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에선 왜 ‘미투’ 응답 없나요

입력 : ㅣ 수정 : 2018-03-14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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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보다 위계 강해 피해 숨겨
신고해도 가해자 처벌 가벼워
세 명 중 한 명, 교단 바로 복귀
특별조사도 학교 원해야 나서


학교 내 성폭력과 성추행 등을 고발하는 페이스북 ‘스쿨미투’에는 최근 미션스쿨 교내 목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고1 여학생의 글이 올라왔다. 지난해 기독교 계열 여중을 졸업한 A양은 교내에 상주하던 K목사가 “오빠라고 불러 달라”고 하거나 “나중에 네 남편 될 사람이 부럽다”며 엉덩이를 쥐었다고 고백했다. A양은 K목사가 생활기록부에 부정적인 내용을 적겠다고 협박하며 다른 여학생들에게도 성추행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교육당국 관계자는 “사립학교 교목은 교원이 아니기 때문에 학교 이사회에서만 징계를 할 수 있다. 교육부나 해당 시·도교육청에서는 권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미투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교육계에서의 가해자 처벌이나 제도적 개선 문제 등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성추행 등 교육계 미투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재와 피해자 보호 제도 등 일반 사회보다 적극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13일 교육당국에 따르면 2016년 전국 학교폭력위원회(학폭위)에 접수된 성폭력 사건은 2387건이었지만 각 시·도교육청이 운영 중인 성폭력신고센터에 접수된 상담은 19건에 그쳤다.

권준수 서울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학교 내에서 사제지간은 일반 사회의 직장 상사와 부하 직원 관계보다 더 위계 서열이 강한 상하수직적 관계”라면서 “학생들은 잘못되면 학교에서 쫓겨난다는 불안감에 사건 당시 피해 사실을 고백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신고를 하더라도 교사 등 가해자가 제대로 징계를 받지 않거나 다시 교단에 돌아오는 등 제도적 한계도 학생 피해자의 신고를 단념하게 하는 요인이다. 현행 교육공무원법상 성범죄를 저지른 교원은 무조건 해임 혹은 파면이지만 2016~2017년 상반기 학생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교원 113명 중 13명은 견책과 감봉 등 경징계를 받았고, 16명은 정직 처분을 받는 등 세 명 중 한 명꼴로 교단에 곧바로 복귀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법안이 강화된 2015년 이전에 발생한 범죄이거나 교원 성폭력 범죄 징계시효인 5년이 넘어간 경우에는 파면이나 해임을 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이 2차 피해를 우려해 학교 졸업 뒤 신고를 하더라도 사건 발생 뒤 5년이 지났다면 가해 교원은 해임·파면을 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최근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교육분야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단’을 발족했지만 ‘사후약방문’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추진단은 이르면 다음주 여성단체 관계자나 변호사 등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자문단을 꾸려 첫 회의를 여는 것 외에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없다. 대책으로 발표한 교육 현장 성비위 특별조사 역시 학교 측 요청이 먼저 있어야 움직인다는 방침이다.

이현혜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는 “피해자 보호는 물론 가해자 처벌을 확실하게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면서 “영국의 경우 아동 성폭력 예방 교육 대상이 아동 중심이 아닌 어른들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우리나라도 대처 방안 중심이 아닌 사회 인식 개선에 초점을 맞춰 성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2018-03-1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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