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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안에 ‘수도’ 규정 명시···행정수도 재추진 가능성 열어둬나

개헌안에 ‘수도’ 규정 명시···행정수도 재추진 가능성 열어둬나

이기철 기자
이기철 기자
입력 2018-03-21 14:03
업데이트 2018-03-21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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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 내세워 토지공개념 정책근거 확보

청와대가 21일 두 번째로 발표한 대통령 개헌안의 최대 하이라이트는 ‘수도’ 조항을 헌법에 명문화한 것이다. ‘대한민국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의 틀을 깨고 수도를 법률로서 정할 수 있는 조항을 헌법에 신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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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이 21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중 ’지방분권’과 ’경제부분’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이 21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중 ’지방분권’과 ’경제부분’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물론 수도 규정을 법률에 위임한 것 자체로는 서울을 수도로 삼고 있는 현행 행정시스템에 아무런 변화를 줄 수 없다. 그러나 성문화되지 않은 관습헌법의 낡은 틀에 더이상 얽매이지 않고 앞으로의 ‘수도 이전’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특히 14년만에 세종시의 행정수도 규정을 다시 추진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확보됐다고 할 수 있다. 참여정부는 지난 2003년 12월 특별법 제정을 통해 세종시의 행정수도 건설을 추진했으나 2004년 1월 헌법재판소가 관습헌법을 고리로 위헌결정을 내리면서 좌절된 바 있다.

만일 개헌이 이뤄진다면 현재 서울시 행정특례법이 수도를 서울로 한다는 조항을 두고 있는 것처럼 세종시 특별법이나 행정복합도시 건설 특별법 등에 ‘수도 위임’ 조항을 담는 방식으로 세종시의 행정수도 규정을 추진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앞으로 정치적으로 큰 논란과 함께 국민적 공론화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뒤따를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이번 개헌안에서 가장 큰 의의를 띠는 것은 ‘지방분권국가’를 선언한 것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당시 강조해온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금의 수도권의 비대화와 지방의 낙후화를 방치할 경우 국가가 일정 시점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를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상황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문 대통령은 참모들과 개헌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수도권 1등 국민, 지방 2등 국민으로 지역과 국민이 분열됐다”며 “수도권이 사람과 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개헌안은 당장 ‘지방자치단체’라는 명칭부터 ‘지방정부’로 개칭하고 조직구성과 운영에 대한 ‘자주권’을 포함해 실질적 권한을 대폭 이양했다. 자치행정과 자치입법권을 강화하고 자치재정권을 보장한 것이 이 같은 지방분권의 근간을 이룬다.

다만 주민의 참여 권리를 명확히 함으로써 지방자치 강화에 따른 부분적 폐단과 부작용을 차단한 점이 의미있다. 사실 지방자치 시행 이후 지방토호들의 권력화와 지역 이기주의 등으로 지방자치 강화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개헌안은 주민들이 직접 지방정부의 부패와 독주를 견제할 수 있도록 법률상의 권리였던 주민발안·주민투표·주민소환제도를 헌법 조항으로 ‘격상’시켰다.

이른바 ‘제2 국무회의’로 불려온 국가자치분권회의를 신설한 것은 정책 추진과 입법과정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소통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매우 의미있는 의사결정 구조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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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세종시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이번 개헌안에서 가장 뜨거운 논란을 예고하는 대목은 ‘토지공개념’을 명시한 것이다.

사적 소유의 대상이라는 인식이 강한 토지에 대해 국가가 ‘공공성’을 내세워 일정한 제약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 토지공개념의 핵심으로, 기존 헌법(23조 3항과 122조)에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해석상’의 개념일 뿐이어서 이에 뿌리를 두고 시행된 정책의 상당수는 그동안 도입과 폐지를 되풀이해왔다.

1988∼1989년 노태우 정부는 헌법 122조를 근거로 택지소유상한제, 토지초과이득세, 개발이익환수제 등 이른바 ‘토지공개념 3법’을 도입했으나 모두 헌법불합치나 위헌 판정을 받아 폐기됐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도 종합부동산세,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도가 도입으나 논란 끝에 무력화되거나 시행이 연기된 바 있다.

이에 따라 개헌안은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헌법에 명시했다. 이는 그만큼 토지의 소유와 집중의 불균형이 사회·경제적 정의를 실현하는 데 있어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최근 소득 양극화가 심화하는 추세 속에서 토지공개념에 대한 우호적 여론이 조성돼있다는 점에서 토지공개념의 강화는 시대적 추세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실제 개헌이 이뤄지고 토지공개념을 반영한 정책들이 다시 추진될 경우 과거와 같은 재산권 침해 논란이 되풀이 될 가능성은 농후해보인다.

이번 개헌안은 헌법 119조2항에 포함된 ’경제민주화‘의 개념을 한층 강화했다. 자유와 경쟁에 기초한 경제질서를 보장하되, 시장 지배력과 경제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규제와 조정권한을 국가가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는 의미다.

우리 경제의 풀뿌리에 해당하는 소상공인 보호와 육성이 명시적으로 들어간 점이 그 핵심이다. 골목상권 보호와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국가가 적극적 노력을 다할 의무를 규정한 것이다.

소비자의 권리를 보장한 조항도 의미있게 평가해볼 대목이다. 기업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소비자의 권익을 신장하겠다는 의미로, 현행 헌법상의 ’소비자보호운동 보장‘ 규정을 ’소비자 운동‘으로 개정함으로써 권리신장의 개념을 크게 확장시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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