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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 첫주 대학가에 쏟아지는 ‘미투’…남성 피해자도 나와

개강 첫주 대학가에 쏟아지는 ‘미투’…남성 피해자도 나와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3-06 11:22
업데이트 2018-03-06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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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강사·교직원·전 남자친구에게 당한 피해사례 줄지어

“1년 반 전 남녀 둘씩 섞인 술자리가 끝나고 노래방을 갔는데 상대방이 저에게 막무가내로 키스를 퍼부었어요. 그때 기억이 너무 끔찍하고 소름 돋지만, 그 어디에서도 꺼낼 수 없었습니다. 저는 남자거든요.”

6일 개강 첫주를 맞은 대학가에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바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잇따른 제보처럼 뚜렷한 권력관계에 바탕을 둔 성범죄와 다른 형태의 피해사례도 속속 온라인 익명 게시판에 올라오고 있다.

한 남학생은 지난 5일 페이스북 페이지 ‘고려대 대나무숲’에 올린 글에서 술에 취한 채 함께 노래방에 갔던 여학생에게 성추행당한 사례를 공개하며 자신은 피해자일 기회조차 없었다고 털어놨다.

글쓴이는 “미투 운동은 분명히 우리 사회를 위해 너무나 긍정적이고 의미 있는 움직임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프레임은 분명히 사라져야 한다”며 “이면에 가시 박힌 채 서 있을 남성들에게도 충분한 지지와 연대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적었다.

‘성신여자대학교 대나무숲’에는 지난 2014년 학교 행정팀 조교로 근무했다는 한 졸업생이 다른 팀 소속 교직원에게 택시 안에서 수차례 성추행을 당했다는 폭로가 올라왔다.

이 졸업생은 “침묵은 가해자에게 범죄를 학습시킨다길래 글을 쓰게 됐다. 혹시 나의 4년간에 침묵이 다른 여자의 가슴에 멍이 되었을까 걱정된다”며 “이 글이 묻히더라도 적어도 당신 귀에는 들어가길 바란다”고 썼다.

이에 대해 성신여대 측은 “규정에 따라 조사위원회가 꾸려져 해당 교직원을 조사하고 있다”면서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규정에 따라 처분이 내려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중앙대 대나무숲’에는 최근 평생교육원 연기예술학과의 한 강사가 ‘연기자는 예뻐야 한다’는 등 여성의 외모를 평가하는 발언을 했다는 제보가 올라왔다가 제보자의 요청으로 바로 삭제되기도 했다.

중앙대 관계자는 “제보자가 글을 바로 지워 사실관계 확인은 어렵지만, 문제가 제기된 만큼 이번 학기에 해당 강사가 강의를 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교수-제자 사이에서 벌어진 대학 내 권력형 성범죄는 아니지만, 일상에서 남성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글도 대학가 익명 게시판에 잇따르고 있다.

‘동국대 대나무숲’에는 “전 남친이 폭력적이었고, 언제나 자기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했고, 성욕을 채우기 위해 매우 이기적이었다”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글이 올라왔다.

익명으로 피해담을 올리는 페이스북 ‘미투 대나무숲’에도 큰아버지에게 당한 성추행, 소개팅으로 처음 만난 남자에게 당한 성폭행, 대학 동아리를 이끄는 교수에게 당한 성희롱 등 피해자들의 가슴 아픈 고백들이 줄지어 올라왔다.

연극영상학과 남자 교수진이 장기간 상습적으로 여학생들을 추행했다는 폭로가 나온 명지전문대 내부에서는 2차 피해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명지전문대 연영과에 다닌다고 밝힌 한 학생은 페이스북 ‘명지전문대 대신전해드립니다’ 페이지에 글을 올려 “본관 1층에서 ‘연영과는 성추행과’라며 비웃는 남학생들을 봤다”며 “저희 과 동기들, 후배들을 무너뜨리지 말아달라. 우리는 가해자가 아니다. 피해자다”라는 글을 올렸다.

다른 학생은 “뉴스에서 ‘명지대 성추행학과’라는 식으로 기사제목이 뜨고, 학과생 전체가 성추행당한 것처럼 표현되고 있다”며 “모든 교수가 성추행한 것도 아닌데 표현도 그렇고 우리가 너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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