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도시재생의 새로운 목표/황두진 건축가

입력 : ㅣ 수정 : 2018-04-06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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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두진 건축가

▲ 황두진 건축가

 고도성장기는 끝났다. 대한민국은 또 다른 변화를 겪는 중이다. 그 결과 자주 듣게 되는 말의 하나가 도시재생이다. 도시재생이란 있던 것을 싹 쓸어버리고 새로 만드는 재개발 혹은 재건축과는 다른 개념이다. 기존의 상황을 존중하고 삶의 연속성을 확보하려 한다는 점에서 일단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시도다. 그러면서도 어떻게 정체에 빠지지 않고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어 낼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다. 도시는 살아 있는 유기물처럼 항상 변화한다. 그런 점에서 도시재생은 단순 보존이나 환경 개선, 혹은 박제가 아니다.

 도시재생은 인구 문제와 깊은 관련이 있다. 도시를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인구는 엔진과도 같은 존재다. 따라서 인구의 변화는 사회의 동력이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도시재생이라는 개념 자체가 인구 증가율의 둔화와 이로 인한 인구의 감소라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서구에서는 이미 1970년대부터 시작됐다. 일시적 사업이라기보다는 시대의 과제이며 가시적 성과를 내는데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통상 인구라고 묶어서 부르지만 면밀히 말하자면 상주인구와 유동인구는 별개의 개념이다. 상주인구는 그 지역에 사는 사람을 말한다. 반면 유동인구는 그 지역에서 일을 하거나 혹은 단순히 방문, 통과하는 사람까지도 포함한다. 이 두 집단의 사회적 성격은 완전히 다르다. 예를 들어 상주인구의 상당수는 그 지역의 유권자지만 유동인구는 꼭 그렇지 않다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이 두 집단은 다르게 행동한다. 상주인구만으로는 정체에 빠지고 유동인구만으로는 지속 가능성이 없다. 어느 쪽을 중시하느냐에 따라서 도시재생의 방향과 목표도 달라질 것이다.

 서울의 경우 전통적인 구도심이라고 할 만한 사대문 안의 상주인구는 현재 30만명에 훨씬 못 미친다. 대한제국 말기인 1909년의 통계에 따르면 사대문 안과 성저십리를 포함한 한성부의 상주인구는 23만명 정도로 그 대부분은 사대문 안에 거주하고 있었다. 결국 사대문 안 상주인구는 100년 전으로 돌아간 셈이다. ‘강북은 만원이다’라는 구호 아래 이탈을 권장했던 그 서울의 구도심이 이제 텅 비어 있는 것이다. 물론 유동인구는 이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래서 낮에는 붐비지만 밤이 되면 대부분 다른 지역으로 떠나기 바쁘다. 그 대규모 이동에 필요한 시간과 에너지 또한 상당하다. 개인으로서는 삶의 질이 낮아지고 사회적으로는 환경문제를 낳는다. 미국 도시에나 있는 것으로 알았던 도심 공동화 현상은 더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엄연한 현실이며 해결돼야 할 과제다.

 도시재생을 위한 노력의 상당 부분은 바로 이런 구도심과 그 주변 지역을 대상으로 한다. 일단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그 논의는 여전히 상주인구와 유동인구의 이원화를 배경으로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구도심은 일자리 창출, 주변 지역은 주거지 개선, 이런 식이다. 여전히 도시의 평면적 기능 분할과 이로 인한 인구의 대규모 이동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새로운 접근은 아니다.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는 가운데가 뻥 뚫려 있는 도넛과 같은 도시 구조를 개선하기 어려우며 오히려 그 상황을 더욱 강화할 우려도 있다.

 그런 점에서 과감한 발상의 전환을 제안한다. 즉 상주인구와 유동인구의 균형을 도시재생의 최우선 목표로 삼자는 것이다. 특히 상주인구가 심각하게 감소한 구도심의 주거 기능 회복을 과제의 최우선 순위에 둘 필요가 있다. 단 기존의 도시 맥락을 파괴하지 않고도 새로운 인구를 유입하는 방법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산업의 에너지가 빠져나간 구도심의 비어 있는 건물 상부를 주거로 개조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일종의 상가주택, 혹은 주상복합이며 나의 용어로는 ‘무지개떡 건축’이다. 고도성장기에 교외로 확산됐던 상주인구를 다시 끌어들이는 것이다. 인구가 줄어들수록 인구를 모으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을 청년 주거 문제의 해결과 연결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주거와 일반 도시 기능 간의 긴밀한 상호작용을 통한 상주인구와 유동인구 간의 균형, 이것이 도시의 미래라고 믿는다. 도시재생이 그 해결의 실마리가 될 것을 기대한다.
2018-04-0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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