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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성추문 고은 시인 ‘흔적’ 모두 지운다

수원시, 성추문 고은 시인 ‘흔적’ 모두 지운다

김병철 기자
입력 2018-03-08 14:41
업데이트 2024-03-04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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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시가 후배 문인들을 성희롱·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는 고은 시인의 ‘흔적 지우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안성에 사는 고은 시인을 ‘삼고초려’ 끝에 수원 광교산 자락에 주택을 마련해 이주시키면서까지 극진한 대접을 해오다 최근 불거진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의 가해자로 고은 시인이 지목되자 그와 관련된 정책과 시설물을 없애고 나선 것이다.

8일 수원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7일 오전 지동 벽화골목 담벽에 고은 시인이 쓴 ’지동에 오면‘이라는 시(詩) 를 지웠다.

벽화골목은 2013년 10월 고은 시인을 포함해 수원에 거주하는 시인 임병호·김우영씨, 아동문학가 윤수천씨, 시조시인 유선·정수자씨 등 30여명이 모여 자작시를 직접 골목길 담벽에 쓰며 붙여진 이름이다.

많은 이유가 있었지만 지동이 아름답고 밝은 마을로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당시 고은 시인은 지동 제일교회 노을빛 전망대와 갤러리, 벽화골목을 둘러보고 현장에서 직접 창작한 시 ’지동에 오면‘을 골목길 벽면에 자필로 썼다.

시는 앞서 지난달 28일 권선구 권선동 올림픽공원 내 ‘평화의 소녀상’ 옆에 설치돼 있던 고은 시인의 추모 시비(가로 50㎝·세로 70㎝)를 철거했다.

이 추모 시비는 고은 시인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위해 쓴 시(‘꽃봉오리채’)를 새긴 것이다.

수원지역 시민·사회·종교단체로 구성된 건립추진위원회(현 수원평화나비)가 시민성금으로 소녀상을 만들어 2014년 5월 제막하기에 앞서 고은 시인에게 요청하자 고은 시인이 추모시를 써 헌납했다.

그러나 최근 고은 시인의 성추문이 불거지면서 수원지역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철거여론이 커졌고, 결국 수원평화나비가 성추행 논란에 선 시인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추모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며 수원시에 철거를 요청했다.

수원평화나비와 수원시는 시민 의견을 모아 고은 시인의 추모비 자리에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추모하기 위한 다른 시설물을 설치할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수원시는 고은 시인의 추모비를 철거하던 당일 팔달구 장안동 일대 시유지 6000㎡에 추진하던 ‘고은문학관’ 건립사업의 철회도 발표했다.또 올해 고은 시인 등단 60주년을 기념해 추진할 예정이었던 각종 문학행사도 모두 취소했다.

수원시는 앞선 지난달 18일 고은 시인이 5년 가까이 거주해온 수원시 장안구 상광교동 광교산 자락의 주거 및 창작공간(문화향수의 집)을 떠나 새로운 거처로 옮기겠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힌 바 있다.

고은 시인이 2013년 10월 수원 지동 벽화마을에 방문해 지동 주민에게 헌정하면서 친필로 벽화에 쓴 시(‘지동에 오면’)도 지워질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성추문 사태 이후 지동주민들이 고은 시인이 쓴 시를 벽화에서 지워달라는 요구해왔다”면서 “오늘 오후 수원지역 문학작가와 주민들이 벽화에 쓴 시를 지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원시 뿐 아니라 수원에 연고를 둔 프로야구구단 케이티 위즈도 고은 시인의 흔적을 지우기로 했다.

케이티 위즈는 고은 시인이 지난해 9월 27일 경기도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 시구자로 나서면서 헌정한 창작시로 만든 캐치프레이즈를 폐기했다.

‘허공이 소리친다 온몸으로 가자’라고 외치는 짧은 시다.

kt는 지난 1월 이 시를 2018시즌 캐치프레이즈로 선정했다고 발표했으나 고은 시인에 관한 미투 폭로가 나오자 이달 초 폐기를 결정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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