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미 정상, 판문점에서 비핵화의 문 활짝 열길

입력 : ㅣ 수정 : 2018-05-02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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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판문점’ 언급, 회담 청신호… 정부, 김정은 설득에 총력 기울이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판문점에서 하는 방안에 대해 전향적 의사를 밝혔다. 전날 트위터에 처음 판문점 회담에 대해 혼잣말하듯 운을 뗀 데 이어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의 기자회견에선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판문점 개최 가능성을 언급했다. 기자 질문에 “(판문점 개최가) 전적으로 가능하다. 그 생각을 했다”고 답한 트럼프는 이어 “비무장지대(DMZ)의 (판문점에 있는) 평화의집, 자유의집에서 개최하는 가능성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제3국에서의 회담을 기정사실화하며 몽골 울란바토르와 싱가포르 등을 유력 후보지로 북·미 양측이 검토해 오던 상황에 견줘 급격한 상황 변화가 아닐 수 없다.

70년 남북 분단사의 살아 있는 유물인 판문점에서의 북·미 정상회담은 상징성이나 의미에서 다른 곳에서의 회담과는 비교 자체를 불허한다고 할 것이다. 1983년 로널드 레이건, 1993년 빌 클린턴, 2002년 조지 부시, 2012년 버락 오바마 등이 판문점이나 DMZ를 방문한 적은 있으나 북한 지도자와 한반도 평화를 논하고 지구촌의 마지막 냉전을 끝내기 위해 이곳을 찾은 미 대통령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판문점 언급이 더 무겁게 다가오는 이유는 이런 볼거리 차원을 넘어 한반도 비핵화, 북핵 폐기라는 절체절명의 역사적 합의를 두 정상이 이뤄 낼 가능성을 판문점 회담이 담보한다는 점이다. 손에 쥔 것 없이 돌아서는 최악의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절대 없다는 판단이 서야 회담이 가능한 곳이 판문점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의 판문점 언급은 그동안의 북·미 간 물밑 대화가 북핵 폐기와 평화협정 체결이라는 핵심 의제에서 상당 부분 의견 접근을 이뤘고, 이를 바탕으로 두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의 역사적 대장정에 나서는 선언을 할 공산이 커졌음을 뜻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가 그곳에 대해 좋아하는 무언가가 있다. 일이 잘 해결되면 제3국이 아닌 그곳에서 하는 게 엄청난 기념행사가 될 것”이라고 말한 대목이 이를 시사한다. 깜짝 이벤트를 좋아하는 트럼프라면 자신이 손수 북핵을 끄집어냈다는 의미로 김정은이 했듯 직접 군사분계선을 넘어 판문점 북측 시설 판문각에서 회담을 가지려 할 여지도 있다고 본다.

트럼프의 판문점행은 북·미 정상회담 후 곧바로 한·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면서 비핵화 논의의 속도를 높이는 효과도 지닌다. 우리 정부의 대북 설득 노력이 더 중요해졌다. CNN 등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 때 판문점 북·미 정상회담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제의했고, 이후 트럼프가 별도로 문 대통령에게 판문점 회담 의중을 밝혔다고 한다. 정황을 보면 이제 김 위원장의 결심만 남은 듯하다. 정부는 중재의 고삐를 당기기 바란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의 대장정이 다름 아닌 판문점에서 시작되는 역사를 만들어 내기 바란다.
2018-05-0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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