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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분양가의 저주’…넘쳐나는 신도시 빈 상가 어쩌나

‘고분양가의 저주’…넘쳐나는 신도시 빈 상가 어쩌나

입력 2018-04-22 14:37
업데이트 2018-04-22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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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기대감에 분양가 높여, 준공후 임대료 감당 못 해 공실 속출 위례·하남·동탄2 등 상권 위축…분양가 이하 급매물 내놔도 안 팔려 ‘울상’

아파트 입주가 대부분 완료돼 9만명이 거주하고 있는 위례신도시.
위례신도시 트램길 상가 ‘텅텅’
위례신도시 트램길 상가 ‘텅텅’ 성남 위례신도시에 있는 ‘위례역푸르지오’ 단지에 조성된 ‘트램스퀘어’ 상가가 텅텅 비어있는 모습. 현재 입점률이 30%에 불과하고 거의 대부분 공실이다.=연합뉴스
지난 21일 기자가 둘러본 이곳의 상가는 주말 한낮에도 활기라곤 찾아보기 어려웠다. 말끔히 지어진 건물 곳곳의 상가는 비어있었고, ‘상가 매매·임대’라고 써 붙인 홍보 전단만 눈에 띄었다.

위례신도시의 아파트가 속속 입주하고 가격도 급등한 것과 달리 아직 상가 시장은 썰렁하기 그지없었다.

지하철 8호선 위례역(가칭)과 가깝고 트램 노선 시작점으로 예정돼 인기리에 분양됐던 성남 ‘위례역푸르지오’ 단지내 ‘트램스퀘어’ 상가의 경우 이 단지 1~2층에는 트램 노선을 염두에 두고 유럽형 스트리트몰 형태의 상가 200호가량이 조성됐는데, 현재 입점률이 30%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입점한 곳도 대부분 비싼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부동산 중개업소뿐이다.

이곳은 1층 일부 상가의 분양가가 3.3㎡당 8천만원대에 달한다. 10년 전 위례신도시 상가 1층이 3.3㎡당 3천만원대에 분양된 것과 비교하면 약 2.5배 뛴 금액이다.

현지 중개업소에는 분양가보다 수천만원 싼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이 급매로 나와 있다. 몇 달째 임대가 안 나가자 상가 투자자들이 대출금을 감당하지 못해 분양가 이하로 내놓는 것이다.

한 중개업소 대표는 “분양가 10억원짜리 상가는 5천만∼6천만원, 20억원짜리 상가는 1억원 이상 깎아준다고 해도 매매가 안 된다”며 “인기 있는 1층 자리 중에 분양가보다 10% 가까이 싸게 나온 급매물도 있는데 한 달이 넘도록 안 팔린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상가 분양가가 높다 보니 임대료를 맞추기가 어려워 임차인이 안 들어오고, 결국 급매물로 나오는 상황”이라며 “위례역 착공이 늦어지고 트램 건설도 지연되면서 상권 활성화가 늦어진 것도 (공실의)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상가 공실이 늘면서 일정기간 임대료를 받지 않는 ‘렌트 프리’도 등장했다.

2개월이 보통이고, 지하나 상권이 좋지 않은 곳은 6개월씩 렌트 프리 혜택을 줘도 임차인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인근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분양임차인이 3%대 이자율에 맞춰 최하 3.5%의 임대 수익률을 기대하다 보니 프랜차이즈업종 아니면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임대료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임대인들은 대출을 안고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티기에 들어가거나, 아니면 분양가 수준에라도 처분해 빨리 손 털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위례신도시의 중심부로 2014~2015년 3.3㎡당 분양가가 최고 1억원에 육박했던 중심상업지구의 트랜짓몰(트램길을 따라 형성된 상권)도 상권이 침체해 있기는 마찬가지다.

위례에서 가장 비싸게 분양된 중앙타워나 한화오벨리스크 상가의 경우 광장 안쪽에 있는 점포들은 임대를 맞추지 못해 공실이 수두룩하다.

인근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트램라인의 상가들조차 분양은 했어도 임대를 맞추지 못해 비어있는 경우가 많다”며 “웃돈이 붙지 않은 ‘무피’ 매물도 있고, 외곽에 아파트 단지를 낀 상가들은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 상가 전문가는 “위례신도시 생활 상권은 트램 노선을 축으로 조성되는데, 트램 사업이 표류하고 있고 위례신사선 경전철도 지연되면서 외부인이 위례로 들어와 소비할 여건이 되지 않고 있다”며 “위례는 상가 공급량이 워낙 많은 데다 사실상 베드타운이 돼 버려서 상가가 활성화될지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

◇ 하남·동탄2 등 신도시 상권 흔들…‘고분양가, 개발사업 지연’ 탓

신도시 상권의 위기는 위례만의 문제가 아니다. 하남 미사·화성 동탄2·수원 광교·남양주 다산 등 수도권 대표 2기 신도시의 상권이 모두 흔들리는 분위기다.

최근 몇 년간 주택경기가 활기를 띠고, 저금리 여파로 수익형 부동산에 자금이 몰린 틈을 타 비싼 값에 분양됐던 신도시 내 근린상가와 아파트 단지 내 상가들이 ‘유령상가’처럼 텅텅 비어가고 있다.

상가 투자자들은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비싼 임대료를 받길 원하지만 임차인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이 때문에 대출 이자 부담이 큰 투자자들은 분양가 이하로 ‘손절매’라도 하려고 매물을 내놓지만 팔리지 않긴 마찬가지다.

경기도 하남 미사강변도시 상업지역도 현재 비어있는 상가가 적지 않다.

지하철 5호선 미사역 예정부지 인근으로 상권이 활성화된 중앙상가를 제외하고 남쪽의 근린상가 등은 준공이 돼도 임대가 잘 안 나간다. 미사지구는 1층 기준 상가가 3.3㎡당 5천만~5천500만원대에 분양됐고 6천만원을 넘는 곳도 많았다.

이런 곳들은 은행 대출 이자 때문에 분양가보다 낮거나 비슷한 수준에서 나오는 매물이 수두룩하다는 것이 이 지역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현지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분양가보다 싼 매물도 안 팔리고 있는 게 더 큰 문제”라며 “미사역 개통이 당초 계획보다 6개월 더 미뤄지는 바람에 투자자들이 더 관망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화성 동탄2 신도시 내 SRT역인 동탄역 일대도 ‘유령상가’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 일대 상가 분양가는 3.3㎡당 5천만∼6천만원이 보통이고, 7천만∼8천만원 넘는 것도 수두룩하다.

한 상가 분양 관계자는 22일 “이 일대가 SRT 개통, 도심광역급행철도(GTX) 개발 계획 등으로 광역상권화될 것이라는 호재만 믿고 너무 비싸게 분양을 한 것이 문제”라며 “임대료를 맞춰줄 임차인이 없다 보니 이미 준공된 상가들도 고스란히 비어있고 슬럼화 위기에 봉착한 것”이라고 말했다.

상가 공급이 수요에 비해 한꺼번에 많이 이뤄진 것도 공실의 원인으로 꼽힌다. 동탄역 일대 토지 용도가 대부분 오피스와 오피스텔을 지을 수 있는 업무지구인데, 아직 개발이 미미한 수준이다.

현지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배후 도시는 건설이 안 됐는데 상가만 먼저 들어와 있으니 장사가 될 리가 없지 않느냐”며 “상권이 형성되려면 앞으로 최소 4∼5년 이상은 족히 걸릴 텐데 빈 상가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골치”라고 말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분양에 들어간 경기 남양주시 다산신도시의 상가들은 5~10% ‘할인 분양’을 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다산신도시의 상가는 대부분 3.3㎡당 4천만~5천만원대에 분양가가 책정됐는데, 미분양이 늘면서 수천만원씩 ‘울며 겨자 먹기’로 싸게 팔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주택경기가 꺾이고 신도시 입주에 차질을 빚게 되면 상가 시장에도 적잖은 타격을 미칠 것으로 우려한다.

한 상가 전문가는 “화성 동탄2 신도시의 ‘남동탄’만 해도 7만 가구가 입주하는데 현재 분양가보다 수천만씩 싼 분양권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과연 입주가 제대로 잘 될지 걱정”이라며 “아파트 입주가 더디면 상권 활성화는 더욱 늦어지기 때문에 투자자나 임차인들이 이런 리스크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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