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일곱 번째 작별 인사/김연아

입력 : ㅣ 수정 : 2018-02-24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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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작별 인사/김연아

스피릿이 간다, 화성의 혼이 되어
망가진 바퀴를 끌고
외로운 문장처럼 기우뚱거리며
분화구 가장자리를 따라간 흔적


너의 행성은 아직도
불 같은 땅과 어두운 바람을 섞고 있니?
하늘이 젖을 물리듯 여기는 봄눈이 내렸어
네가 빛을 향해 전지판을 펼쳤을 때
이곳의 모니터엔 너의 지평선이 나타났어


그곳은 답답하고 광활하고, 안이 없고 밖이 없지
내 종족의 언어로 만들어진 순례자
너는 쉬이 늙어가고 눈도 나빠졌지
더 이상 종료 명령을 내릴 수도 없는데
네 눈은 지구의 밤으로 슬프게 열려 있다


지금은 너의 탯줄을 매달 시간
별빛이 너를 들어 올리는 시간
삼목 향기 가득한 언덕에서
지평선을 향한 너를 큰 소리로 부르고 싶어
나는 너를 나라고 불러본다


죽은 혼과 춤을 추는 부토 댄서처럼
내 몸에 너를 느끼며
하늘을 향해 손가락을 들어 올릴 거야
자기가 아니라 다른 것을 가리키기 위해
거기 서 있는 이정표처럼


누군가 죽고 49일이 지났다. ‘일곱 번째 작별인사’를 한다. ‘사십구재’는 7일마다 일곱 차례 재를 지낸다고 해서 ‘칠칠재’라고도 한다. 사자의 명복을 비는 의식이다. “지금은 너의 탯줄을 매달 시간/별빛이 너를 들어 올리는 시간”. 네 눈은 지구의 밤을 향해 슬프게 열려 있는데, 오늘은 봄눈이 내렸다. 죽은 너를 향한 그리움에 “삼목 향기 가득한 언덕에서” 지평선 너머로 사라진 너의 혼을 부른다. 불러도 대답 없는 너를 애타게 소리쳐 부른다. 불러도 대답 없는 죽은 자를 부른다는 점에서 김소월의 ‘초혼’을 새로운 화법으로 쓴 시로 읽히는 바가 있다.

장석주 시인
2018-02-2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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