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無노조 경영’ 80년 만에 접었다

입력 : ㅣ 수정 : 2018-04-17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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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직원 90여곳 8000여명 직접 고용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직원 8000여명을 직접 고용하고 이들의 노조 활동도 보장하기로 했다. 삼성이 1938년 설립된 이후 80년간 지속해 온 ‘무노조 경영’ 원칙을 사실상 접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의 다른 계열사로 노조 활동이 확산될 가능성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최우수(오른쪽)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이사가 나두식 삼성전자서비스 지회장과 17일 서울 가든호텔에서 협력업체 직원 직접고용 합의서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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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우수(오른쪽)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이사가 나두식 삼성전자서비스 지회장과 17일 서울 가든호텔에서 협력업체 직원 직접고용 합의서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제공

삼성전자서비스는 17일 “전국금속노동조합 소속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협력사 직원들을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서비스센터에서 서비스 업무를 담당해 온 90여개 협력사 직원 8000여명이 삼성전자서비스에 정규직으로 고용된다. 현재는 삼성전자서비스와 위탁계약을 한 협력사 직원이 전국 센터에 접수된 서비스 업무를 대부분 처리하고 있다.


직접 고용 8000명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단일기업 직접 고용 사례 중 가장 큰 규모다. 인천공항공사 등이 협력업체 직원을 고용했지만 민간기업이 이 정도 규모의 인력을 직접 고용한 것은 유례가 없었다. 앞서 인천공항공사도 비정규직 1만명 중 3000명만 직접 고용했고 나머지 7000명은 자회사를 통해 고용했다. 또 이번 합의는 근로자 지위를 인정해 달라고 요구해 온 협력사 직원들의 요구를 수용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그간 비정규직 해법으로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고용 방식을 주요 기업들이 택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결정은 이례적이다.

무엇보다 사측은 “합법적인 노조 활동을 보장한다”고 밝혀 무노조 경영 기조에도 변화가 있음을 시사했다. 2011년 7월 복수노조 허용 이후 노조 설립이 늘면서 현재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삼성생명, 삼성증권 등 8개 계열사에 노조가 있지만 삼성이 “노조 활동 보장”을 선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소속이 700명선인 만큼 직접 고용 절차가 끝나면 그룹 내 최대 노조로 부상한다.

협력사와 맺은 서비스 위탁계약은 해지가 불가피해짐에 따라 협력사 대표들과 보상 방안을 협의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도 “직접 고용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으로 TV·냉장고·에어컨 등 삼성전자 제품에 대한 애프터서비스(AS) 업무는 기존 ‘삼성전자·삼성전자서비스·협력사’ 구조에서 ‘삼성전자·삼성전자서비스’로 단순화된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 와해’ 문건 수사를 벌이고 있는 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혐의 상고심이 아직 남아 있는 상황을 감안한 조치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2018-04-1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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