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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국인 중국이 한반도 통일 반대하는 것은 비도덕적

분단국인 중국이 한반도 통일 반대하는 것은 비도덕적

윤창수 기자
윤창수 기자
입력 2018-04-29 22:18
업데이트 2018-04-30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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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샤오허 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분단국인 중국이 한반도의 통일을 반대하는 것은 비도덕적인 일입니다.”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이 발표된 지난 27일 베이징의 메이디야중신(梅地亞中心)에서 만난 한반도 문제 전문가 청샤오허(成曉河·52)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남북 회담과 곧 열릴 한·미 회담은 협의가 쉽지만 북·미 정상회담은 매우 험난할 전망”이라며 “비핵화가 시작되면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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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샤오허 교수는 푸단대를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대에서 미·중 관계와 한반도 문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 국가안전부 산하 현대국제관계연구소 연구원을 지냈다. 2013년 통일부 산하 평화문제연구소 주최 국제학술회의에서 김일성이 1965년 제2차 한국전쟁을 계획하고 중국의 파병을 요청했다는 중국 외교부 기밀해제 문서를 발표했다.
청샤오허 교수는 푸단대를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대에서 미·중 관계와 한반도 문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 국가안전부 산하 현대국제관계연구소 연구원을 지냈다. 2013년 통일부 산하 평화문제연구소 주최 국제학술회의에서 김일성이 1965년 제2차 한국전쟁을 계획하고 중국의 파병을 요청했다는 중국 외교부 기밀해제 문서를 발표했다.
→북·미 회담의 합의 과정이 험난할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전혀 중요하지 않은 회담 장소를 결정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직한 사람이라고 했다가 회담을 취소하겠다고 하는 등 칭찬과 협박을 전략적으로 반복하고 있다.

→북·미 회담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비핵화가 어떤 환경과 조건에서 이뤄지고, 미국이 어떤 조건을 제시할지가 가장 중요하다. 북·미 수교와 같은 외교관계 정상화와 평화협정은 덜 중요한 부분이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얼마나 걸릴 것이라고 보는가.

-미국은 가능한 한 빨리, 북한은 가능한 한 천천히 비핵화를 하길 원한다. 2년으로는 부족하고 3년은 너무 늦기 때문에 2~3년은 걸릴 것이다.

→현재 한반도 상황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중국은 사이드라인에서 지켜보고 있다. 남한과 북한의 역사적인 쇼를 빼앗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시진핑 주석의 평양 방문은 언제쯤인가.

-북·미 회담 이후에는 남·북·미 3자 회담을 한국 정부가 계획 중인 것으로 안다. 3자 회담을 중국이 막을 수 없으며 개입할 역량도 의도도 없다. 중국으로서는 4자 회담 또는 러시아와 일본이 참여하는 6자 회담이 훨씬 생산적이다. 북·미 회담 이후 6월에 시 주석이 평양을 방문하는 것이 적당해 보인다.

→주한 미군에 대해 중국과 북한의 생각이 다른 것 같다.

-김 위원장이 주한 미군을 인정했기 때문에 더는 중국이 반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쌍중단(雙中斷·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활동과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을 동시에 중단하는 것) 정책은 한반도 긴장 완화 차원에서 중국이 계속 견지할 것이다. 북한의 주한 미군 인정은 매우 상징적인 행동으로 북한의 단독적인 결정이란 의의도 있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선언이 얼마나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하나.

-최고지도자가 비핵화 의지를 보여준 것이 중요하다. 북한은 그동안 주장하던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중단과 주한 미군 철수란 두 가지 전통적인 요구 사항을 이번에는 뛰어넘었다. 1997년부터 남·북·미·중 4자회담이 8차례나 열렸지만 결국 실패한 것은 북한이 주한 미군 철수를 주장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주한 미군 철수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미 연합군사훈련 규모는 축소될 것이라고 본다.

→현재 북·중 관계는 어떠한가.

-혈맹관계는 끝났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 정치적으로는 정상화 단계를 밟고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아니다.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결정한 대북 제재를 어길 수는 없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방중 때 3일 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을 알리지 않는 등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을 배제한다는 분석이 있다.

-폼페이오 방문을 시 주석에게 말하지 않았는진 모르겠지만 정상회담 직전 실무진 간 협의는 합리적이다. 북한 측에서 워싱턴에 가는 것보다 미국 정보기관 인사가 평양에 가는 것이 비밀을 지키기에도 좋다.

→중국은 한반도의 통일을 원하는가.

-일부 중국인은 통일이 되면 백두산을 포함한 북·중 접경 지역에서 영토 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한다. 하지만 중국 자체가 대만과의 분단국인데 다른 나라의 통일을 반대하는 것은 비도덕적이고 현실적이지도 않다. 통일된 한반도가 스위스처럼 영세중립국이 되는 것이 중국의 소망이지만,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끊으라고 중국이 강요할 수는 없다.

→북한 개혁개방을 위한 중국의 역할은.

-북한의 진정한 개혁개방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중국의 개혁개방 과정을 돌아보면 1950년대 소련과 동유럽, 1960~70년대 개발도상국, 1979년 미국과의 수교에 이어 1980년대 서방국가에 개방하는 단계를 거쳤다. 북한도 똑같은 단계를 밟을 것이다.

청 교수는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그리고 김 위원장이 올해 노벨평화상을 받을 차례라며 웃음을 지었다. 2000년 첫 남북 정상회담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은 노벨상을 받았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2018-04-3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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