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현실로 이끈 문 대통령…‘중재외교’ 빛났다

입력 : ㅣ 수정 : 2018-03-09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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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론’ 앞세워 북미 양측 상대로 대화 설득…“외교적 사변” 평가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정세의 일대 전환을 가져올 역사적인 북미 정상간 직접대화를 이끌어내는 데 마침내 성공했다.
문재인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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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

지난 2000년 10월 북한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워싱턴 방문과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을 계기로 성사 직전까지 갔던 북미 정상회담이 비로소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정상회담은 역사상 처음있는 일로, 한반도 최대 현안인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고 북미관계의 정상화를 모색하는데 있어 중대 모멘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구상에서 유일한 냉전의 외딴 섬으로 남아있는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기를 막고 평화체제를 조성해나가는 계기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적 사변(事變)”이라고 말이 나올 정도로 커다란 의미를 갖는 북미 정상회담을 현실화시킨 주역은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다.

군사적 긴장과 대결구도를 이어가며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던 북한과 미국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려고 노력해온 문 대통령의 ‘중재외교’가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직접 대화에 임하는 북한과 미국의 ‘속내’는 다르고 실제 정상회담이 성사될지는 미지수이지만,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모두 중재에 나선 문 대통령의 뜻과 노력을 존중하면서 대화의 장에 나오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북미 정상이 이처럼 극적인 외교 드라마를 쓸 수 있게 된 것은 한반도를 둘러싼 독특한 국제정치적 환경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 모두 집권 초반기에 해당하는 만큼 외교문제에 의욕이 강하고 합의의 ‘실효성’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임기초반에 외교문제에 있어 진전을 이뤄내야 실행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비교적 안정된 집권기반을 갖추고 있는 점도 한반도의 외교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유리한 요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다양한 형태의 양자와 다자 정상외교를 거치면서 북미대화를 성사시키기 위해 그야말로 ‘올인’해왔다. 북핵문제를 해결하려면 한국뿐만 아니라 ‘실질적 당사자’ 격인 북한과 미국이 직접 대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비핵화뿐만 아니라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충돌 위기를 미연에 방지하고 항구적 평화구조를 정착시켜나가는 데 있어서도 결정적 관건은 북미대화라는 게 문 대통령의 인식이었다고 할 수 있다.

거슬러보면 문 대통령의 중재외교는 지난해 6월30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서부터 시작됐다. 대북 강경론자인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대북제재와 압박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수단’이며, 북핵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는 외교적·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에도 거듭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강한 불쾌감을 표시하며 ‘최대한의 압박’ 기조를 유지해왔지만, 문 대통령은 외교적 설득을 멈추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11차례에 걸친 전화통화와 세 차례 정상회담을 이어가며 북미대화에 나설 것을 끊임없이 주문했다.

문 대통령의 중재 노력이 탄력을 받기 시작한 결정적 계기는 ‘평창 외교전’이었다. 국제 스포츠제전의 개막을 축하하러온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특사를 맞은 문 대통령은 양측 사이에서 대화를 하도록 유도했으나 막판에 불발됐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 표명을 전제조건으로 삼은 미국과 비핵화를 의제로 한 북미대화에 소극적이었던 북한의 입장차는 여전히 컸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집요하게 중재 노력을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평양방문 초청을 수락하면서 폐막식에 참석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을 통해 북한이 비핵화 대화에 나서달라는 뜻을 분명히 전했다. 이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수석으로 하는 대북특사단을 곧바로 평양에 보내 김 위원장에 직접 친서를 전달하고 비핵화에 나서달라고 설득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결국 한반도 비핵화가 선대(先代)의 유훈이고 “체제 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강조하면서 북미대화에 응하겠다는 뜻을 피력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친서’를 특사단에 전달했다.

문 대통령은 대북특사단을 곧바로 워싱턴으로 보내 직접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토록 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전향적 태도변화를 ‘최대한의 압박’ 기조를 이어온 트럼프 대통령의 ‘공’으로 돌리면서 북미대화에 응할 것을 설득했다. 대화의 가능성을 닫지 않고 있던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접하고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진정성있게’ 받아들이고 급기야 5월말 정상회담을 개최하자는 뜻을 밝혔다.

여기에는 전임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 정상과의 직접 대화를 통해 핵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북핵 문제를 해결해 외교적 유산으로 남겨보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주목할 대목은 문 대통령이 이번 중재외교를 ‘탑 다운’ 방식으로 추진한 대목이다. 외교부와 국무부라는 정통 채널을 거치지 않고 청와대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라는 최상위 채널을 이용한 것이다. 이는 번거로운 절차 없이 의사결정을 빨리 함으로써 일에 속도를 내려는 문 대통령 특유의 스타일이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미 정상이 직접 만나더라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문제를 당장 해결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직 장소는 미정이지만 정전협정 당사국에 해당하는 북한과 미국의 정상이 정전협정이 체결된 ‘판문점’에서 만나는 장면이 연출된다면 이는 ‘평화’의 메시지를 극대화하는 상징성을 띨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 대통령으로서는 4월 말로 예정된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5월 중으로 예상되는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정지’를 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으로부터 비핵화 의지를 끌어내고 이를 남북한 합의사항으로 공식화함으로써 북미 정상이 생산적 결과를 만들어내도록 여건을 조성해낼 것이라는 분석이다.

만일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치러진다면 추후 남북미 3자 정상이 회동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일정 시점에 가서는 오랜 기간 ‘동면’해온 북핵 6자회담도 재개 수순에 돌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이렇게 볼 때 문 대통령의 중재 외교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라고 볼 수 있지만, 한반도 문제를 우리가 주도적으로 풀어나간다는 ‘한반도 운전자론’이 크게 힘을 받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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