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부탁해]조롱받은 보수정치인 단식투쟁사

입력 : ㅣ 수정 : 2018-05-04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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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더불어민주당원의 댓글조작 사건, 이른바 드루킹 사건의 특검을 요구하며 단식에 들어갔습니다.
드루킹 사건 특검 도입을 촉구하며 이틀째 무기한 노숙·단식 투쟁을 하고 있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맨 오른쪽)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국회의장-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서 잠시 고개를 뒤로 젖히고 있다. (왼쪽부터)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정세균 국회의장, 김 원내대표. 2018.5.4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드루킹 사건 특검 도입을 촉구하며 이틀째 무기한 노숙·단식 투쟁을 하고 있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맨 오른쪽)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국회의장-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서 잠시 고개를 뒤로 젖히고 있다. (왼쪽부터)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정세균 국회의장, 김 원내대표. 2018.5.4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목숨을 담보로 하는 단식은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킬 때 쓰는 투쟁 방법입니다. 주로 절박한 상황에 처한 사회적 약자들이 선택하는 저항 수단입니다. 그러나 종종 여야 정치인들도 단식을 통해 자기 뜻을 표현합니다. 과거 국회 안팎에서 벌어진 의원들의 단식투쟁을 모아봤습니다.


지난 3일 무기한 노숙단식 투쟁에 돌입한 김 원내대표는 이틀째인 4일 눈에 띄게 초췌한 모습이었습니다.

●‘김성태 감시 CCTV 설치하자’ 국민 청원 등장

국회 본청 앞에서 하룻밤을 보낸 김 원내대표는 두툼한 패딩점퍼에 밀짚모자를 쓰고 단식 농성을 이어갔습니다. 이날 오후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국회의장과 교섭단체 긴급 원내대표 회동에서는 고개를 의자 뒤로 젖히고 눈을 감는 등 피곤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드루킹 특검’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간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2018.5.4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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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루킹 특검’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간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2018.5.4
뉴스1

김 원내대표의 단식투쟁에 네티즌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날 낮에 김 원내대표의 농성장 앞으로 보낸 사람을 알 수 없는 피자 한판이 배달됐는데, 김 원내대표의 단식을 조롱하기 위한 행동으로 추정됩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김 원내대표의 농성장 주변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24시간 감시해야 한다는 청원까지 올라왔습니다. 김 원내대표로서는 유쾌할리 없는 반응입니다.

●국회의원 최장 단식 기록은 27일

대한민국 국회 역사상 최장기간 단식 농성을 한 정치인은 현애자 전 민주노동당 의원입니다. 현 전 의원은 제주 군사기지 건설에 반대하며 2007년 6월 7일부터 27일간 단식농성을 벌였습니다.

물, 소금, 감잎차만 섭취한 현 전 의원은 체중이 11kg 줄고 혈압이 최저 50까지 떨어지는 등 건강이 극도로 악화한 끝에 단식을 중단했습니다.
27일간 단식농성 벌인 현애자 의원 지난달 7일부터 제주 군사기지 건설 철회를 요구하며 27일째 단식농성을 벌인 현애자 의원이 3일 기자회견을 열고 단식 중단을 발표하기에 앞서 소감 및 향후계획 등을 밝히고 있다. 2007.7.3 연합뉴스

▲ 27일간 단식농성 벌인 현애자 의원
지난달 7일부터 제주 군사기지 건설 철회를 요구하며 27일째 단식농성을 벌인 현애자 의원이 3일 기자회견을 열고 단식 중단을 발표하기에 앞서 소감 및 향후계획 등을 밝히고 있다. 2007.7.3 연합뉴스

김영삼 전 대통령은 24년간 정치인 최장 단식 기록을 쥐고 있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1983년 5월 18일부터 23일간 단식투쟁을 벌였습니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5.18 민주화운동 3주년을 기념하며 희생자를 위로하고, 전두환 독재 정권에 항의하는 뜻으로 곡기를 끊었습니다.

●김영삼 단식 중단 위해 고기 구운 안기부

전두환 정부는 같은달 25일 김 전 대통령을 서울대병원 특실에 입원시키고 수액을 맞게 했지만 김 전 대통령은 음식을 입에 대지 않았습니다. 김 전 대통령의 단식 투쟁을 멈추기 위해 안기부 직원들이 병실 앞에서 고기를 구워 냄새를 피우기도 했다고 합니다.

일각에서는 김 전 대통령이 단식 도중 ‘보름달’이라는 빵을 먹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근거 없는 유언비어로 밝혀졌습니다. 결국 전두환 정권은 김 전 대통령의 단식을 멈추려고 가택 연금 조치를 풀어줬습니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군부 정권에 항거하는 뜻으로 23일의 단식투쟁을 벌이던 모습. 1983.5.18 서울신문 DB

▲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군부 정권에 항거하는 뜻으로 23일의 단식투쟁을 벌이던 모습. 1983.5.18 서울신문 DB

김 전 대통령의 기록은 2007년 4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반대하며 단식에 들어간 문성현 전 민노당 의원과 천정배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에 의해 깨졌습니다. 문 전 의원은 26일간, 천 전 의원은 25일간 단식했습니다.

단식투쟁이 소수당 또는 진보 정치인의 전유물은 아니었습니다. 보수 정치인의 단식은 종종 비아냥과 조롱의 대상이 되곤 했습니다.
단식농성 닷새째인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30일 오후 국회 대표실을 찾아온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을 맞이해 누운 채 이야기하고 있다. 오른쪽은 정진석 원내대표. 2016.9.30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 단식농성 닷새째인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30일 오후 국회 대표실을 찾아온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을 맞이해 누운 채 이야기하고 있다. 오른쪽은 정진석 원내대표. 2016.9.30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의 2016년 단식농성이 대표적입니다. 이 전 대표는 그해 9월 26일 정세균 국회의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단식에 돌입했습니다. 그는 “정세균이 물러나든지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라며 결의에 찬 단식투쟁을 벌였는데, 7일 만인 10월 2일 “민생과 국가현안을 위해 무조건 단식을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박근혜를 위한, 박근혜로 끝낸 이정현의 단식투쟁

야당이 김재수 당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 건의안을 강행 처리하는 과정에서 정 의장이 중립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 단식 투쟁을 시작한 이유였습니다.
병원으로 이송되는 이정현 대표 단식중단을 결정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2일 오후 단식을 끝내고 당대표실을 나와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2016.10.2 이종원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병원으로 이송되는 이정현 대표
단식중단을 결정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2일 오후 단식을 끝내고 당대표실을 나와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2016.10.2 이종원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그러나 이 전 대표가 권력자라 할 수 있는 집권여당의 대표였다는 점, 국회의장의 사퇴는 국회 동의가 필요해 단식으로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니라는 점, 또 공개된 장소가 아닌 새누리당 당대표실 안에서 벌인 ‘나홀로 농성’이었다는 점 때문에 이 대표의 단식은 많은 사람의 지지를 얻지 못했습니다.

이 전 대표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단식을 만류하자 단식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김재원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은 두 번이나 이 전 대표를 찾아와 “대통령께서 많이 걱정하셔서 단식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하러 왔다”고 전했고 이 대표는 이틀 후 단식을 멈췄습니다.
병실 안의 이정현 대표 일주일 계속된 단식을 중단하고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에 입원 중인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3일 오전 병실에서 링거를 맞으며 초췌한 얼굴로 휴대전화를 보고 있다. 2016.10.3 연합뉴스

▲ 병실 안의 이정현 대표
일주일 계속된 단식을 중단하고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에 입원 중인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3일 오전 병실에서 링거를 맞으며 초췌한 얼굴로 휴대전화를 보고 있다. 2016.10.3 연합뉴스

이를 두고 “박 전 대통령이 구순의 모친도 막지 못한 이 전 대표의 뜻을 꺾었다”는 낯뜨거운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 전 대표의 단식 투쟁은 당시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미르재단 및 K스포츠재단 사건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 쏠린 의구심을 분산시키려는 목적이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강성 친박’인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도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하며 단식투쟁을 벌였습니다. 지난해 10월 10일 사법부가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을 연장하자 단식에 돌입한 조 대표는 14일만인 같은 달 23일 단식을 중단했습니다.
조원진(오른쪽) 대한애국당 대표 10일 오전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박근혜 전대통령 구속연장을 반대하는 단식을 하고 있다. 2017.10.10 강성남 선임기자 snk@seoul.co.kr

▲ 조원진(오른쪽) 대한애국당 대표 10일 오전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박근혜 전대통령 구속연장을 반대하는 단식을 하고 있다. 2017.10.10 강성남 선임기자 snk@seoul.co.kr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을 마친 조 대표는 볼살이 다소 들어가고 수염이 돋은 모습으로 휠체어를 탄 채 병원으로 이동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무죄로 석방되는 날까지 무기한 단식 투쟁에 돌입한다”고 했지만 물과 소금으로 버티다 혈당과 혈압이 급격히 낮아져 중도 포기한 것입니다.
김영삼(오른쪽) 전 대통령이 3일 오후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를 방문, 8일째 단식 농성중인 최병렬(왼쪽) 대표를 위로하고 있다.김 전 대통령은 “나도 단식 해봐서 아는데 굶으면 죽는데이”라는 말을 남겼다. 2003.12.04 국회사진기자단

▲ 김영삼(오른쪽) 전 대통령이 3일 오후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를 방문, 8일째 단식 농성중인 최병렬(왼쪽) 대표를 위로하고 있다.김 전 대통령은 “나도 단식 해봐서 아는데 굶으면 죽는데이”라는 말을 남겼다. 2003.12.04 국회사진기자단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는 2003년 고 노무현 당시 대통령 측근 비리의 특검 도입을 요구하며 10일간 단식을 했습니다. 최 전 대표가 흰 국물을 마시는 장면이 목격돼 ‘곰국을 먹었다’는 논란이 일었으나 쌀뜨물로 밝혀지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최 전 대표는 결국 특검 도입을 관철시키고 단식을 중단했습니다.
세월호 유가족인 ‘유민아빠’ 김영오(왼쪽)씨가 46일째 단식 중단을 선언한 28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동부병원 병실에서 병문안을 온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4. 8. 28 정연호 tpgod@seoul.co.kr

▲ 세월호 유가족인 ‘유민아빠’ 김영오(왼쪽)씨가 46일째 단식 중단을 선언한 28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동부병원 병실에서 병문안을 온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4. 8. 28 정연호 tpgod@seoul.co.kr

문재인 대통령은 세월호 유가족인 ‘유민아빠’ 김영오씨의 단식을 말리기 위해 ‘동조 단식’에 나선 적이 있습니다. 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었던 2014년 8월, 세월호특별법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며 10일간 광화문광장에서 단식했습니다. 김영오씨가 46일간의 단식 끝에 미음을 먹기 시작하자 문 대통령도 단식을 중단했습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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