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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한웅의 의공학 이야기] 눈도 운동시켜야 할까

[임한웅의 의공학 이야기] 눈도 운동시켜야 할까

입력 2018-05-07 22:18
업데이트 2018-05-07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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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에는 항상 움직이는 기관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모두가 아는 바와 같이 온몸에 피를 보내는 ‘심장’이고 또 하나는 ‘눈’이다. 심장은 잠깐이라도 쉬거나 불규칙적으로 뛰면 안 된다. 반면 눈 운동은 규칙성은 없지만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항상 일어나고 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동안은 물론 잠을 자는 동안에도 눈은 계속 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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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한웅 한양대병원 안과 교수
임한웅 한양대병원 안과 교수
눈 운동은 시자극에 의해 일어나는 자발적이거나 비자발적인 움직임이다. 눈 운동은 어떤 물체가 나타났을 때 물체가 이동하는 방향으로 눈이 움직이는 ‘비자발적 추종 운동’과 어떤 방향의 물체를 보기 위해 눈을 돌리는 ‘자발적 주시 운동’으로 나뉜다. 이런 눈 운동은 3개의 뇌신경에 의해 조절되는 6개의 눈 근육 수축과 이완에 의해 일어난다. 결국 뇌에서 눈 운동을 정밀하게 관리한다고 볼 수 있다.

시력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곳은 전체 망막의 중앙 부분인 지름 0.5㎜ 크기의 ‘황반오목’이다. 물체를 선명하게 보기 위해 뇌는 이 작은 황반오목에 보고자 하는 물체를 맞춰야 하고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시기능에 심각한 장애가 발생한다.

뇌에서 이 기능이 얼마나 빨리 작동하는지 알아볼 수 있는 간단한 실험이 있다. 눈과 30㎝ 떨어진 곳에서 손가락을 들고 처음에는 천천히 흔들다가 점점 빨리 흔들어 보자. 천천히 흔들 때는 손가락이 정확히 보이다가 점점 빨라져 일정 속도 이상이 되면 손가락이 뿌옇게 보이는 것을 느끼게 된다. 손가락을 흔드는 속도에 눈 운동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손가락을 고정하고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 보자. 손가락을 직접 흔드는 것과 달리 머리를 아무리 빨리 흔들어도 손가락이 정확하게 보이는 것을 느낄 것이다. 이는 손가락을 보기 위해 눈 운동이 머리 운동 방향의 반대 ?향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 간단한 실험을 통해 뇌가 눈을 움직이게 하는 명령이 얼마나 빠른지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눈 운동의 관찰을 통해 눈 근육의 문제나 뇌 기능 이상을 알 수 있으며 안과는 물론이고 신경과의 여러 질환 진단에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눈 운동 중추 부위의 경색, 위축으로 복시(1개의 물체가 2개로 보이는 것)가 생기거나 어지러움을 느끼는 등의 증상은 뇌질환 초기 증상일 때가 많아 신경 검사에서 눈 운동 검사는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눈이 자리잡고 있는 ‘안와’라는 공간에서 눈알은 3차원적으로 움직인다. 이때 눈을 둘러싼 6개 외안근과 시신경, 결합조직이 영향을 미쳐 복잡한 운동 양상을 보인다. 자기공명영상촬영(MRI) 등으로 인체 구조를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동공, 홍채, 각막, 결막의 위치 변화로 눈 운동을 측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한 눈 추적 기술이 뇌과학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눈 운동 연구와 이를 이용한 눈 추적 기술의 개발은 세계적인 추세다. 하지만 한편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근거와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으로 환자들을 현혹하는 사례가 많다. 자동으로 일어나는 눈 운동을 일부러 더 유발해 시력을 회복한다거나 노안을 개선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물론 눈 운동이 시력이나 눈 피로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아직 과학적 검증이 없는 상태에서 일반인들이 쉽게 현혹될 수 있는 내용으로 사람들의 판단을 흐리게 할 가능성이 있다. 눈 운동뿐만 아니라 만성 피로나 만성질환 등에 대해서도 비과학적이고 검증되지 않은 ‘아니면 그만’이라는 식의 운동법과 치료법 정보가 쏟아지고 있다. 이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8-05-08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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