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편집 동시진행하며 방대한 자료 검색” 예견된 사고

MBC TV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 사고를 계기로 그동안 방송국에서 수차례 벌어진 비슷한 사고와 반복되는 사고의 원인도 회자한다.

방송가에서는 빠듯한 촬영과 편집 일정에서 방대한 자료를 검색하다 보면 언제든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된 까닭에 그 재발 방지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MBC ‘전지적 참견 시점’ 세월호 보도화면 합성 논란
MBC ‘전지적 참견 시점’ 세월호 보도화면 합성 논란
◇ 뉴스·예능 가리지 않고 수차례 사고…출처는 주로 ‘일베’

‘전지적 참견 시점’ 사례는 지금껏 사고 중에서도 ‘역대급’으로 불릴 만하다. 세월호 참사 뉴스 화면을 쓴 것 자체도 문제지만, ‘어묵’이 언급된 부분에 사용했다는 점에서 다분히 고의성이 노출됐다는 지적이 높다.

이 정도는 아니지만 방송 자료화면 사고는 잊을 만 하면 발생했다. 주로 극우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이하 일베)가 출처인 것으로 보이는 합성사진을 이용했다가 문제가 불거진 경우가 많다.

가깝게는 지난해 9월 MBC TV ‘뉴스투데이’ 속 코너인 ‘연예투데이’가 그룹 방탄소년단 관련 뉴스를 보도하면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실루엣이 담긴 사진을 사용했다가 혼쭐이 났다.

같은 해 5월에는 SBS플러스 시사 풍자 프로그램 ‘캐리돌뉴스’에서 비슷한 사고가 났다. 역대 대통령들이 미국 타임지 표지를 장식한 사례를 소개하는 장면에서 노 전 대통령의 얼굴 아래 ‘Go To Hell Mr. Roh(지옥에나 가라, 미스터 노)’라고 쓰인 합성사진을 넣은 것이다. SBS플러스도 즉각 사과했고, 프로그램은 사라졌다.

이런 사례는 그 전에도 많았다. SBS에서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만 약 10건의 사고가 있었다. 메인뉴스에서 일베 회원이 만든 음악을 리포트 효과음으로 사용하는 등 사고 종류도 다양했다. MBC 역시 메인 뉴스와 교양 프로그램에서 노 전 대통령 합성사진을 사용해 물의를 빚었다.

사고 직후 방송국들은 “문제 사진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사용했다. 어떤 의도도 없었던 실수”라고 해명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 빠듯한 제작에 실수도…저작권료 지급 등 대책 고심

‘전지적 참견 시점’의 경우 고의성이 의심되는 사례라 MBC가 내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는 등 특단의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시청자 입장에서도 ‘실수’로 보일만 한 사례들의 경우 빠듯한 제작 일정과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방대한 자료들이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늘 사고 위험을 감수하고 제작한다는 뜻이다.

한 방송국 관계자는 10일 “매주 무조건 하나의 방송을 내보내야 하는 상황에서 촬영과 편집이 거의 동시에 이뤄진다”며 “짧은 시간 안에 여러 자료를 뒤져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경각심을 갖고 보더라도 검수가 제대로 안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어떤 목적을 지닌 사람들이 일부러 교묘하게 편집한 자료들을 퍼뜨리기 때문에 제작진들이 검증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그렇다고 제작진이 사고 위험에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지상파 방송국들은 일단 외부 자료보다 내부 데이터베이스(DB)를 주로 사용하라는 내부 지침을 내려 사고 위험을 최소화하려 한다.

이보다 비용을 감수하고라도 적극적으로 사고 예방에 나선 곳도 있다.

SBS플러스는 ‘캐리돌뉴스’ 사고 이후 검증된 자료들을 구매한다.

SBS플러스 관계자는 “사고 이후 게티이미지뱅크에 저작권료를 내고 사진 자료들을 쓰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새로 구축했다”며 “지상파와 케이블의 자료 구축 환경이 다른데, 각자 사고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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