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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꿈틀대는 ‘북핵 대화’, 원칙과 자세 가다듬어야

[사설] 꿈틀대는 ‘북핵 대화’, 원칙과 자세 가다듬어야

입력 2018-02-26 22:48
업데이트 2018-02-26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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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후 비밀대화로 북핵 풀 수 없어… 先비핵화 원칙 흔들리지 말아야

‘평창 이후’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제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일행을 1시간 남짓 접견한 데 이어 어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 서훈 국정원장 등 대북라인 핵심인사들이 줄줄이 김영철 일행의 숙소인 워커힐호텔로 달려가 장시간 이들과 남북 관계 전반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이 그제 평창 회동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하며 북·미 대화 필요성을 강조했고 이에 김영철도 북·미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고 청와대가 밝힌 만큼 일단 북핵과 남북 관계, 북·미 대화의 삼각함수를 풀기 위한 실질적 해법 모색이 시작된 것으로 봐도 무방할 듯하다. 더욱이 미 백악관도 어제 ‘비핵화를 위한 대화’라는 전제 아래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만큼 조만간 양측이 서로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한 ‘탐색 대화’에 나설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고 할 것이다.

평창동계올림픽 이후의 한반도 안보 상황을 놓고 적지 않은 우려가 제기돼 온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 북한이 서로 대화의 필요성에 뜻을 같이한 점은 그 자체로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천안함 폭침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김영철에게 우리 대북안보정책의 책임자들이 우르르 몰려가 북핵 논의 진전에 따른 남북 협력 구상 등을 소상하게 논의한 것이 온당한지는 의문이 남는다. 정부는 어제 릴레이 회담을 통해 ‘선(先) 동결, 후(後) 폐기’로 이어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2단계 북핵 해법을 설명하고, 북핵 논의 진전에 상응한 남북 협력 구상과 대북 제재 완화를 위해 북이 취할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려되는 것은 이 과정에서 북에 우리의 ‘패’를 다 꺼내 보여준 것은 아닌지 하는 점이다. 이는 자칫 대북 제재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북으로 하여금 우리 구상을 역으로 활용할 빌미를 제공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미국과의 공조에 균열을 불러올 수도 있는 일이다.

 김영철 방문에 야권은 가두시위를 벌이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럴수록 보다 투명하고 원칙 있는 정부의 자세가 요구된다. 국정원장의 비밀방북설과 김여정 방남 1월 합의설 등 남북 간 물밑 접촉을 둘러싼 갖가지 소문과 의혹이 진작부터 제기돼 왔으나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자세는 온당치도, 유용하지도 않다.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막후 대화는 어디까지나 회담 성사를 위한 차원의 접촉에 그쳐야 하며, 이 경계를 넘어 공식회담은 허울로 두고 실질 논의는 막후 대화를 통해 전개한다면 이는 자칫 과거와 같은 대북 퍼주기 논란 속에 남남 갈등과 남북 관계 왜곡, 대북정책의 동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음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남북 관계 개선이 북핵 폐기를 전제로 한다는 기본원칙도 이 시점에 다시 한번 분명히 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는 김영철과의 논의 내용을 한점 빠짐없이 소상하게 국민에게 공개해야 할 것이다.
2018-02-2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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