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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감성작가 원태연 “25년 전 ‘오글거림’ 여전히 통해”

원조 감성작가 원태연 “25년 전 ‘오글거림’ 여전히 통해”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입력 2018-04-18 22:10
업데이트 2018-04-19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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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집 50편에 삽화 넣어 재출간…이야기 구조로 웹툰 감상하는 듯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 생각을 해’, ‘손끝으로 원을 그려 봐 네가 그릴 수 있는 한 크게 그걸 뺀 만큼 널 사랑해’
원태연(앞쪽) 작가의 1992년 베스트셀러 시집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 생각을 해’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다시 주목받으면서 그림을 입혀 재출간됐다. 뒤쪽은 원 작가의 시집에 일러스트를 그린 강호면 작가.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원태연(앞쪽) 작가의 1992년 베스트셀러 시집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 생각을 해’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다시 주목받으면서 그림을 입혀 재출간됐다. 뒤쪽은 원 작가의 시집에 일러스트를 그린 강호면 작가.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특유의 감성으로 90년대 초반 1020세대로부터 인기를 얻었던 원태연(47) 작가. 쉬운 언어로 사랑을 노래한 그의 시는 낯간지러운 표현, 이른바 ‘오글거림’의 대명사로 통한다. 작품성이 떨어진다는 비평도 뒤따랐지만, 최근 그의 시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에 힘입어 1992년 낸 첫 시집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 생각을 해’(자음과 모음)가 최근 그림을 입고 다시 나왔다.

“‘오글거린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인지, 제가 썼던 시집은 다시 못 보겠더라고요. 그런데 강호면 작가가 함께한 이번 시집은 상당히 마음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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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만난 원 작가는 새로 나온 책을 펼쳐 보였다. 책은 2012년 재출간한 첫 시집에 ‘with 일러스트’라는 설명을 붙였다. 강 작가의 그래픽 노블을 연상케 하는 일러스트에 시를 배열한 게 특징이다. 20대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이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는 이야기 형식의 삽화에 시를 적절히 배치해 한 편의 웹툰을 보는 것 같다. 전체 시 80편 가운데 강씨가 흐름상 거슬리거나, ‘공중전화’ 등 9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시 30편을 빼고 구성했다. ‘요즘 애들 눈높이에 맞춘’ 셈이다.

30대인 강 작가는 “고등학생 때 원 작가의 시집을 즐겨 읽었다. 이번 작업을 하면서 원 작가가 시에 구애받지 말고 마음대로 스토리를 펼쳐 보라고 했다”면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장면이라든가, 익선동에 있는 거북이 슈퍼 등 나름의 감성을 그림에 담았다”고 했다.

26년 전 나온 시집의 감성이 지금도 통한다는 점에서 이번 책은 원 작가에게 나름의 의미를 지닌다. 네이버의 데이터랩에 따르면 2012년에 나왔던 개정판은 40대 여성이 가장 많이 샀다. 그러나 이번에 다시 새 옷으로 갈아입은 책은 20대 여성들이 가장 많이 찾는 것으로 집계됐다. 강 작가는 이와 관련, “그림을 넣긴 했지만, 책은 시 때문에 구입하는 측면이 크다”면서 “감성으로만 따진다면 현재 다른 작가들의 시보다 10대와 20대에게 잘 맞는다. 원 작가의 감수성은 재조명받을 만하다”고 했다. 원 작가는 “20대 초반에 쓴 시를 돌이켜 보니 순수하고 깨끗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의 시가 누군가를 속이려 썼거나 대단한 기교를 부렸으면 지금 1020세대가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원 작가는 21살 때 무작정 시를 쓰고 싶어 썼고, 시집을 내겠다며 출판사를 돌았다. 그러다 속된 말로 ‘대박’이 터졌다. 두 번째 책 역시 크게 성공했다. 원 작가는 “당시 쏟아지는 관심에 ‘이게 아닌데’ 싶어 군대를 갔다”고 설명했다. 제대 후 시집을 2권 더 내고, 30살 때 마지막 시집 ‘안녕’을 쓰고 시와 작별했다. 그는 “초반의 인기를 좇아 답습하고 복습하는 느낌으로 시를 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부터 시는 쓰지 않는다”고 했다.

원 작가는 제대 이후 가수 김현철의 ‘왜그래’ 작사를 시작으로 신승훈의 ‘나비효과’, 손담비의 ‘투명인간’, 백지영의 ‘그 여자’, 태연의 ‘쉿’ 등 히트곡 수십 편의 가사를 썼다. 앞서 2009년엔 권상우·이보영 주연의 영화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자신의 본업인 작사에 충실하고 있다. 그는 자신을 가리켜 “아이돌과 작업하는 작사가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작사가”라며 “노래가 성공했을 때의 쾌감은 상당하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17살 고등학생 아들이 내 노래를 듣는 기쁨이 쏠쏠한 만큼 앞으로 좋은 작사를 더 하고 싶다”고 밝게 웃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18-04-1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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