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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손 떼고 댓글 조작에 칼 빼 든 네이버…논란 잠재울까

뉴스 손 떼고 댓글 조작에 칼 빼 든 네이버…논란 잠재울까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5-09 14:04
업데이트 2018-05-09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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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첫 화면 뉴스 제외 등 ‘정면 승부’…댓글 정책도 대수술

국내 최대 포털 업체 네이버가 최근 ‘드루킹 사건’으로 불붙은 포털의 ‘언론 기능’과 ‘여론 왜곡’ 논란에 대해 9일 고강도 대책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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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9일 서울 강남구 네이버 파트너스퀘어 역삼에서 최근 ’드루킹 사건’ 이후 논란에 휩싸인 뉴스편집과 댓글 등 서비스에 대한 개선책을 발표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9일 서울 강남구 네이버 파트너스퀘어 역삼에서 최근 ’드루킹 사건’ 이후 논란에 휩싸인 뉴스편집과 댓글 등 서비스에 대한 개선책을 발표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먼저 “포털이 언론 기능을 한다”는 언론계와 정치권 등의 지적에 대해 뉴스 편집에서 손을 떼고 개별 언론사가 직접 만드는 뉴스 섹션을 도입하기로 했다.

“댓글 조작 등을 통한 여론 왜곡을 방치한다”는 등의 비난을 벗어나고자 댓글 관리 정책도 언론사에 일임하고 뉴스 클릭시 언론사 사이트로 연결하는 ‘아웃링크’ 전환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댓글 조작 논란에 대응해 매크로(자동프로그램) 등을 통한 어뷰징(부정이용) 방지를 위해 댓글 정책과 시스템 개편을 병행하겠다는 것이 네이버의 계획이다.

◇ ‘뉴스 편집 중단’ 긍정 평가…‘영향력 여전한데’ 실효성 지적도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네이버 파트너스퀘어 역삼’에서 연 뉴스 및 뉴스 댓글 서비스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모바일 첫 화면에서 뉴스를 완전히 빼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대신 언론사가 직접 편집하는 ‘뉴스판’ 등을 도입해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댓글 허용 여부나 정렬 기준 등도 언론사가 자체적으로 결정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뉴스 클릭시 언론사 사이트로 연결하는 ‘아웃링크’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네이버의 이런 결단에 대해 일단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네이버가 뉴스 편집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아웃링크로 가겠다는 방향도 바람직하다”며 “언론이 콘텐츠를 스스로 활용할 경쟁력을 갖게 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지배적 포털 사업자로서의 영향력이 건재한 상황에서 이번 조치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미 과거에 비슷한 사례도 있다. 네이버는 지난 2009년 첫 화면의 뉴스 섹션을 언론사가 직접 편집하고 아웃링크가 되는 ‘뉴스캐스트’를 도입한 데 이어 2013년에는 아예 신문 가판대 같은 형식의 ‘뉴스스탠드’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후 언론사 홈페이지에 광고가 과다 노출되고 낚시성 기사가 쏟아지는 등 사례가 속출했고, 이에 대한 사용자 불만이 적지 않았다.

이에 뉴스캐스트 도입 이후 오히려 언론사 홈페이지 유입은 줄고 네이버의 자체 편집 뉴스 페이지가 더 많이 읽히며 결국 언론의 네이버 종속 현상이 더욱 심화하는 결과만 낳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김경진 의원(민주평화당)은 “네이버의 미디어 장악력이 그대로 유지될 수밖에 없고 사실상 아웃링크를 채택할 언론사는 없을 것”이라며 “유망상권의 건물주가 세입자를 쫓아내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 ‘포털, 언론 통로로만 활용돼야’ vs ‘여론 형성의 장 순기능 위축’

네이버는 이번 발표를 계기로 뉴스 편집을 사실상 포기하고 검색 및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 역할로 물러나겠다는 계획이다.

한 대표는 “뉴스 댓글 이슈는 네이버 첫 화면 최상단에 배열된 기사에 3천만명의 시선이 집중되는 구조 속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은영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포털이 뉴스를 자의적으로 편집하면 왜곡될 소지가 있으니 언론사에 넘기는 것이 괜찮다고 본다”며 “이용자가 언론에 들어가는 통로로 포털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모든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거대한 ‘여론의 장’이라는 대형 포털의 순기능이 이번 조치로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뉴스 댓글과 추천 기능은 인터넷 이용자가 단순히 뉴스를 읽고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의견을 개진하도록 하는 ‘여론 형성의 장’을 만들겠다는 게 그 도입 취지였다.

실제로 지난번 촛불집회 때의 경우 국민적 동력이 결집하는 통로로 접근성이 높은 포털이 십분활용됐다는 분석도 있다.

정동훈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포털 뉴스가 상대적으로 사용자 친화성이 높다”며 “키워드 검색으로 정보를 하나하나 취득하는 것은 구글이 갖지 못하는 네이버의 상당한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언론사들 사이에서도 자사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아웃링크 방식에 대해 찬성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네이버 뉴스 서비스를 총괄하는 유봉석 전무는 아웃링크 도입 방식에 대한 언론사 의향 조사 결과에 대해 “절반 정도는 유보적인 입장이었고 찬성은 1개 매체였다”며 “나머지는 다 인링크를 원했다”고 밝혔다.

◇ 댓글 조작에 정면 대응…매크로·IP 변조도 적극 조치

네이버는 여론을 형성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왜곡시키는 댓글 조작에 대해서도 기술적·정책적으로 이전보다 훨씬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대책을 공언했다. 최근 논란의 기폭제가 된 ‘드루킹 사건’을 통해 드러난 ‘자동 조작 프로그램을 사용한 여론 조작’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기술적으로는 자동 프로그램인 ‘매크로’에 대응하고자 문자 인증 기술인 캡차(CAPTCHA) 적용과 일정 시간 특정 인터넷주소(IP)의 댓글 및 공감 활동 제한, 도용 의심 계정에 대한 추가 인증 등 조치를 이달 안에 도입하기로 했다.

또 추적 가능한 매크로나 댓글 조작 단체로 의심되는 정황 발견을 발견하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할 계획이다.

선거 기간 댓글 영역에서의 매크로 감시 및 대응 결과를 공개하고, 정기 발간하는 투명성 보고서 등에도 관련 정보를 공표할 예정이다.

그동안 인증 절차가 없어 문제가 됐던 트위터·페이스북 등 소셜 계정을 통한 댓글 작성도 제한한다.

또 전화번호 하나에 아이디를 3개씩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하는 사례를 막고자 기사당 댓글 작성 수 3개 및 공감·비공감 참여 50개의 현행 한도를 통합 적용키로 했다.

어뷰징 단속을 피하고자 IP를 수시로 옮겨가는 ‘비행기 모드’ 등을 이용한 공격에 대해서는 통신사에 협조를 요청해 대응할 방침이다.

3분기 중에는 댓글 작성에 책임성을 강화하고자 닉네임·프로필 이미지 등록 기능과 특정 댓글 작성자 차단 또는 팔로잉, 최근 작성 댓글 보여주기 등도 도입할 계획이다.

다만, 새로운 우회 시도가 나올 가능성이 여전히 상존한다는 점과 비교적 어렵지 않게 도입할 수 있는 기술적 대책을 이제까지 미뤘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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