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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김정은 첫 방중 성과는···“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

北김정은 첫 방중 성과는···“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

입력 2018-03-27 20:30
업데이트 2018-03-2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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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박2일간의 베이징 방문 일정을 마치고 27일 떠났다.
中공안 철통 호위
中공안 철통 호위 27일 북한 최고위급 인사를 태운 승용차가 공안의 호위를 받으며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회당 인근 주요 도로인 창안 거리를 지나고 있다. 이 최고위급 인사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나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일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과 중국이 관계를 개선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 로이터 연합뉴스
복수의 소식통들은 27일 “북한의 고위급 사절단을 태운 열차가 오후 베이징역을 출발했다”고 전했다. 이 열차는 지난 25일 밤 10시30분쯤 중국 랴오닝성 단둥을 지나 26일 오후 베이징에 도착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로써 북한과 중국이 전격적으로 관계를 되돌렸음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양국 관계는 2013년 친중파 장성택 처형, 2017년 김정남 피살 사건 등으로 계속 냉각되어갔다. 북한은 2017년부터 본격화된 중국을 통한 대북 제재 때문이다. 중국에 체류 중인 한 북한인은 최근 서울신문에 “유엔이 인도주의로 허락한 기본적인 의약품까지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경제 문제가 아니다. 일제시대 수탈보다 심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유엔을 빙자한 사실상 중국의 자의적인, 단독 제재로 여기는 것이다. 지난해 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보낸 쑹타오 특사를 김정은이 푸대접한 배경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 북·중 간의 만남은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는’ 현실을 새삼 보여준다.

중국은 한반도에서 ‘주변인’으로 전락하고 있는 상황을 우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남·북·미’를 축으로 급격히 돌아가는 판도에 소외됐다가는 한반도에서의 영향력을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27일 한 외교 소식통은 진단했다. 지난 19일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북·중 우호 관계를 한·미·일이 방해해선 안 된다”는 뜬금없는 주장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북한은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 국가”라거나 “동북아에서 찾기 힘든 고도의 자주독립국”이라고 치켜세웠다. 이때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스웨덴을 들른 뒤 베이징에 체류 중이었다. 그리고 지난 25일 북의 1호열차가 단둥을 넘어 베이징을 향해 달렸다. 지난 5일 이후 북의 매체에서 사라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중 만남을 준비했던 듯 보인다.
지난 26일 밤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 주변에 공안요원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이날 북한 최고위급 인사를 태운 21량 전용열차가 베이징에 도착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자 이 인사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인지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베이징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26일 밤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 주변에 공안요원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이날 북한 최고위급 인사를 태운 21량 전용열차가 베이징에 도착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자 이 인사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인지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베이징 로이터 연합뉴스
북한은 미국을 다루는 데 누구보다 중국이 필요했을 수 있다. 미국 정가와 학계에서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대북 제재’를 맞교환하는 방식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ICBM은 미국, 제재는 중국에 관한 것인 만큼 이 구상을 이루기 위해 중국을 움직여야 했다.

북·중 간 만남에 대가는 없었을까. 이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은 미국이다. 앞선 북한인의 언급처럼 대북 제재를 소리 없이 죌 수도, 풀 수도 있는 게 중국이다. 대북 제재에 균열은 없을지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미·중 긴장이 높아질 수도 있다.

북은 러시아와도 접촉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북·러 회담이 성사되면 북한은 핵을 놓고 일본을 제외한 한국, 미국, 중국, 러시아 모두와 회담을 하게 된다.

결국 북한은 실질적인 운전석을 구상해 온 셈이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이 미·중 간 전략적 경쟁구조 사이에서 이익을 확보하고 협상 주도권을 잡으려 반 박자 빠른 행보를 보였다”며 “대중 관계 개선은 미국과 비핵화 협상 때 바게닝칩(협상용 패)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청와대는 이날 일단 북·중 만남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북한 방중단과 관련, 이날 오후 “아는 바가 없다. 말할 게 있으면 제때 발표하겠다”고만 말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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