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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분 동안 울다 웃는 지옥 비주얼 판타지쇼

165분 동안 울다 웃는 지옥 비주얼 판타지쇼

안동환 기자
안동환 기자
입력 2018-04-09 22:44
업데이트 2018-04-10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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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신과함께’ 무대 해부

‘이승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영혼들이여. 저승에서는 공정한 심판을 기대하시라. 신과 함께라면!’

관객 1400만명을 돌파한 영화 못지않게 흥행불패 반열에 오른 뮤지컬 ‘신과함께-저승편’이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연되고 있다. 영화·뮤지컬 원작자는 지옥의 대왕들과 동석해도 꿀리지 않을 ‘파괴왕’ 주호민 웹툰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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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비를 아끼기 위해 컴퓨터그래픽(CG)을 쓰지 않고 수작업으로 촬영한 사진들을 합쳐서 만든 ‘한방지옥’ 장면.  서울예술단 제공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 컴퓨터그래픽(CG)을 쓰지 않고 수작업으로 촬영한 사진들을 합쳐서 만든 ‘한방지옥’ 장면.
서울예술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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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신과함께-저승편’에서 얼음벽에 갇힌 죄인들의 얼굴을 표현하기 위해 티셔츠 천으로 윤곽을 찍는 장면.  서울예술단 제공
뮤지컬 ‘신과함께-저승편’에서 얼음벽에 갇힌 죄인들의 얼굴을 표현하기 위해 티셔츠 천으로 윤곽을 찍는 장면.
서울예술단 제공
●초·재연 객석점유율 99% ‘영화 못지않은 인기’

2015년 초연과 지난해 재연 때 99% 객석점유율을 과시한 ‘신과함께-저승편’은 올해 세 번째 공연에서도 대단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서울예술단의 대표 레퍼토리가 된 이 작품을 둘러싸고 ‘두번 세번 관람은 기본’이라는 팬덤도 형성됐다.

일찌감치 원작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한 영화와 달리 뮤지컬은 원작에 충직하다. 초짜 변호사 진기한(조형균·김용한)과 9대1 가르마가 트레이드마크인 회사원 김자홍(신상언·정원영·이창용)의 저승 모험은 재기발랄한 염라대왕(금승훈) 등 감칠맛 나는 조연 캐릭터를 통해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한다. 단언컨대 165분(인터미션 15분) 동안 웃고 울다 박수치는 ‘리얼타임 지옥 판타지쇼’다.

이번 무대는 초·재연보다 비주얼의 완성도를 더 높였다. 박동우(56) 무대 디자이너와 정재진(38) 영상 디자이너가 합작한 압도적 무대 곳곳에 만화적 상상력이 진하게 녹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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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우 무대 디자이너가 그린 저승행 지하철 스케치.  서울예술단 제공
박동우 무대 디자이너가 그린 저승행 지하철 스케치.
서울예술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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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자들이 탑승한 저승행 지하철 무대 세트.  서울예술단 제공
망자들이 탑승한 저승행 지하철 무대 세트.
서울예술단 제공
●17m 경사진 환형 무대 저승과 이승 ‘윤회’ 보여줘

컴퓨터그래픽(CG) 효과로 시공간 제약에 갇히지 않는 영화와 달리 한 무대만 쓰는 뮤지컬은 80㎡ 넓이의 고해상도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과 디지털 기술을 통해 7개의 강렬한 지옥도를 구현했다. 뮤지컬 무대 바닥을 LED 스크린으로 꾸민 건 이 작품이 처음이다.

윤회(輪廻)를 상징화한 17m 크기의 경사진 환형 무대는 가장자리를 이승으로, 안쪽은 저승으로 공간을 나누면서 ‘진기한과 김자홍의 지옥관문 통과’, ‘저승삼차사의 원귀추적’이라는 두 개의 플롯을 동시 다발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이 됐다.

남을 속인 죄를 심판하는 거해지옥에서 천장에 매달린 200㎏의 거대한 원형 톱날이 시시각각 자홍을 향해 다가서는 장면도 뮤지컬만의 생생한 볼거리다.

LED 스크린에 투사되는 영상들은 배우들의 몸짓에 실시간 반응하는 인터랙션 기술로 효과가 극대화된다. 강림(서경수·김우형), 해원맥(최정수), 덕춘(김건혜·이혜수) 세 저승차사의 격투나 추적 장면 등에서 보여 주는 실감나는 ‘빛의 아우라’가 대표적이다. LED 패널 하나하나가 배우들의 연기에 연동해 발광한다고 할까.

정재진 디자이너는 “만화적 상상력에 충실하면서도 현실처럼 느껴지는 지옥 비주얼을 창조했다”면서 “한빙지옥 대왕이 걸을 때마다 바닥의 얼음이 쩍쩍 갈라지는 장면 등 초·재연 때 살려내지 못한 디테일한 부분들을 새로 창작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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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D 패널마다 숫자로 된 영역을 지정하고 제어하는 바닥 스크린 제작 장면.  서울예술단 제공
LED 패널마다 숫자로 된 영역을 지정하고 제어하는 바닥 스크린 제작 장면.
서울예술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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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움직임에 따라 바닥의 무대 영상이 바뀌는 극중 ‘실시간 인터랙션’ 장면.  서울예술단 제공
배우들의 움직임에 따라 바닥의 무대 영상이 바뀌는 극중 ‘실시간 인터랙션’ 장면.
서울예술단 제공
●‘죄가 쏙 비트’ 등 저승 속 간판 재미 더해

이번 공연에서 LED 패널도 전면적으로 교체해 초고화질 영상을 실현했고 매핑 기술을 적용한 저승 세계의 간판들은 만화적 재미를 더했다. 망자들을 겨냥한 세제 광고인 ‘죄가 쏙 비트’, 윤회전문 변호사로 광고 문구에 등장한 ‘파괴전문 주호민’, 술집과 커피숍 ‘헬네켄’, ‘헬벅스’ 대목에선 킥킥거리는 소리가 객석에 퍼진다. 초·재연 때 ‘구원과 단죄’에 집중했던 작품 주제는 ‘인간은 신과 함께하고 신 역시 인간과 함께한다’는 휴머니즘적 메시지로 변화됐다.

김덕희 서울예술단 공연기획팀장은 “중국과 대만 등 아시아권에서 해외 공연을 협의 중이며 ‘신과함께-저승편’의 해외 라이선스 수출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15일까지. 3만~9만원. (02)580-1300.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2018-04-1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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