서 새로운 대체재로 급속한 소비자의 이동을 나타내는 그네효과(Swing Effect)가 강하게 나타난다. 그래서 1등 제품이 아니고서는 세계시장에서 생존하기 어렵다. 과거 글로벌 휴대전화 시장에서 영원할 것 같았던 노키아와 모토로라도 한순간에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지금 우리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소비자들이 원하는 최고 제품을 만들어 내도록 기업들을 지원하는 경제정책이 절실하다.
2018-05-1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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