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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전문경영체제 제대로 작동할까?…‘반신반의’

대한항공 전문경영체제 제대로 작동할까?…‘반신반의’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4-23 14:15
업데이트 2018-04-23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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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봐 달라, 의미 있는 변화 있을 것” vs “눈속임에 불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그룹 주력사인 대한항공에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전문경영인 체제가 과연 제대로 작동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대한항공은 곧 추가 조직개편안을 마련해 전문경영인 체제를 갖추겠다며 “지켜봐 달라”고 했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그룹 총수인 조 회장과 장남 조원태 사장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는 상황에서 눈치 보지 않고 소신껏 경영에 집중할 환경이 되겠느냐는 것이다.

특히 전문경영인으로 지목한 석태수 한진칼 사장은 조 회장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이어서 ‘눈속임’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양호 회장은 지난 22일 최근 ‘갑질’ 논란을 빚은 차녀 조현민(35) 대한항공 전무와 2014년 ‘땅콩 회항’ 사건으로 경영에서 물러났다가 지난달 복귀한 조현아(44) 칼호텔네트워크 사장 등 두 딸을 모든 직책에서 즉시 사퇴시키겠다고 밝혔다.

조 전무의 ‘물벼락 갑질’로 시작된 파문이 일가 전체의 탈세 의혹으로 커지며 경찰과 관세청의 압수수색을 받고, 각종 비위 제보가 끊이지 않자 논란 열흘 만에 내놓은 수습책이었다.

조 회장은 최근 논란에 대해 사과하면서 이와 함께 사내 안팎의 요구에 부응해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전문경영인 부회장직을 신설, 석태수 한진칼 사장(대표이사)을 보임하겠다고 발표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총수 일가와 직원 간 거리감이 커 생겼던 소통 문제 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석 사장이 대한항공 부회장으로 올라와 직원 의견을 잘 수렴하며 경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석 사장이 대한항공 부회장이 되면 조원태 사장 윗선의 결재권자가 되는 것”이라며 “과거 영향력이 있던 조현아·조현민 두 사람도 경영에서 물러나, 석 사장 체제가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 사장은 1984년 대한항공으로 입사해 경영계획팀장 이사(2000년), 경영계획실장 상무(2003년), 미주지역 본부장 상무(2003년) 등을 지냈다. 2008∼2013년 한진 대표이사를 지냈고, 2013∼2017년 한진해운 사장을 맡는 등 그룹 내 요직을 두루 거쳤다.

대한항공은 석 사장을 “사원에서 시작해 그룹 전문경영인에 올라 직원에게 신뢰가 높은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은 회사 안팎에서 모두 지켜보는 사안이어서 내실 있게 이행되도록 추진할 것”이라며 “의미 있는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석 과장이 그룹 요직을 꿰차며 승승장구한 것은 그가 ‘한진가 사람’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있다.

조 회장과 조원태 사장이 회사에 남아 영향력을 발휘하는 상황에서 과연 석 사장이 전문경영인으로서 자신의 경영 입지를 다질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대한항공의 전문경영인 도입 과정도 아쉬움이 남는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등 많은 기업이 전문경영인을 뽑을 때 직위를 완전히 개방하고 명망 있는 인사를 추천받아 경영능력을 검증하는데 이런 과정 없이 조 회장이 ‘낙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석 사장이 한진에서 계속 성장한 인물이라는 걸 다 아는데 과연 한진 일가의 눈치를 안 볼 수 있겠느냐”며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이라는 말을 쓰려면 경영과 관련해 철저히 권한을 보장하는 가시적인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이 전문경영인 도입 취지에 맞게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기업운영을 하고, 경영인에 대한 평가가 오너 일가에 대한 ‘충성도’가 아니라 실적 등 객관적인 경영성과를 바탕으로 이뤄지는지 추적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 회장 일가가 대한항공의 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인사권을 가진 상황에서 결국 전문경영인에게 얼마나 경영권을 보장할지 의지에 달린 문제라는 말도 나온다.

이 때문에 재벌 일가의 의지에 회사 경영을 맡기는 취약한 구조를 법제 정비를 통해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참여연대 안진걸 시민위원장은 23일 “금융권의 경우 현재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 조세포탈 등으로 처벌받은 경우 대주주 자격을 주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며 “오너 일가라도 회사에 손해를 끼친 사람이라면 경영에 참여할 수 없도록 관련 법제를 개정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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