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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대통령님, 발암물질 없는 학교에서 공부하고 싶어요”

[단독]“대통령님, 발암물질 없는 학교에서 공부하고 싶어요”

김헌주 기자
김헌주 기자
입력 2018-03-16 20:46
업데이트 2018-03-16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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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현초 이희진양, 국회서 손편지 낭독
“학교 옆 아스콘공장 반드시 이전하라”

“동생이 건강한 모습으로 친구들과 함께 뛰어놀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경기 안양시 연현마을에 사는 이희진(11)양은 4년 전부터 어지럼증을 호소해 왔다. 피곤할 때면 턱밑에 좁쌀 같은 ‘혹’이 올라왔다. 만지면 통증이 심했다. 이양의 동생은 증상이 더 심해 병원을 더 자주 드나들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쯤부터 동생의 상태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집 근처에 있는 ‘아스콘’(도로포장 등에 쓰는 건설 자재) 공장이 지난해 11월부터 가동을 멈춘 것과 관련이 깊어 보였다.

연현초등학교에 다니는 이양은 16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지금은 공기가 좋아졌다”면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청소를 하려고 문을 열면 쓰레기 냄새와 자동차 기름 냄새 같은 게 났다”고 말했다. 또 “학교에서 점심시간에 사물함 위를 올려다보면 까만 가루와 먼지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면서 “반 친구 대부분 비염이 생겨 수업 시간에 자주 킁킁대고 아토피가 심한 친구는 만졌을 때 피부가 까칠까칠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경기도가 이 공장에 대해 대기정밀조사를 진행한 결과 1급 발암물질인 벤조피렌 등이 검출됐다. 주변 지역보다 수십배가 많은 일산화탄소(210.3?)도 배출됐다. 이양의 어머니를 비롯한 학부모들은 모임을 만들어 마을 주민 1만 2000명에게 설문지를 돌렸다. 조사 결과 천식, 아토피 등 환경성 질환을 앓고 있다는 주민이 전체 응답자 618명 중 353명(67.1%)에 달했다. 암 진단을 받았다고 한 비율도 8.2%를 차지했다. 공장에서 50m 거리에 있었던 의왕경찰서에서도 2010년 이후 암 진단을 받고 사망한 경찰관이 3명 나왔다. 경찰서는 지난해 5월 이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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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현초 이희진(11)양이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장에서 손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연현초 이희진(11)양이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장에서 손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아스콘 공장 측이 “유해물질 방지 설비를 갖췄다”며 경기도에 재가동을 허가해 달라고 요청했고, 도는 재가동을 승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 소식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이양은 대통령에게 직접 편지를 쓰려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 급한 마음에 지난 14일 국회로 달려갔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의 도움으로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장에 선 이양은 미리 준비한 손편지를 또박또박 읽어 내려갔다. 이양은 “사람들이 우리 마을 환경의 심각성을 알아주고 주변 사람들이 좀더 깨끗한 환경에서 살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하지만 이양의 ‘목소리’는 널리 주목받지 못했다. 이양은 “발암물질 없는 학교에서 공부하고 싶다고 호소를 하는데도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아쉬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 말을 꼭 전해 달라고 했다. “국회의원, 시의원들이 관심을 갖도록 도와주세요. 저는 산도 있고, 천도 있고, 친구들도 많은 이 동네에서 계속 살고 싶어요. 공장만 빼면 다 좋아요”라고.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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