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오유근/간국

입력 : ㅣ 수정 : 2018-05-04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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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야기/황용엽 100×80.3㎝, 캔버스에 오일 1931년 평양 출생. 1989년 제1회 이중섭미술상. 2005년 보관문화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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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이야기/황용엽
100×80.3㎝, 캔버스에 오일
1931년 평양 출생. 1989년 제1회 이중섭미술상. 2005년 보관문화훈장

오유근/간국

뚝배기 안, 토막 난

침조기가 제 몸을 우려내고 있다

벌건 고춧가루 밑에서

뾰족한 이빨을 드러내고 부글부글

웃고 있다, 남은 한쪽 눈으로

쭉쭉 빠는 눈을

올려다보고 있다

껍질은 너무 비려, 이쪽에서 저쪽으로

저쪽에서 이쪽으로 떠밀리는 거죽 밑을 뒤지며

한 점 한 점 떠내는 제 살을

바라보고 있다

식탁 끝

차가운 쇠그릇 속에서

식어 있는 제 뼈를 바라보고 있다

발목뼈가 옆구리에 붙고 머리뼈가

엉덩이에 붙는 순간순간을

골수 들어가는 입을

허연 눈알이, 끝까지

보고 있다

떠낸 거죽으로 눈알을 덮어두고

나는, 후― 후― 누군가의 거적을 들추고 있다

누군가 살아서 간국을 허겁지겁 떠먹는다. 누군가는 잡곡밥과 구운 고등어를 먹고, 누군가는 뚝배기 안의 투막 난 침조기 살점을 발라먹고, 고춧가루를 푼 국물을 떠먹는다. 먹는 것은 허기를 채우고 관능적 즐거움을 얻는 일이면서 몸이라는 신전(神殿)에서 드리는 신성한 의식이다. 인생의 대소사들, 즉 결혼, 출생, 장례, 생일 때 특별한 음식을 차려 먹는 것으로 그 특별한 의미를 새기는 것도 그런 까닭에서다. 우리는 더도 덜도 아닌 입으로 들어가는 밥으로 저를 빚는 존재인 것이다. 잘사는 것은 얼마나 균형이 잡히고 의로운 밥을 먹느냐에 달려 있다. 당신이 먹는 밥은 의로운가?

장석주 시인
2018-05-0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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