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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MB 수백억 비자금·다스 실소유주 의혹 상당 부분 소명”

법원 “MB 수백억 비자금·다스 실소유주 의혹 상당 부분 소명”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18-03-23 01:58
업데이트 2018-03-23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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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영장 발부 배경은

MB 뇌물·횡령 주도했다고 판단
영장심사 거부도 구속에 영향

법원이 22일 이명박(77)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은 이 전 대통령이 거액의 뇌물 수수 및 수백억원대의 비자금 조성을 주도했거나 적어도 알고 있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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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밤 늦게 “범죄의 많은 부분에 대해 소명이 있다”면서 “피의자의 지위, 범죄의 중대성 및 수사 과정에 나타난 정황을 비춰 볼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핵심은 범죄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이 됐는지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뤄진 이 전 대통령 측근들의 진술과 청계재단의 영포빌딩 지하 비밀창고 등에서 확보한 증거자료 등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이 110억원대 뇌물을 받고 350억원대 횡령을 저지르는 과정에서 최소한 이 같은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고, 나아가 이 전 대통령이 주도했다고 볼 만한 이유가 있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이 지난 14일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으면서 대부분의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고, 검찰의 수사 과정에 반발해 22일 오전으로 예정됐던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마저 출석을 거부한 점도 영장 발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법원은 이 전 대통령이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고 일정한 주거가 없을 때,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을 때,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을 때 등 세 가지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구속할 수 있다.

검찰은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등 이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의 진술을 토대로 이 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상납이나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한 민간부문에서 뇌물을 받은 사실들을 모두 알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구속영장에 적시된 뇌물 액수는 110억원대다.

구속을 결정하는 데 주요한 쟁점으로 손꼽혔던 다스 실소유주 의혹에 대해서도 법원은 검찰 측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다스는 이 전 대통령의 차명 회사가 맞다고 적시했고, 따라서 다스 경영비리 등의 혐의 사실이 충분히 입증된다는 입장이다. 김성우 전 다스 사장과 권승호 전 다스 전무 등 관계자들이 검찰에 자술서를 제출하며 2007년 검찰 수사와 2008년 특검 수사에선 거짓 진술을 했다며 말을 바꿨고, 검찰은 이러한 측근들의 진술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설립 당시부터 관여해 수시로 현안을 보고받았고 세부적인 경영상황을 지시한 게 맞다고 결론 냈다. 영포빌딩 압수수색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이 대통령 재임 시절에도 다스 관련 보고를 직접 받았다는 증거를 확보했다.

반면 이 전 대통령 측은 김 전 기획관을 비롯한 측근들의 진술에 대해 “처벌을 경감받기 위한 허위 진술”이라고 주장했고, 검찰이 제시한 다스 관련 청와대 문건에 대해서도 “조작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이 확보한 핵심 진술과 증거자료가 모두 이 전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는데 이 전 대통령이 유일하게 “다스는 형님(이상은 다스 회장) 것”이라면서 모르쇠로 일관한 데다 관계자들의 진술마저 거짓으로 치부해 버리면서 법원으로선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도 “이 전 대통령이 기초적 사실관계까지도 전부 부인하는 데다 이 전 대통령의 영향력 아래 있던 인물들을 중심으로 최근까지도 증거인멸과 말 맞추기가 계속되고 있다”며 구속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 전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에 응하지 않기로 하면서 피의자에게 주어진 방어권 행사도 포기하고 여기에 변호인단이 이 전 대통령을 강제구인하지 않을 때에만 법정에 나와 의견을 밝히겠다고 하는 등 검찰의 수사 및 사법 절차에 불신을 드러낸 점도 불리한 요소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피의자가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하면 영장전담 법관은 검찰의 수사기록과 증거자료 등을 바탕으로 서류심사로만 구속 여부를 결정한다. 물론 변호인단이 이 전 대통령의 혐의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100여쪽 분량의 의견서도 내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어 구속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불구속 수사를 주장하는 의견서를 제출했지만 피의자를 직접 대면하는 것과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2018-03-2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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