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북미정상회담 ‘대반전’에도 신중모드 유지…“유리 깨질라”

입력 : ㅣ 수정 : 2018-03-09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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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의 ‘열쇠’ 북미대화 성사…남북·북미 ‘두 바퀴’ 구동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왔지만, 청와대는 차분한 상태를 유지하며 ‘신중 모드’를 고수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제안한 만남 제의를 트럼프 대통령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시기까지 적시해 수용하면서 한반도 긴장 완화가 사실상 현실화하고 있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외교적 성과이지만 섣불리 들뜬 반응을 보이지는 않는 분위기다.


청와대는 9일 오전 9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의 백악관 발표를 생중계로 지켜봤지만 당장 논평을 내놓지 않고 오후에 발표하는 것으로 미뤘다. 정작 통일부가 오전 브리핑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고 한반도에 공고한 평화를 정착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밋빛 전망이 한반도를 뒤덮는 기류 속에서도 청와대가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것은 일련의 과정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만, 자칫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로 상황이 어그러질 가능성을 최대한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남북관계는 유리그릇 다루듯 해달라”는 문 대통령 발언을 소개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 5일 대북특사단을 만난 자리에서 자신을 ‘땅딸보’라고 칭하며 농담했다는 한 신문의 보도가 오보라고 확인하면서다.

이 관계자는 “남북관계는 상대가 있는 문제이고 북한은 자존심이 강한 나라다. 불면 날아갈까 쥐면 부서질까 하는 심정인데,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하면서 “어렵게 만들어진 한반도 긴장완화 분위기를 해치는 보도를 삼가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도 매일 같이 한반도 정세에 대한 메시지를 쏟아내며 현재 상황을 최대한 조심스레 다루려는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전날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에게 훈장을 주면서 남북정상회담 성사 과정을 떠올리며 “참으로 그 성과가 놀랍다”면서 “모처럼 마련된 기회를 잘 살릴 수 있도록 모든 나라가 성원해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8일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서는 “대북특사단이 평양을 다녀왔는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큰 발걸음이 됐다. 남북 간의 대화뿐 아니라 미국의 강력한 지원이 함께 만들어 낸 성과”라면서도 “이제 한고비를 넘었지만,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에 이르기까지 넘어야 할 고비들이 많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에 앞선 7일 여야 대표 초청 오찬에서도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에 있어 아주 중요한 고비를 맞이한 것 같다”며 “이제 시작이기 때문에 아직은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런 메시지는 남북관계 훈풍이 일단 북미대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기대감은 물론 만남의 본질인 북핵 문제를 해결해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겠다는 더욱 큰 그림을 문 대통령이 그리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청와대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토대로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열쇠’였던 북미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를 한껏 고조시키고 있는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그 한가운데에 중재 외교를 표방하며 ‘한반도호(號)’의 운전대를 다잡은 문재인 대통령이 있다. 북한의 집요한 도발 속에서도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최대의 압박이라는 공조와 함께 대화 촉구 메시지를 끊임없이 발신한 끝에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온전한 두 바퀴를 동시에 구동하는 성과물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현재까지의 기류로 볼 때 4∼5월 열릴 남북미가 얽힌 연쇄 정상회담은 획기적인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 관계 정상화를 향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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