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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사태 본질은 외국자본의 먹튀”

“한국GM 사태 본질은 외국자본의 먹튀”

홍인기 기자
홍인기 기자
입력 2018-03-19 21:23
업데이트 2018-03-19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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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자본 먹튀 대표적 사례인 하이디스 노조위원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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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목 금속노조 하이디스 지회장
이상목 금속노조 하이디스 지회장 이상목 금속노조 하이디스 지회장이 19일 경기 이천의 한 카페에서 외국자본의 먹튀 이후 무너진 노동자의 삶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외국기업이 들어와 회사 특허 기술만 빼가고 열심히 일하던 사람들은 모두 쫓겨났어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윤을 빼돌려도 기업은 비난의 대상이 되지 않잖아요.”

19일 만난 이상목(45) 금속노조 하이디스테크놀로지 지회장은 최근 한국 제너럴모터스(GM)의 군산공장 철수와 관련해 “사태 본질은 해외자본의 ‘먹튀’”라고 강조했다. 외국기업 먹튀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하이디스에서 먹튀 전후 고통을 경험한 이 지회장은 “한국GM 사태가 남 일 같지가 않다”고 했다. 하이디스 노동자들이 겪었던 먹튀 때와 비슷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 지회장은 “군산공장 폐쇄는 자본철수 계획을 위한 시작”이라고 말했다.

하이디스는 1989년 현대전자 평판 패널 디스플레이(LCD) 사업본부로 출발한 회사다. 2003년 중국 BOE에 팔려 2006년 부도 처리됐고 2008년 대만 이잉크 그룹으로 인수됐다. 3년 만에 하이디스를 부도처리한 BOE는 당시 하이디스 기술을 기반으로 현재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업계의 선두주자가 됐다.

하지만 1719명이었던 하이디스 직원은 이잉크로 인수되던 당시 1167명으로 줄었고 2013년 희망퇴직과 정리해고로 2014년 337명이 됐다. 2015년 마지막 정리해고로 남아 있던 이 지회장을 포함해 노동자 전원이 일터를 잃었다.

하이디스는 현대그룹, GM은 대우그룹에서 출발했다. 외환위기 이후 달러 수급을 위해 외국 자본에 팔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지회장은 “외환위기 전후 국내 알짜 기업을 인수한 해외자본은 온갖 방법으로 수익을 빼먹었고, 이후 수익성이 떨어지자 한국법인과 노동자들은 버려졌다”고 말했다.

하이디스는 이잉크에 인수된 이후 2014년 840억원 흑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상 큰 이상이 없었지만, 노동자들은 해고되고 공장은 폐쇄됐다. 하이디스의 흑자는 현대전자 시절 개발한 광시야각(FFS) 핵심 기술 특허를 기반으로 이뤄낸 수익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장기 노사분규 사례분석을 통한 시사점 도출’ 보고서는 “하이디스처럼 상당한 기술력을 갖고 있는 기업일수록 인수합병 이후 고용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 후발주자인 외국기업은 기술을 빼간 후 경영정상화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지회장은 한국GM에 대해서도 “원가에 가까운 가격으로 본사에 물건을 팔고 차입금에는 높은 이자율을 물리는 등 방법은 다르지만 결론적으로는 먹튀가 이뤄진 것”이라고 봤다.

외국 자본이 돈을 버는 동안 노동자들은 버려졌고, 그들의 삶은 무너졌다. 해고된 지 3년째인 이 지회장은 “아이들 교육에 문제가 생기고, 지인들 경조사조차 챙기기 어려워졌다. 모든 인간관계가 파괴됐다”고 말했다. 경제적 어려움보다 힘들었던 것은 무관심이었다. 그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단식과 고공농성뿐이었다”며 “당시 정부는 ‘노사 문제니 알아서 하라’며 방관했고 언론도 우리 이야기에 주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고는 무효’라며 제기한 민사 소송(1심)에서는 승소했지만, 회사는 30억원의 공탁금을 걸어 가집행 정지 신청을 했다. 법적으로 해고는 무효로 결론났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결국 하이디스 노조는 2심 재판부가 제시한 강제 조정안을 지난달 받아들였다. ‘해고노동자에 대한 회사 보상과 민형사상 제기한 소송을 모두 취하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지회장은 “우리 같은 노동자들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며 정부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부터 20년간 외국 기업으로부터 자본을 수혈하기 위해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했다. 하지만 현재 그 기업들이 자리를 뜨려 하면서 우리가 처한 현실은 어떤지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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