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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 “페북으로 대중선동·선거조작 했다”

CA “페북으로 대중선동·선거조작 했다”

강신 기자
강신 기자
입력 2018-03-20 22:32
업데이트 2018-03-20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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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만명 개인정보 유출 파문

영국 방송서 ‘SNS 심리전’ 실토
전 세계 불법 정치공작 등 관여
페북 하루 새 시총 39조원 증발
‘충격’ 이용자들 대거 탈퇴 조짐
페이스북 이용자 5000만명의 개인정보를 빼내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 당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캠프에 흘려 트럼프 측이 선거 심리전을 벌일 수 있게 한 데이터 분석회사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대중을 선동해 온 사실을 시인했다.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둘러싸고 페이스북의 책임론이 불거지는 가운데 페이스북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367억 달러(약 39조 2763억원)가 날아갔다. 충격을 받은 사용자들의 대규모 페이스북 탈퇴 움직임도 감지된다.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는 모양새지만,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왼쪽)는 침묵하고 있다.

영국의 채널4 뉴스는 19일(현지시간) CA 고위 관계자가 페이스북 등 SNS 심리전에 대해 실토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채널4는 스리랑카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당선시키고 싶은 재력가 등 고객으로 위장해 CA에 접근했다.

공개된 영상에서 마크 턴불 CA 글로벌 담당국장은 “우리는 상대에게 불리한 정보를 ‘인터넷의 핏줄기’에 주입한 뒤 어떻게 커 가는지 지켜보고, 리모컨을 조작하듯 조종한다”면서 “SNS 공작은 사람들이 ‘선동’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게 은밀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털어놓았다.

CA가 성 성납, 뇌물 등 각종 불법적 수단을 동원해 정치공작을 벌인 사실도 드러났다. CA의 CEO 알렉산더 닉스(오른쪽)는 신분을 속인 취재진에게 “우리는 전 세계 각지에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비밀리에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면서 “후보 주변에 여성을 보낸다. 우크라이나 여성이 매우 예쁘고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또 다른 CA 고위관계자는 “나이지리아, 케냐, 체코, 인도, 아르헨티나 등에서 200여 차례 정치 공작을 벌였다”고 했다. 이 보도와 관련, CA 대변인은 “우리는 함정이나 뇌물과 같은 수법을 절대 쓰지 않는다. 잠재적 고객이 비윤리적·불법적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떠보려고 한 통상적인 대화”라고 밝혔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페이스북의 주가는 6.77% 급락했다. 최근 4년간 하루 낙폭으로는 최대치다. 저커버그는 자산 가치 60억 6000만 달러를 잃었다. 미국, 유럽 등 이용자 사이에서는 ‘페이스북 탈퇴·비활성화’ 캠페인이 진행 중이다.

미 연방 상원의원들은 이날 “페이스북, 구글, 트위터 등 막대한 개인정보를 모아 판매하는 기업에 대한 감시와 규제가 없으면, 사생활뿐 아니라 미국 선거의 신뢰에도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저커버그는 그러나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016년 러시아의 미 대선 의혹이 불거졌을 때 페이스북 내부에서 보안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으나 저커버그가 ‘미쳤냐’며 일축했다”고 전했다.

전날 NYT와 가디언은 CA가 페이스북에서 얻은 개인정보를 분석한 데이터를 트럼프 캠프에 제공했으며, 트럼프 캠프가 이를 바탕으로 선거 심리전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CA는 영국 케임브리지대 심리학 교수 알렉산드르 코건이 개발한 성격 검사 애플리케이션(앱) ‘디스이즈유어디지털라이프’를 받도록 유도하고, 이 앱을 통해 사용자의 위치 정보, 친구, ‘좋아요’를 누른 자료 등을 수집했다. 앱을 내려받은 사용자는 27만명으로 이들과 연결된 사용자까지 5000만명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2018-03-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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