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예산도 역할도 불투명…차라리 USKI와 KEI 문을 닫아라/김미경 기자

입력 : ㅣ 수정 : 2018-04-1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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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50억 이상 예산 투입되고도
“한미 가교는커녕 현지 어필 못해”
수차례 방만 경영 지적당했던 소장
블랙리스트로 맞서는 건 어불성설
공공외교 강화하려면 환골탈태를
‘해외판 블랙리스트’ 논란에 휩싸인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산하 한미연구소(USKI) 로버트 갈루치 이사장. 지난해 6월 이사장으로 영입된 그는 최근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청와대가 재구 USKI 소장 사퇴 및 예산 중단 압력을 넣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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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판 블랙리스트’ 논란에 휩싸인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산하 한미연구소(USKI) 로버트 갈루치 이사장. 지난해 6월 이사장으로 영입된 그는 최근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청와대가 재구 USKI 소장 사퇴 및 예산 중단 압력을 넣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 연합뉴스

“워싱턴 현지 오피니언 리더들한테 어필하지 못하고 한국 측과도 소통하지 못하는데 왜 있어야 합니까.”

워싱턴 특파원으로 부임한 해인 2014년 한국학에 관심이 많은 한 싱크탱크 관계자는 워싱턴에 있는 한국 관련 연구소인 한미연구소(USKI)와 한미경제연구소(KEI)의 존재에 대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한국 정부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이들 연구소가 정작 한·미 두 나라의 가교 역할은커녕 현지 오피니언 리더들한테도 활동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었다.
USKI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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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SKI 홈페이지

워싱턴에 있는 또 다른 한국 관련 연구소인 한미경제연구소(KEI)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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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싱턴에 있는 또 다른 한국 관련 연구소인 한미경제연구소(KEI) 홈페이지

2015년 5월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식(현 금감원장)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워싱턴에 ‘암행 감찰’을 다녀갔다는 소식이 들렸다. 정무위가 담당하는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경사연)가 관리·감독하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USKI에 예산을 지원하는데, USKI가 역할은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예산을 불투명하게 집행한다는 지적에 따라 현장 점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싱크탱크가에서는 ‘한국 국회와 정부가 드디어 USKI에 칼을 뽑는구나’고 했지만, 후속 결과는 전해지지 않았다.
김미경 기자

▲ 김미경 기자

2016년 7월 미 대선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린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김 원장을 우연히 만났다. 국회의원 재선에 실패한 뒤 여의도에 개인 연구소를 차렸다고 했다. 미 대선 등 워싱턴 돌아가는 얘기를 나누다가 궁금해 물었다. “USKI 점검 후속 조치는 어떻게 됐어요?” 그는 USKI 소장 등에게 수차례 경고를 했고 예산을 일부 조정했지만, 국회의원이 아니라서 동력을 잃었다고 털어놨다. 그렇지만 함께 일했던 보좌진, 정무위 소속 동료 의원 등과 정보를 공유했으니 국회에서 계속 논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8년 4월 USKI가 갑자기 논란의 중심에 섰다. 2006년 설립된 뒤 12년째 소장을 맡아 온 재미교포 재구(한국명 구재회) 소장이 보수 성향이라며 청와대가 사퇴 압력을 넣었고 예산 지원을 중단했다는 이른바 ‘해외판 블랙리스트’ 의혹이 보수 언론을 통해 등장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6월 USKI 이사장이 된 지한파 로버트 갈루치까지 이들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구 소장 살리기’에 나섰다. 이에 청와대와 경사연, KIEP는 “외압은 없었다. 구 소장이 불투명한 예산 집행을 시정하지 않아 내린 조치”라고 반박하고 있다.

스스로 공화당 성향이라고 밝힌 구 소장은 불투명한 예산 집행과 비효율적 사업 등에 대한 국회 등의 지적을 받을 때마다 지난 10여년간 USKI에 1~2년씩 연수를 다녀간 한국의 유력 보수 정치인과 공무원, 언론인 등과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위기를 극복했다’는 것이 USKI 안팎의 평가다. 이런 구 소장이 방만 경영에 책임져야 한다는 한국 국회와 정부의 지적에 블랙리스트 주장으로 맞서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KIEP는 이제라도 연간 예산 50억원 넘게 지원하는 USKI와 KEI 등 한국 관련 싱크탱크를 재평가해 불필요하다면 과감히 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 대미 공공외교 강화를 위해 존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면 뼈를 깎는 환골탈태가 절실하다.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2018-04-1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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