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문무대왕함 출동때 국방장관 패싱 논란

입력 : ㅣ 수정 : 2018-04-04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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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 해역 피랍 3명 구출 급파… 靑, 합참에 직접 출동 지시
軍 안팎 “지휘계통 무시한 조치”
문무대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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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무대왕함

아프리카 가나 해역에서 해적에게 피랍된 우리 국민 3명을 구출하기 위해 4500t급 구축함 문무대왕함을 현지로 급파하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송영무 국방부 장관을 제외한 채 합동참모본부에 직접 출동을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가 일선 부대의 이동을 지시하면서 국방부 장관을 ‘패싱’한 것은 군 지휘계통을 무시한 조치라는 비판이 군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3일 청와대와 군 등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새벽 베트남·아랍에미리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게 청해부대 급파를 지시했고, 정 실장은 이상철 안보실 1차장을 통해 정경두 합참의장에게 문무대왕함의 이동을 명령했다.

이에 따라 정 합참의장은 같은 날 오전 9시 오만 살랄라항 앞바다에서 임무수행 중이던 문무대왕함을 피랍 해역으로 이동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정 합참의장은 이 같은 내용을 송 장관에게 사후 보고했다고 알려졌다.
경례받는 송영무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9일 오후 대전 유성구 국군간호사관학교에서 열린 제58기 졸업식 및 임관식에서 졸업생도들의 경례를 받고 있다. 2018.3.9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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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례받는 송영무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9일 오후 대전 유성구 국군간호사관학교에서 열린 제58기 졸업식 및 임관식에서 졸업생도들의 경례를 받고 있다. 2018.3.9 연합뉴스.

현행 국군조직법에는 ‘국방부 장관은 대통령의 명을 받아 군사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고 합참의장 등을 지휘·감독한다’고 돼 있다. 또 합참의장은 국방부 장관의 명을 받아 각군 작전부대를 작전지휘·감독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이 차장이 송 장관이 아닌 정 합참의장에게 직접 문무대왕함 이동을 지시한 것은 이 같은 국방장관의 법적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청와대 측은 시급성을 감안해 청해부대를 지휘, 운용하는 합참에 직접 전달했을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한다. 합참 측도 “청와대 지시 전에 이미 문무대왕함 이동을 포함한 다양한 옵션을 점검했고, 청와대 연락이 온 직후 정 합참의장이 송 장관에게 보고한 만큼 큰 문제는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송 장관은 전날인 지난달 27일 이미 정 합참의장에게 ‘상부 지시가 있을 경우 언제든 문무대왕함이 이동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군에서는 법적으로 군 지휘계통이 굳건하게 설정돼 있고, 장관이 외유 등으로 자리를 비운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직접 합참의장에게 중요한 작전 지시를 내린 것은 군 통수권을 지나치게 폭넓게 행사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헌법과 국군조직법상 대통령이 군 통수권을 갖고 있지만, 신중한 행사 등을 위해 국무회의 심의 및 문서를 통한 행사 등의 조건을 규정하고 있으며 법률로 국방장관에게 권한을 위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 정부 출범 초기부터 제기돼 온 송 장관과 청와대 외교안보라인 간의 보이지 않는 갈등이 표출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박홍환 선임기자 stinger@seoul.co.kr
2018-04-0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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