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역사 교과서 집필 기준 ‘史觀 다양성’ 되어야

입력 : ㅣ 수정 : 2018-05-04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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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2020년부터 중·고생이 배울 역사 교과서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가이드라인’을 담은 시안을 그제 공개했다. 교육부의 의뢰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수행한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중학교 역사·고등학교 한국사 교육 과정 및 집필 기준’의 최종 보고서다. 역사 교과서 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혼돈을 겪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당연히 역사 교과서 정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집필 기준 역시 그때마다 달라졌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듯하다. 보수적 국정 역사 교과서를 만들자마자 다시 진보적 역사 교과서 집필 기준을 고민해야 하는 교육부의 고충도 이해는 간다.


안타깝게도 이번에도 과연 ‘역사 교과서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교육 당국의 근본적인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고민이 부족한 것은 물론 소신도 없다는 것은 시안의 6·25전쟁을 서술한 대목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교육과정평가원 연구진은 당초 기존의 집필 기준인 ‘북한 정권의 전면적 남침으로 발발한 6·25전쟁’이라는 대목에서 ‘남침’을 빼는 것을 검토했다. 하지만 지난 2월 공청회에서 이런 사실이 알려지고 반발이 일자 이번 시안에는 ‘집필 기준’ 아닌 ‘교육 과정’에 넣는 것으로 타협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6·25전쟁이 남침이라는 것은 학계 정설”이라면서 “집필 기준보다 상위 기준인 교육 과정에 ‘남침’이라는 표현을 넣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이러니 우리 사회가 오늘날 이념의 양극화로 치닫는 중요한 이유의 하나가 교육 당국의 무소신 때문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결국 보수 정부 시대에는 보수적 시각을 기반으로 진보 진영의 비판을 최소화하는 교과서를, 반대로 진보 정부 시대에는 진보적 시각을 바탕으로 보수 진영의 반발을 달래는 교과서를 만들고 있다는 뜻이 아닌가. 이를 ‘말장난’ 말고 뭐라 부를 수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역사 인식은 불변의 무기물이 아니라 시대 변화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는 생물이다.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 한반도 평화의 단초가 마련되면서 남북 관계에 대한 국민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이제는 교육부 시안의 남북 관계 서술조차 이미 낡은 역사관의 산물일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역사 교과서의 논조 역시 가둬 두지 말고 열어 놓는 것이 2018년의 시대정신이다. 민주 국가에서는 ‘올바른 역사관’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다양한 역사관’이다. 교과서가 어떻게 씌어 있었든 국가적 위기 때마다 올바른 역사를 선택한 국민의 수준을 믿는 역사 교과서 정책을 바란다.
2018-05-0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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