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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청소년 울리는 사진 도용 성폭력

10대 청소년 울리는 사진 도용 성폭력

입력 2018-05-08 10:39
업데이트 2018-05-13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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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 너 아니야?”

지난 4월 중학생인 이모(15)양은 친구로부터 본인 사진이 도용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친구가 알려준 카카오톡 메신저 아이디를 검색해보니, 짧은 치마를 입고 찍은 자신의 사진이 누군가의 프로필 화면에 버젓이 등록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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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황당한 건 사진 위에 적힌 상태메시지 내용이었다. ‘중고딩 hot한 몸매’, ‘사진 구매 원하시면 카페 쪽지로’ 등 성적으로 노골적인 글이 적혀 있었다.

자신의 사진이 무단 도용되고 성희롱 대상까지 됐다는 사실에 이양은 곧장 항의 메시지를 보냈으나, 상대방은 사진을 지우기는커녕 이양의 다른 프로필 사진까지 보란듯이 캡쳐해 업로드했다.

이양은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이 무단 도용될 줄은 몰랐다”면서 “모르는 사람들에게 판매까지 되고 있다고 하니 성적 수치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SNS에 무심코 올린 사진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단 도용되고, 불특정 다수에게 성희롱까지 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카카오톡 등 폐쇄적인 메신저 특성상 고발이 어렵고, 관련 법 지식이 전무한 청소년에게 피해가 집중되고 있어 문제가 크다.

또다른 피해자 석모(13)양 역시 친구와 함께 찍은 사진이 해당 계정에 올라온 걸 보고 항의했지만, “코팅해서 자위할 때 쓸 것”이라는 성희롱 발언을 들었다.

현재 해당 프로필에는 일반인 사진이 2500건 이상 등록돼 있으며 그중 상당수가 짧은 교복치마 등을 입어 다리가 드러난 사진이다.

문제는 피해자 대부분이 학생 등 10대 청소년이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모른다는 점이다. 해당 사건의 경우 단순 초상권 침해라면 당사자가 민사소송을 해야 하고, 음란물처럼 유포됐을 땐 경찰서에 신고를 접수해야 한다.
카카오톡 캡쳐
카카오톡 캡쳐
하지만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이런 신고 과정이 어떻게 되는지조차 모른다. 석양은 “학교 선생님한테 말했지만 그냥 ‘다른 사람한테 자기 사진 보내지 말라’는 얘기만 들었다”면서 “친구랑 국민청원에 참여하긴 했는데 그 뒤로 바뀌는 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페이스북,카카오톡 홍채민(홍.M.J)의 성폭력 강력 처벌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와있다. 현재 1만명 가량 서명한 상태다.

하지만 국민청원은 한 달 이내 참여 인원이 20만명 이상이어야 정부의 답변을 얻을 수 있는데다, 해당 사건 같은 사이버 성폭력 범죄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이 아니다.

초등학생인 이모(11)양 역시 친구들한테만 말하고 아무런 법적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다른 사람이 본인의 사진을 가지고 있다는 게 무서워 차단만 한 상태다. 이양은 “경찰에 신고하거나 부모님께 말씀드리면 일이 너무 커지고 오히려 내가 받는 피해가 더 클 것 같아서 가만히 있었다”고 말했다.

사이버수사대 등에 신고를 했다 해도 법적으로 가해자를 처벌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타인의 사진을 자신인 것처럼 도용하는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성적으로 심각하게 수치심을 느끼게 한 경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을 적용할 수 있지만 실제로 처벌되는 사례는 드물다. 해당 계정이 ‘정지’된다 해도, 비슷한 일이 또 없으리란 보장도 없다.

법무법인 예율의 허윤 변호사는 “상대방에 대한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를 목적으로 했다면 성폭력처벌법으로 처리할 수 있다”면서도 “단순 도용으로는 본인 의사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형사 처벌이 어렵다”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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