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 함께 한국영화의 한 세기가 끝난 듯 합니다”

입력 : ㅣ 수정 : 2018-04-17 18:25

폰트 확대 폰트 축소 프린트하기
故최은희 애도 물결
한국영화의 한 획을 그었던 원로배우 최은희의 빈소에는 17일 오전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빈소가 차려진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12호실은 조문객의 발길이 그리 많지 않았다. 고인의 뜻에 따라 영화인장이 아니라 가족장으로 치러진 데다가, 함께 시대를 풍미했던 이들이 이미 세상을 떴거나 거동이 불편해 장례식장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세기를 이끌었던 원로배우를 기억하는 이들의 마음만은 뜨거웠다. 한 편의 영화 같은 삶을 살았던 고인을 향한 애도의 물결이 온라인에서 이어졌다.
‘한국영화사의 산증인’인 원로배우 최은희의 빈소가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가운데 환한 미소를 띤 고인의 영정사진이 추모객을 맞고 있다. 연합뉴스
클릭하시면 원본 보기가 가능합니다.

▲ ‘한국영화사의 산증인’인 원로배우 최은희의 빈소가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가운데 환한 미소를 띤 고인의 영정사진이 추모객을 맞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빈소에는 영화계 유명 인사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원로배우 한지일은 “최은희 선생님이 ‘항상 겸손하라’고 하셨다”면서 고인을 기억했다. 한지일은 1971년 고인의 남편인 신상옥 감독에게 캐스팅돼 영화계에 발을 들였고, 신 감독의 ‘신필름’ 마지막 세대 배우로 꼽힌다. 또 고인이 교장으로 있던 안양영화예술학교에서 수업을 받기도 했다. 그는 “신상옥과 최은희 두 분의 기념관을 짓는 게 평생 소원이셨는데 그걸 보지 못하고 가셔서 한스럽다”고 했다.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과 이종덕 단국대 문화예술대학원 석좌교수도 빈소를 찾았다. 김 전 위원장은 2006년 신상옥 감독 별세 이후 해마다 추모 행사에서 추모사를 맡았다. 김 전 위원장은 “작년까지는 최은희 선생님을 직접 모시고 추모 행사를 했는데 올해는 참석하지 못하셨다”며 안타까워했다.

배우 엄앵란은 “고인 덕분에 영화배우의 길로 들어섰다”면서 고인에 관해 “자기 살림을 다 팽개치고 사생활도 없이 오로지 영화에만 몰두한 분”이라고 떠올렸다. 지방의 한 요양병원에 머무는 배우 신성일도 최씨의 별세 소식에 가슴 아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성일은 최씨와 신상옥 감독의 제작사인 신필름을 통해 영화계에 데뷔했다. 과거 조감독으로 고인과 함께 일했던 이장호 감독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최은희 선생님이 돌아가셔서 정말로 한국영화의 한 세기가 끝이 났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이날 염수정 추기경이 고인의 빈소에 애도 메시지를 전했다고 밝혔다. 염 추기경은 “삶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던 고인은 영화 속 변화무쌍한 역할을 통해 다양한 삶의 방식을 보여 주신 분으로 기억합니다”라고 전했다. 누리꾼들도 온라인으로 애도의 뜻을 표했다. 고인의 죽음을 알리는 기사에는 “북한에 납치까지 될 정도로 김정일이 욕심냈던 배우”, “파란만장한 생을 살다간 분”, “좋은 곳으로 가셔서 영면하시길 바란다”는 내용의 댓글이 온종일 이어졌다. 발인은 19일, 장지는 경기도 안성 천주교공원묘지다.

김기중 기자 gjkiim@seoul.co.kr·연합뉴스
2018-04-18 27면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밴드 블로그

/

    건강나누리캠프

서울Eye - 포토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