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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중단·동결서 핵폐기까지…‘北비핵화 청사진’ 나올까

실험중단·동결서 핵폐기까지…‘北비핵화 청사진’ 나올까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3-09 16:54
업데이트 2018-03-09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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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동결·인도적 지원 묶은 ‘2·29 합의’ 수준서 출발 가능성

4월 말 남북정상회담과 5월 북미정상회담이 가시화한 가운데, 남북미 3각 정상외교의 최대 화두가 될 북핵 해결의 청사진이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단 핵문제와 관련, 대북특사단장이었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8일(현지시간) 백악관 발표로 확인된 것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는 점과, 그의 핵실험 및 미사일 시험발사 자제 약속 정도다.

이에 따라 북미 양측이 앞으로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원칙에 합의하더라도 이후 후속협상을 통해 핵물질 생산 프로그램의 가동중단(동결) 및 불능화를 거쳐 기존에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와 핵무기 원료(핵분열 물질)를 폐기하는 단계로 이어지는 세부 과정을 합의하고 이행하기까지에는 수많은 난관이 있을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9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제18기 해외지역회의’ 정책설명에서 “북핵은 긴 협상, 단계적 협상이 필요할 것이고 미북 입장차 등 감안할 때 일거에 풀리면 좋지만 긴 시간 동안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궁극적으로는 한반도 비핵화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고 보는 것이 현실적 전망”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우선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성의 있는 자세를 이어감으로써 북·미가 향후 당국간 대화에서 순조롭게 합의를 도출한다면 초기단계 비핵화 조치는 2012년의 이른바 2·29 합의를 참고할 수 있을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김계관 당시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글린 데이비스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 간의 베이징 협의를 거쳐 나온 2·29 합의는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실험 중단, 우라늄 농축을 포함한 영변 핵활동 유예 등을 북한이 하고, 미국은 24만t 규모의 대북 영양지원을 제공하는 내용이다. 여기에 더해 영변 우라늄 농축 활동 유예를 검증하고 모니터링하며, 영변 5MW 원자로 관련 시설의 불능화 조치를 확인하기 위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팀 복귀를 북한은 약속했다.

당시 합의는 불과 2개월도 지나지 않아 북한이 장거리 로켓 ‘은하 3호’를 발사하면서 ‘백지’가 됐지만, 북핵 6자회담에서 나온 9·19 공동성명(2005년)과 2·13합의(2007년)가 명시적으로 다루지 못했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까지 동결의 범위에 넣었다는 점에서 진전된 합의로 당시에 평가됐다.

북미 양측이 앞으로 초기 단계의 비핵화 조치에 합의한다면 그 다음 단계는 영변 원자로와 재처리시설, 우라늄농축시설 등 핵물질 생산시설의 폐기를 다뤄야 한다.

9·19공동성명의 1단계 이행 로드맵인 2007년 2·13합의는 핵시설 폐기까지 가기 전에 중간단계로 ‘불능화’, 즉 핵시설을 재가동하기 어렵게 만드는 과정을 상정하며 폐기 단계를 2단계로 나눠 진행했지만, 결국 합의가 파기되면서 불능화시켰다던 북한의 모든 핵시설은 원상복구된 전례가 있다.

이 단계에서 넘어야 할 중대 고비는 북한 모든 핵프로그램의 완전한 신고와 검증이다. 9·19공동성명에 입각한 6자회담 프로세스는 결국 검증 의정서 체결 고비를 넘지 못한 채 2008년 사실상 좌초했다.

마지막 단계는 이미 10∼20개 정도 만들어 놓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의 핵탄두와, 핵무기 원료인 핵분열 물질의 폐기다. 북한에 관한 한 미답의 영역이어서 어떤 방식으로 폐기할 것인지, 폐기의 주체는 누가 될 것이며 비용은 누가 댈 것인지 등 모든 것이 백지 상태다.

만약 협상이 성공한다면 이 같은 비핵화 로드맵은 북핵 6자회담 참가국인 한·미·중·러·일 등 5개국을 중심으로 관련국들이 제공할 상응조치와 ‘행동 대 행동’ 원칙 하에 패키지로 엮일 전망이다.

북한의 핵개발이 진척되고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올라섰다는 중대한 상황 변경이 있긴 하지만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관련국들의 상응조치를 망라하는 패키지 합의를 한다면 2005년 9·19공동성명이 큰 틀에서 참고가 될 전망이다.

9·19 공동성명은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계획을 포기할 것과, 조속한 시일 내에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조치에 복귀할 것을 공약했다’는 문안을 담고 있다. 그에 대한 상응조치로 한·미·중·일·러 등 나머지 5개국은 북미·북일 관계 정상화, 대북 에너지 지원, 별도 포럼에서의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 개시 등을 북한에 약속했다.

또 패키지 합의의 단계별 이행 로드맵의 경우 북한 핵동결 단계에서는 북미 상호 연락사무소 설치 및 북미수교 협상 개시,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위한 다자 협의 개시 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제재 완화의 범위를 놓고 북미 간에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보유 핵시설과 핵무기 폐기까지의 과정에서는 대북제재의 해제, 북미수교,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체결 등이 테이블 위에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 이 단계에서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의 중단과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최대한도의 대북 압박 작전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보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비핵화 과정을 잘게 썰어 합의했다가 북한이 챙길 것만 챙기고 중간에 합의를 파기함으로써 상황이 원점으로 돌아갔던 전례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는 의지가 강하다.

이 때문에 동결에서 보유 핵무기 폐기까지의 전 과정을 망라하는 포괄적 합의를 하고, 단계별 이행 시한은 최소화하는 한편 제재 해제와 경제적 지원은 가급적 비핵화 단계의 결정적인 후반부로 미루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에 맞서 북한은 자신들이 요구해온 ‘체제 안전 보장’이 선행되어야 비핵화를 하겠다는 입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돼 북미간에 상호 주고받을 조치의 선후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아울러 북핵 협상이 북미 양자대화로 시작하더라도 대규모 대북 경제지원이 결부되는 단계에는 비용을 부담할 국가들이 참여하는 다자 구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그 경우 10년 가까이 휴지기를 보내고 있는 6자회담이 부활할 것인지 북한과 미국에 한국, 중국이 가세한 4자회담 등 새로운 다자협상틀이 형성될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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