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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함께 한국영화의 한 세기가 끝난 듯합니다”

“그녀와 함께 한국영화의 한 세기가 끝난 듯합니다”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입력 2018-04-17 22:42
업데이트 2018-04-20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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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최은희 애도 물결

원로배우 한지일·김동호 등 발길
엄앵란 “영화에만 몰두한 분”
염수정 추기경도 애도 메시지
“뜻깊은 일 하고파” 각막 기증


한국 영화계의 한 획을 그었던 원로배우 최은희의 빈소에는 17일 원로급 영화인들의 발길이 온종일 이어졌다. 고인의 뜻에 따라 영화인장이 아니라 가족장으로 치러졌지만, 시대를 풍미했던 배우를 기억하려는 이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았다.

빈소가 마련된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12호실에는 이날 영화계 유명 인사들이 고인을 찾았다. 배우 엄앵란은 “고인 덕분에 영화배우의 길로 들어섰다”면서 고인에 관해 “사생활도 없이 오로지 영화에만 몰두한 분”이라고 떠올렸다. 지방의 한 요양병원에 머무는 배우 신성일도 최씨의 별세 소식에 가슴 아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성일은 최씨와 신상옥 감독의 제작사인 신필름을 통해 영화계에 데뷔했다.

원로배우 한지일은 “신상옥과 최은희 두 분의 기념관을 짓는 게 평생소원이셨는데 그걸 보지 못하고 가셔서 한스럽다”고 했다. 한지일은 1971년 고인의 남편인 신상옥 감독에게 캐스팅돼 영화계에 발을 들였고, 신 감독의 ‘신필름’ 마지막 세대의 배우로 꼽힌다.

원로배우 최지희는 고인을 “대한민국 영화를 위해 태어난 분”이라고 표현했다. 1958년 ‘아름다운 악녀’로 데뷔한 최지희는 10여편의 영화를 고인과 함께했다. 자매 역할로도 여러 번 만났다. 이밖에 영화 ‘상록수’, ‘빨간 마후라’ 등에 고인과 함께 출연하며 1960∼1970년대 한국영화계를 이끈 원로배우 신영균을 비롯해 최난경·고은아·태현실·윤일봉·정혜선도 빈소를 찾았다.

신상옥 감독 아래서 8년 동안 조연출 생활을 했던 이장호 감독도 조문했다. 이 감독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최은희 선생님이 돌아가셔서 정말로 한국영화의 한 세기가 끝이 났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과 이종덕 단국대 문화예술대학원 석좌교수도 빈소를 찾았다. 김 전 위원장은 2006년 신상옥 감독 별세 이후 해마다 추모 행사에서 추모사를 맡았다. 김 전 위원장은 “작년까지는 최은희 선생님을 직접 모시고 추모 행사를 했는데 올해는 참석하지 못하셨다”며 안타까워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해 오석근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배우 이대근·이병헌·박중훈·전도연 등은 조화로 예우를 갖췄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이날 염수정 추기경이 고인의 빈소에 애도 메시지를 전했다고 밝혔다. 염 추기경은 “삶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던 고인은 영화 속 변화무쌍한 역할을 통해 다양한 삶의 방식을 보여 주신 분으로 기억합니다”라고 전했다. 앞서 고인은 2010년 6월 “내 생을 정리하면서 뭔가 뜻깊은 일을 하고 싶다”며 천주교 서울대교구를 통해 사후장기기증 서약을 했다. 전날 별세 직후 각막 기증을 위한 절차를 밟았다고 유족은 전했다. 발인은 19일, 장지는 경기도 안성 천주교공원묘지다.

김기중 기자 gjkiim@seoul.co.kr·연합뉴스
2018-04-1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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