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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 정보유출 내부고발자 “페이스북, 미디어 역할 저버려”

페북 정보유출 내부고발자 “페이스북, 미디어 역할 저버려”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3-22 16:38
업데이트 2018-03-22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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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인터뷰…“내가 도운 정치세력이 극우성향 보이는 데 염증”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최고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도용 사실이 세상에 알려진 데는 내부 고발자이자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 전 직원인 크리스토퍼 와일리(28)의 제보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1일(현지시간) 소개했다.

캐나다 출신으로 영국에 거주하는 와일리는 2013년 세계 곳곳에서 ‘정보 작전’을 수행하는 SCL그룹에서 근무했다. 그는 이곳에서 리서치 감독관으로 일하며 회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후원자이자 억만장자인 로버트 머서의 자금 지원을 받아 미국 정치에 특화한 ‘CA’를 출범시키는데 참여했다.

회사는 곧 야심 차게 데이터 수집에 나서 성격 검사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페이스북 이용자 5천만명의 개인정보를 확보했다.

와일리는 이 모든 일이 알렉산더 닉스 최고경영자(CEO) 아래서 이뤄졌지만 머서의 딸 레베카와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도 이를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러시아계 미국인 심리학자인 알렉산더 코건 케임브리지대 심리학 교수의 도움으로 가능했다고 밝혔다.

그는 초창기까지만 해도 데이터 수집 전략의 영향력에 대해 회의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코건 교수는 회사로부터 1천 달러를 지원받아 이 앱을 내려받은 1천여명과 이들과 연결된 친구들 16만 명에 대한 정보를 단 몇 시간 만에 분석해냈다.

CA는 1만 달러를 투자해 2차 시험을 진행했고, 코건 교수는 페이스북의 ‘좋아요’를 누른 기록을 토대로 이름과 고향, 생년월일, 종교적 성향, 학력, 직업, 선호도 등 100만 건에 이르는 정보를 도출해냈다.

회사는 곧 이 정보를 유권자 명단과 상업용 정보 브로커의 정보 등과 연계해 놀랄 정도로 정교한 미국 유권자의 경향을 파악해냈다.

와일리는 페이스북을 통한 정보 수집행위에 대해 처음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2015년 전까지만 해도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은 앱 개발자들이 이런 정보를 쉽게 가져갈 수 있도록 허용했기 때문이다.

CA가 각 유권자에게 가장 효과가 큰 홍보 방법을 알아내고자 다른 정보와 연계해 미국 전체 유권자를 파악하려고 시도한 적이 있는데 이는 이미 다른 나라에서 시도된 것이기도 했다.

와일리는 그러나 자신이 돕는 정치 세력이 점점 극우 쪽으로 흐르는 성향을 보이는 데 염증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민자를 몰아내고 강성 국가로의 회귀, 미국 백인 남성을 겨냥한 테마를 발굴해 재정립하는 일이 주어진 것도 내적 갈등을 부추겼다.

그는 자신과 반대되는 보수 성향의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정치 타게팅 도구를 개발한 데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이 과정에서 자신과 동료들이 닉스 CEO와 부딪히곤 했다고 밝혔다. 그는 2014년 런던의 한 커피숍에서 닉스 CEO에게 올해 말까지만 회사에 다니겠다고 통보했을 때 들은 “두고 봐라, 너는 나가고 우리는 백악관으로 갈 것”이라는 답이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고 술회했다.

일각에선 와일리가 내부 고발자이지만 ‘흠결’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애초에 페이스북 이용자 수천만명의 정보 수집을 도와서는 안됐다는 점에서다. 또 몇 년이 지난 뒤에서야 의혹을 제기했다는 점도 문제삼는다.

와일리는 이에 대해 “나도 내가 한 일이 딱히 자랑스럽지는 않다”며 지금이라도 밝혀 바로 잡으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2016년 트럼프 당시 미 대선 후보가 자신이 CA에 몸담았던 2014년 개발된 구호들을 내세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불편해졌다고 털어놨다.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 정계의 부패를 씻어내겠다는 의미로 사용한 ‘오물을 빼내자’라는 구호나 장벽 건설과 같은 아이디어가 CA의 작업물이라는 것이다.

와일리는 “작은 후진국에서 선거를 조작하는 것과 트럼프의 백악관 입성은 파급효과가 다르다”며 “취임식을 보고 급소가 찔린 듯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의 대처방식도 와일리의 심기를 건드렸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CA에 관해 취재하던 영국 언론에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은 와일리는 이달 초 페이스북으로부터 스마트폰과 컴퓨터 접근을 받아들이라는 내용의 일방적인 편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영국 당국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으며 개인 기업에 협조할 이유가 없어 이를 거절했으며, 그러자 페이스북은 지난 16일 블로그에 코건 교수와 와일리, CA의 계정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와일리는 페이스북이 정보 유출을 이미 오래전 알고 있었다는 점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페이스북은 국가나 정부가 아니다. 나는 사법당국에 이미 협조하고 있다”면서 “페이스북의 협박에 굴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공격하려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들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비협조적이었다”며 “미디어로의 역할을 존중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와일리는 또 자신의 트위터에 영국과 미국 의회에서 이번 정보유출 건에 대해 증언해 달라는 요청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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