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길섶에서] 인상(人相)/임창용 논설위원

[길섶에서] 인상(人相)/임창용 논설위원

임창용 기자
임창용 기자
입력 2018-02-26 22:48
업데이트 2018-02-26 22:52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엊그제 지하철 역사에서의 일이다. 20대 중반의 낯선 여성이 환하게 웃으며 길을 막는다. “인상이 참 좋으세요.” 이달 들어 벌써 세 번째다. “아, 지금 바빠서요”라며 도망치듯 걸음을 재촉하자 따라붙으면서 잠깐만 시간을 내달란다. 겨우 여성을 따돌렸지만 마음은 개운치 않다. ‘왜 나만 자주 표적이 되는 거지? 내가 그렇게 어수룩해 보이나? 다음부턴 더 단호하게 대해야지’라는 생각이 이어진다.

1980년대 후반 대학 졸업 후 한동안 길거리 검문의 단골 표적이 됐었다. 시국사건이 많던 시절이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검문에 걸려 신분증을 꺼내야 했다. 취업한 지 꽤 되었는데도 그랬다. 한번은 경찰에게 물었다. “내가 그렇게 골수 운동권 학생처럼 보여요?” 20대 초반의 전경은 의외의 답변을 했다. “아니요, 왠지 검문에 잘 응해 주실 것 같아서요”라며 죄송하다고 했다.

결국 타고난 인상 때문에 길거리에서 단골 표적이 되었다는 얘기다. 순순히 신분증을 보여 주고, 포교 여성을 잘 따라갈 것 같은 인상. 스스론 제법 야무지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그들의 판단이 옳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sdragon@seoul.co.kr
2018-02-27 31면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