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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미화원, 동료 살해 뒤 시신 유기…살아있는 것처럼 행세까지

환경미화원, 동료 살해 뒤 시신 유기…살아있는 것처럼 행세까지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18-03-19 16:07
업데이트 2018-03-19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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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미화원이 동료를 죽여 시신을 소각장에서 처리한 뒤 피해자 행세를 해오다 덜미가 잡혔다.
환경미화원 동료 살해 뒤 시신 유기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환경미화원 동료 살해 뒤 시신 유기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전북 전주완산경찰서는 살인,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환경미화원 이모(50)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19일 밝혔다.

이씨는 지난해 4월 4일 오후 6시 30분쯤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자신의 원룸에서 동료 A(59)씨를 목 졸라 살해하고 다음날 시신을 비닐봉지에 담아 쓰레기장에 버린 혐의를 받고 있다.

●환경미화원 신분 이용해 시신 처리

이씨가 범행을 덮기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시신을 처리하는 것이었다. 시신 처리를 위해 이씨는 환경미화원이라는 자신의 직업을 백분 활용했다.

이씨는 먼저 시신을 검은색 비닐봉투 15장으로 겹겹이 감싸 일반 쓰레기로 위장했다. 봉투에 시신이 들어있는 모양을 숨기기 위해 옷가지와 이불로 시신을 감싼 뒤 봉투에 넣었다.

부피 때문에 시신이 봉투에 완전히 들어가지 않자 덮이지 않은 부분을 다시 봉투로 씌우기도 했다.

그런 다음 이씨는 시신을 담은 봉투를 자신이 쓰레기를 수거하는 구역인 한 초등학교 앞 쓰레기장에 던져 놓았다.

범행 후 이틀이 지난 4월 6일, 태연하게 일과를 시작한 이씨는 오전 6시 10분쯤 A씨 시신이 담긴 봉투를 쓰레기 차량으로 수거한 뒤 쓰레기 소각장에 버렸다. A씨의 시신은 다른 쓰레기들과 함께 소각장에서 불태워졌다.

●동료 살아있는 것처럼 행세해 휴직계 내고 가족과 연락

이씨가 그 다음에 실행한 일은 범행 자체가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피해자 A씨가 직장에 나타나지 않아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아야 했다. 평소 피해자와 가장 가깝게 지낸 사람이 이씨였기 때문에 피해자가 사라지면 자신부터 의심받을 거라고 직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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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살해하고 진단서 위조해 휴직계 낸 환경미화원
동료 살해하고 진단서 위조해 휴직계 낸 환경미화원 전북 전주완산경찰서는 동료를 살해하고 쓰레기 소각장에서 시신을 불태운 환경미화원을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19일 밝혔다. 사진은 용의자가 피해자가 살아 있는 것처럼 허위 진단서를 만드는 데 사용한 경기도 한 병원 이름이 적힌 도장. 2018.3.19
전북경찰청 제공
그는 ‘아예 처음부터 동료가 죽지 않은 것처럼 하면 어떨까’라고 생각했다.

이씨는 경기도의 한 병원 도장이 찍힌 진단서를 위조했다. 병명은 허리디스크였다.

이씨는 진단서와 함께 숨진 A씨의 이름이 적힌 휴직계를 팩스로 구청에 제출했다. 휴직계를 보내면서 이씨는 A씨 목소리를 흉내내 구청 직원을 속였다. 진단서가 첨부된 휴직계에 전화까지 받은 구청은 별다른 의심 없이 지난해 5월부터 A씨의 휴직을 허가했다.

그 다음엔 A씨의 가족들에게 A씨의 실종을 숨겨야 했다.

이씨는 생전 A씨가 술자리에서 ‘아내와 이혼하고 딸들에게 가끔 생활비를 보내준다’고 했던 말을 기억해냈다.

이씨는 A씨의 휴대전화로 A씨 딸들에게 ‘아빠는 잘 있다’, ‘생활비는 있니?’ 등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면서 안부를 물었다.

메시지를 받은 A씨의 딸들은 아버지가 동료에게 살해된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이씨는 A씨의 딸들이 의심하지 못하도록 한번에 60만원씩 3차례에 걸쳐 생활비를 보냈다. 대학 등록금까지 기간에 맞춰 입금했다.

심지어 누군가 A씨에게 전화를 걸면 전화를 받아 A씨 행세를 하며 연기까지 했다.

●카드 사용 내역에 꼬리 잡힌 범행

그러나 언제까지 이따금씩 보내는 문자 메시지와 돈, 그리고 전화 목소리 연기로 A씨 행세를 하긴 어려웠다.

결국 A씨의 아버지는 A씨와 제대로 연락이 되지 않자 지난해 11월 29일 경찰에 가출신고를 했다.

이후 A씨 자녀들은 이곳저곳을 수소문해 A씨가 살던 원룸으로 찾아갔지만 A씨를 만날 수 없었다. 대신 우편물을 통해 A씨의 카드가 여전히 사용되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됐다. 특히 유흥비가 지나치게 많이 나오는 점이 수상했다. 자녀들은 경찰에 이 사실을 알렸다.

처음에 경찰은 A씨의 실종신고를 일반 실종사건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인천의 한 술집에서 카드가 사용된 내역을 조사하다가 이 사건을 강력사건으로 전환했다. 술집에서 카드를 사용한 사람이 A씨가 아닌 이씨로 확인됐기 때문이었다.

경찰이 지난 7일 이씨에게 출석을 요구했다. 수사망이 좁혀오는 것을 느낀 이씨는 도주했다.

경찰은 이씨 주거지 인근 CCTV를 분석, 인천의 한 PC방에서 이씨를 붙잡았다.

●이씨 “홧김에 범행”…경찰은 금전관계 의심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A씨가 내 가발을 잡아당기며 욕설을 해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 같은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하고 있다. 조사 결과 이씨는 A씨 생전에도 A씨에게 8000만원가량 빌린 사실이 확인됐다. 이씨가 범행을 저지른 지난해 4월부터 최근까지 A씨의 카드로 5750만원을 쓴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은 금전 관계에 의한 범행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신 훼손 여부도 조사 대상이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시신이 이미 소각장에서 처리돼 이씨가 시신을 훼손했는지 밝히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구체적인 살해 동기와 범행 경위를 계속 조사할 예정이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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