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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한미군사훈련·비핵화 논의 모두 ‘ok’

북한, 한미군사훈련·비핵화 논의 모두 ‘ok’

문경근 기자
문경근 기자
입력 2018-03-06 21:23
업데이트 2018-03-0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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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곧 ‘한미군사훈련 중단’과 ‘비핵화 논의는 없다’고 주장해 온 북한이 두 사안 모두를 ‘수용’한 것을 두고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대북제재로 다급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비핵화는 선대 유훈”이라는 표현 까지 직접 써가며 북미대화 의지를 밝힌 것은 현재의 북한 사정이 그만큼 급박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친서 전달
친서 전달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단 수석특사를 맡은 정의용(앞줄 왼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5일 평양 조선노동당 본관에서 김정은(오른쪽)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봉황 문양이 뚜렷한 문 대통령의 친서를 들고 있다. 왼쪽부터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정 실장, 김 위원장,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청와대 제공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6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대북 특사단에게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연기된 한미연합훈련과 관련해 ‘4월부터 예년수준으로 진행하는 것을 이해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고 “(김 위원장은) 한반도 정세가 안정기로 진입하면 한미연합훈련이 조절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미연합훈련 관련 우리 입장은 훈련 재연기나 중단은 힘들고, 명분도 없다는 것이었으나, 김 위원장은 이미 보고받고 우리 측 입장을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사단은 김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연합군사훈련 문제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이 문제가 제기될 경우 북측을 설득해야겠다고 준비했으나 그럴 필요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그간 한미연합훈련이 재개될 때 마다 강력 반발해 왔다. 매년 대규모의 연합군사훈련이 전개될 때 북한도 같은 규모의 군사훈련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한미의 군사훈련을 군사작전으로 보고 대응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기에 날로 국고가 말라가는 북한으로서는 연내 2~3회 진행되는 한미연합훈련 기간 동안 대규모 물자와 군인들이 동원되는 군사훈련이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런 현실적 문제도 ‘양보’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당장의 손해 보다 대북제재를 상쇄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하게 한미를 자극하지 말아야한다는 판단이 앞섰다는 분석이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소장은 “북한이 한미군사훈련 중단이란 ‘레파토리’를 속으로 삼킨 것은 북미대화를 위해서 한미를 자극하는 것이 불필요하다는 판단이 앞섰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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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특사로 북한을 방문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6일 오후 서울로 귀환한 뒤 청와대 춘추관에서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 특사로 북한을 방문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6일 오후 서울로 귀환한 뒤 청와대 춘추관에서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이 관계자는 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대북특사단을 만난 자리에서 북미대화에 적극적으로 임할 용의가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북미 대화의 의제로 비핵화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며 “특히 우리가 주목할 만한 것은 (김 위원장이) 비핵화 목표는 선대의 유훈이며, 선대의 유훈에 변함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 점”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과거 6자회담이 가동되던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북한은 선대의 권위를 절대시하면서 후대의 통치를 정당화하는 체제다. 비핵화가 ‘유훈’임을 강조함으로써 자신들이 비핵화에 진정성을 갖고 있음을 강변했다. 김정일은 2009년 원자바오 당시 중국 총리와 면담한 자리에서도 “조선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면서 “조선(북한)이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목표는 변함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의 6차 핵실험까지 이어진 핵 능력 고도화로 이 표현은 사실상 신뢰를 상실했다. 더욱이 김정은이 2016년 5월 7차 노동당 대회에서 ‘세계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는 완전히 폐기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그렇지만 이번에 ‘한반도 비핵화’라는 ‘선대의 유훈’을 곱씹으며 북미대화 의지를 피력한 것은 비핵화를 대화 주제로 내세우지 않는 한 미국과의 대화 분위기를 만들수 없다는 절박함이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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