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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조 3교대·탄력근로제…‘주 52시간 황금률’ 찾아라

5조 3교대·탄력근로제…‘주 52시간 황금률’ 찾아라

유영규 기자
유영규 기자
입력 2018-02-28 22:08
업데이트 2018-03-02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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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시간 묘책 찾는 기업들

업종·회사 규모따라 깊은 한숨
중견기업, 인원 등 뒷감당 부담
건설·빙과업계 계절 변수 많아
금융권은 ‘특례업종‘ 제외 실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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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저녁이 있는 삶’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 광화문 인근의 한 회사 사무실에서 직원이 늦은 시간까지 남아 야근을 하고 있다.  서울신문 DB
법정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저녁이 있는 삶’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 광화문 인근의 한 회사 사무실에서 직원이 늦은 시간까지 남아 야근을 하고 있다.
서울신문 DB
‘직원 근무시간의 황금률을 찾아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지난 27일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안’을 통과시킨 이후 각 기업 인사와 노무팀에 내려진 특명이다. 직원들의 평균 근무시간을 최대한 줄여 위법 가능성을 원천봉쇄하면서도 생산성은 높이고, 인건비 부담은 최대한 줄이는 ‘삼차함수’를 찾으라는 게 회사가 낸 숙제다. 회사마다 태스크포스(TF) 등 전담조직을 만들고 있지만 여기저기서 답을 찾기가 어렵다는 아우성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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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고민의 무게는 기업의 업종과 회사 규모에 따라 확연히 갈린다. 정유, 화학, 철강, 시멘트 등 장치산업계 중에서도 이른바 대기업은 “큰 문제는 없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같은 업종에서도 중견기업들은 한숨 소리가 깊다. 장치산업의 특성상 365일 24시간 내내 공장을 돌려야 하는 상황이 많은데 무리하게 근로시간을 줄이거나 인원을 고용하면 뒷감당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멘트업계 한 관계자는 “여유 인원을 두고 ‘4조 3교대’를 유지하는 대기업 등은 주당 52시간 이하 근무가 가능하겠지만 중견기업은 기준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외국계 회사 등을 중심으로 ‘5조 3교대’ 도입이라는 새로운 실험도 고려 중이다. 실제 외국계 기업 A사의 경우 현행 ‘4조 3교대’에서 ‘5조 3교대’로의 전환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위법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다. 5조 3교대는 노동자들이 하루씩 오전, 오후, 야간을 차례로 근무한 뒤 이틀을 쉬는 형태다. 북유럽 등에선 일반적인 근무 형태지만 우리나라에선 경찰 중에서도 일부 직군 등에서만 해당 근무체계를 도입하는 중이다.

5조 3교대를 도입하면 근무시간은 확실히 줄지만 반드시 추가 고용이 뒤따라야 한다. 화학회사 한 임원은 “5조 3교대 같은 제도를 도입하려면 느는 휴식 시간과 추가 인력 만큼 월급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하는데 동의해 줄 노조가 얼마나 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역시 시름이 깊다. 계절 변수가 워낙 많은 건설 현장에서는 탄력적인 근로시간을 적용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현장 특성상 여름철 낮시간이 길 때는 근로시간이 길 수밖에 없지만 반대로 겨울철에는 8시간을 겨우 채우기도 바쁘다”면서 “근로시간은 현장 중심으로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건설현장조차 무조건 주당 근로시간을 지키라고 주장하는 건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예를 들어 레미콘 차량이 콘크리트를 부어 놓고 간 상황에서 하루 근로시간이 끝났다고 근로자들이 삽을 놓으면 콘크리트는 굳어버리고 만다. 결국 콘크리트 타설공의 경우 초과 근무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비슷한 목소리는 성수기에 집중적으로 생산이 이뤄지는 빙과업계에서도 나온다. 아이스크림 등 빙과류를 생산하는 한 제과업체 관계자는 “현재 생산직군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 중”이면서 “추가 생산 인원을 뽑거나 근무 교대 조를 현행 3교대에서 더 다양하게 편성 운영하는 방법, 출퇴근 시간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방법 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런 배경에서 재계는 ‘평균 주 52시간’ 적용 기간을 현행 3개월 평균에서 1년 평균으로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어 주 평균 52시간을 맞추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확대하

자는 것이다. 또 다른 제과업계 관계자는 “성수기와 비성수기가 뚜렷한 제조업의 경우 분기별 혹은 월별 총 근로시간의 상한선을 두는 식으로 탄력 운영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세부적인 지침을 마련해 주면 좋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야근이 잦은 정보기술(IT)과 게임업계도 부산하다. 게임업체인 넥슨은 조직장 재량으로 탄력 근무시간제를 일부 도입했다. 오전 8~10시 사이 출근해 규정 시간 근무 후 오후 5~7시 사이 퇴근하는 식이다. 엔씨소프트 역시 탄력근로시간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2016년 직원의 돌연사로 문제가 됐던 넷마블은 야근, 주말 근무를 없애고 퇴근 후 메신저 업무지시도 금지했다.

넥슨 관계자는 “출시에 임박해 연일 야근을 해야 하는 부작용은 사라지겠지만 창의성이 중시되는 게임 업계의 특수한 분위기는 어느 정도 이해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홈쇼핑업계도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근무시간이 유동적인 방송직이 많아서다. 한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방송기술 등 일부 직군은 8시간씩 4일 일하고 이틀 쉬는 방식으로 교대 근무를 해 오고 있지만 휴가자, 휴직자가 발생하면 일시적으로 근무시간이 초과되는 일이 발생한”면서 “추가 고용 혹은 교대 근무 체계 조정 등 여러 가지 방안을 두고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은 일단 ‘주 52시간 이하 근로’가 보편화돼 있어 문제가 없다는 분위기다. 다만 금융업이 ‘특례업종’에서 제외된 것에 대해선 아쉽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또 업무량이 몰리는 점포 또는 야근이나 주말 출근이 잦은 여신 담당자, IT 부서 등 현실적으로 초과근무가 불가피한 경우도 많다는 점에서 향후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2018-03-0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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