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하루치 약 240알까지 처방…의료급여 관리 ‘구멍’

입력 : ㅣ 수정 : 2018-04-25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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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비·약값 대부분 국가 지원…관리사 부족 ‘의료쇼핑’ 못 막아
정부의 부실한 의료급여 환자 관리체계가 논란이 되고 있다. 환자 한 명이 하루치 약을 최대 240알씩 처방받아도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준다.
24일 이진용 서울대 보라매병원 공공의료사업단 교수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을지대 등과 진행한 의료급여 이용 현황 연구에 따르면 2016년 진료일수 상위 10위 환자가 하루 평균 68개의 약물을 복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약물을 복용한 환자는 하루에 240개를 처방받기도 했다. 이 교수는 “다량의 약물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과 복약순응도(의사 처방에 따라 약물을 정확히 복용하는 정도) 저하가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의료급여 수급자는 국가가 의료비 대부분을 지원하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국가유공자, 북한이탈주민 등을 말한다. 1종과 2종 환자로 나뉘며 본인부담금의 최대 15%만 내면 모든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의료급여 1종 환자는 입원비가 무료이며 외래진료비도 2000원 이하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하루에 10곳 이상 병원을 돌며 다량의 약을 타간다.

문제는 지금 제도에서는 이들을 제어할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의료진이 처방 정보를 등록하면 의약품처방조제지원시스템(DUR)에서 같이 처방하면 안 되는 약을 알려 준다. 그러나 상당수 병·의원은 업무를 마무리하는 오후 6시쯤이 돼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그날 급여를 일괄적으로 청구한다. 이 때문에 짧게는 20~30분 단위로 병원을 전전하는 환자들을 막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들의 ‘의료쇼핑’을 관리·감독해야 할 의료급여관리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다. 의료급여 수급자 약 153만명(2016년 기준) 가운데 집중관리 대상인 사례관리자는 2013년 15만 2000명에서 2016년 16만 4000명으로 갈수록 늘고 있다. 하지만 의료급여관리사는 지난해 9월 기준 524명에 불과하다. 의료급여관리사 1명이 사례관리자 300명을 포함해 평균 3000명의 의료급여 수급자를 맡아야 한다. 간호사 출신인 이들 의료급여관리사는 비정규직이다 보니 사례관리자를 장기간 관리하는 것이 쉽지 않다.

경기 지역의 한 의료급여관리사는 “혼자 사례관리자 7000~8000명도 담당해 봤다”며 “이들의 부정 이용을 관리하는 것이 주 업무이다 보니 정말 아픈 사람을 새로 발굴하는 것은 엄두도 못 낸다”고 하소연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2018-04-2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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