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홍 기자의 교육 생각] ‘미투’ 교육의 시작은 학교에서부터

입력 : ㅣ 수정 : 2018-03-0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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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이 사회현상으로 번져 가면서 초·중·고교에도 성폭력·성희롱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페이스북에 개설된 ‘스쿨 미투’에는 현재 나이가 50이 넘었다는 피해자가 40년 전 초등학생 시절 당한 피해 사실을 어제 있었던 일처럼 생생하게 고발했다.


현재 40세라고 자신을 소개한 또 다른 피해자는 초등학교 6학년 당시 담임선생님이 은밀하게 자신의 신체를 만졌던 사실을 고발했다. 30년, 40년이 지나 용기를 내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고백한 이들은 여전히 고민했다. ‘당시 내가 부모님께 이 사실을 말했다면 달라질 수 있었을까?’ ‘사실을 말했다가 오히려 더 어려운 상황을 겪게 되지는 않았을까?’ 하는 고민이었다. 스쿨 미투의 또 다른 피해 글에는 자신과 함께 피해를 당한 뒤 그 사실을 부모님과 학교에 알렸다가 학교를 떠나게 된 친구를 본 뒤 피해 사실을 더 숨기게 됐다는 사례도 있었다.

미투의 확산으로 인해 위계에 의한 성폭력과 성희롱에 대한 사회적 성찰이 이제 막 시작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피해자가 과거를 잊지 못해 힘들어하고, 그 잘못을 당시 거부의사를 표현하지 못한 자신에게 돌리며 자책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선생님으로부터, 또 부모님으로부터 말로 배우지 않아도 경험으로 체득한 불합리함을 스스로 받아들여야 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는 학교가 사회이고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의 전부나 마찬가지다. 그 사회가 자신의 피해를 받아 주지 않고 외면한다면 피해 사실을 감추고 살아가는 방법 외에 다른 방안을 찾을 수 있었을까?

초등학교 6년의 정규수업 6000여 시간 중 양성평등을 직접 배우는 시간은 4시간밖에 되지 않는다. 어린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성희롱적인 발언을 들었을 때, 자신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행위를 했을 때 이것이 잘못된 행동인지 아닌지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으려면 어떤 행동이 잘못된 행동인지 배움을 통해 학습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스쿨 미투에 올라온 글 대부분은 당시 선생님이 했던 행동이나 언행이 잘못인지 아닌지 모르고 뒤늦게 깨달았다는 글이 대부분이다.

또 다른 문제는 가해 당사자들이 여전히 교직을 떠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교직에서 성추문 문제를 일으킨 교원은 형사처벌을 받을 때까지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아 2차 피해를 유발한다. 폭력 문제와 달리 성추행이나 성폭력 문제는 당사자들이 아니면 특별히 인식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특히 위계 관계가 명확한 사제지간의 경우 피해를 입은 학생들은 학교 내 시선 등을 의식해 제대로 사실을 알리기 어렵다. 피해 학생들이 신원을, 비밀을 확실하게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학교폭력위원회처럼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학교성폭력위원회(가칭) 등이 필요하다. 또 가해 교사들 역시 다시는 교단에 발을 붙일 수 없도록 엄격한 규칙과 규칙 적용도 함께 있어야 할 것이다.

maeno@seoul.co.kr
2018-03-09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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