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미 회담 속도조절, 한·미 공조 더 중요해졌다

입력 : ㅣ 수정 : 2018-05-07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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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한·미 정상회담이 분수령…평화체제 틀로 북·미 견인해야
이달 중으로 당겨질 듯하던 북·미 정상회담이 당초 예상대로 6월 초ㆍ중순 개최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양상이다. 회담 장소도 우리 정부가 희망했던 판문점 대신 싱가포르 등 제3국이 될 듯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4·27 남북 정상회담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 등을 통해 “북한과의 회동이 3~4주 안에 열릴 것이다”, “판문점 회담은 어떤가”라며 판문점 회담 조기 개최로 분위기를 잡아 가던 모습과는 사뭇 온도 차가 나는 흐름이다.


이를 두고 미 백악관 주변에선 다음달 8~9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 일정 때문에 5월 하순 내지 6월 초 개최는 처음부터 어려웠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트럼프가 G7 정상회담 같은 주요 일정도 모르고 그런 말을 했을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제 TV 카메라를 향해 마치 ‘트럼프 쇼’라도 하듯 “채널 고정”을 외치며 북·미 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가 결정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 하겠다는 건지는 말하지 않았다. 워싱턴에서의 이런 정황을 종합하면 그동안 미국과 북한이 물밑 접촉을 통해 회담 시기와 장소는 합의했으나 가장 중요하다고 할 회담 의제와 의제별 합의 수준 및 방향 등에서는 여전히 치열한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최근 워싱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차원을 넘어 CVIID(신속한 CVID), PVID(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대량살상무기 폐기)가 강조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미국이 북핵과 미사일을 넘어 생화학무기 폐기와 인권 개선 조치까지 요구하고 있고, 비핵화 과정과 평화협정 체결의 수순을 놓고도 양측이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이 한반도 70년 냉전사를 끝내고 동북아 안보 지형을 통째로 뒤흔들 세기적 회담인 점을 감안하면 ‘조속한 합의’보다는 ‘완전한 합의’에 방점을 둬야 한다. 그런 점에서 북·미 정상회담의 속도조절을 부정적으로 볼 일만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다만 각론을 둘러싼 이견으로 비핵화의 전체 판이 어그러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 더 큰 명제임은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우리 정부의 중재 노력이 더욱 중요한 시점에 접어들었다. 22일 한·미 정상회담이 분수령이다. 우리 스스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의 밑그림을 명확히 하고 이를 남북한과 미국의 공동 목표로 제시해야 한다. 그에 맞춰 북·미 양측에 각각 얻을 것과 내줄 것을 주문하고 설득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주한미군 철수처럼 우리의 안보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할 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하며, 중국과 일본이 자국 이익을 앞세워 북핵 폐기 과정을 흐트리는 일이 없도록 한·미 공조도 강화해야 한다. 북핵 회담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란 자세로 정부는 임하기 바란다.
2018-05-0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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