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방문 사실 드러나… 비판 여론에 사과 표명

성추행 의혹에 휩싸였던 정봉주 전 국회의원의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정 전 의원에게 유리한 방송으로 논란을 빚은 SBS 시사 프로그램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 시청자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정 전 의원이 28일 성폭력 장소로 지목됐던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현 켄싱턴호텔)을 방문했던 사실을 시인하자 이날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홈페이지에는 진행자 하차와 프로그램 폐지를 요구하는 글이 빗발쳤다. 일부 시청자들은 청와대에도 김어준 퇴출과 프로그램 폐지를 청원하는 게시글을 올리고 서명을 받고 있다.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지난 22일 정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을 다루며 2011년 12월 23일 사건 당일 그의 행적을 입증하는 780장의 사진을 단독 입수해 공개했다. 김어준과 정 전 의원은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의 멤버로 당초 이 프로그램에서 정 전 의원의 사건을 다루는 것 자체가 편파 소지가 있다는 논란이 제기됐었다.

이를 의식해 방송에서 김어준은 “입수한 사진을 바탕으로 사실관계만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일 낮 12시부터 오후 3시 사이에 홍대에 위치한 ‘나꼼수’ 녹음실과 식사 장면이 찍힌 정 전 의원의 사진 10여장만 공개해 그가 호텔을 방문한 적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방송을 편파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 박훈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정 전 의원이 을지병원에 간 사진 등을 확보하고도 공개하지 않고, 모자이크 처리해 그 시간대를 숨겼다”며 “SBS는 사기 방송을 허용했고, 거짓을 덮기 위해 또 다른 거짓을 불러왔다”고 주장했다. 한 시청자는 “최소한의 검증 없이 편파적으로 방송했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잦아들지 않자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제작진은 이날 오후 늦게 공식 입장문을 내고 “논란이 된 특정 시간대에 대한 사실 확인에 집중했을 뿐 사건 전체의 실체에 접근하려는 노력이 부족해 결과적으로 진실 규명에 혼선을 야기했다”면서 “시청자와 피해자 A씨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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