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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출 줄 모르는 대학가 ‘미투폭풍’…학교는 ‘강건너 불구경’

멈출 줄 모르는 대학가 ‘미투폭풍’…학교는 ‘강건너 불구경’

입력 2018-03-17 10:18
업데이트 2018-03-1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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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에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폭풍처럼 몰아치고 있으나 학교 측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으면서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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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의 한 대학의 모습  연합뉴스
신촌의 한 대학의 모습
연합뉴스
17일 각 대학의 익명 게시판인 페이스북 ‘대나무숲’에는 하루가 멀다고 교수의 성폭력을 고발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상당수 대학의 총학생회나 총여학생회는 대나무숲 글이나 오픈 카카오톡 등 별도 채널을 통해 제보를 받아 자체적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중 대학 측의 공식적인 조사 대상이 돼 징계 등 조치가 이뤄진 사례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서울의 한 대학 총여학생회는 ‘미투 제보’를 받기로 하고서 약 보름 만에 5건 이상의 제보를 접수했고, 이 중 3분의 1은 제보자가 총여학생회뿐 아니라 학교 차원의 조치를 원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사실관계가 부족하다’는 등 이유를 들며 조사를 개시하지 않고 있다.

이 대학 총여학생회 관계자는 “제보를 학교 측에 전달하면 사회 분위기 때문인지 학교가 빨리 회의를 열기는 하는데 조사에 착수하지는 않는다. 학교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어 답답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서울의 다른 대학에서는 학교 측이 자체적으로 미투 운동과 관련한 위원회를 구성해 성폭력 실태 등을 조사하려 했지만, 내부에서 반대 의견이 있어 위원회 구성 자체가 무산됐다.

이 대학 관계자는 “미투 운동이 사회 전반에 확산하고 대학가에서도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성폭력이 폭로되는 상황에서 학생들의 폭로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현재 학교 관련 미투가 없는데 굳이 먼저 나설 필요가 없다는 반대 의견이 나와 상황을 더 지켜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일부 대학에서는 대학 측이 마치 가해자 입장을 대변하는 것처럼 오해될 법한 공지 메일을 학생들에게 보내 빈축을 사기도 했다.

한양대 학생처는 지난 8일 학생처장 명의로 재학생에 발송한 ‘#미투 운동’ 이메일에서 “의도치 않게 성폭력·성희롱의 가해자가 되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 주시기를 당부한다”고 썼다.

연세대 인권센터는 학생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다만 한 가지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문제 제기 형식이 또 다른 인권침해가 되는 것은 아닌지 한 번 더 생각해 주시길 부탁한다”고 썼다.

이처럼 대학들이 소극적으로 대응하자 피해 학생들은 역시 대학 내 인권센터에 공식적으로 신고하는 대신 SNS를 이용한 폭로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박경미(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학 인권센터 성희롱성폭력 상담소에 올해 1월부터 3월 현재까지 들어온 성폭력 신고·상담은 단 3건에 불과했다.

서울대에서는 학교가 아닌 학내 신문인 대학신문이 총학생회와 협력해 학내 성폭력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설문 조사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성학자인 윤김지영 건국대 교수는 “각 대학의 인권센터나 성평등센터 소장이 교수인 경우가 많아 학생들이 신뢰하지 않고 있다”면서 “교수와 학생 간에 위계관계가 있는 상태에서 교내 센터가 과연 성폭행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학 측이 적극적으로 외부 기관에 조사를 요청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김 교수는 또 “학교가 학생들이 신고할 때까지 기다릴 게 아니라 직접 나서 성폭력 실태조사를 하는 등 선제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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