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ce는 으라이쓰’·‘learn은 을러언’…조선시대 영어 발음은

입력 : ㅣ 수정 : 2018-02-15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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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영어교재 아학편’ 출간
조선 시대 우리 선조들은 어떻게 영어를 공부했을까.

19세기초 조선 근해에는 이양선(외국 선박)들이 출몰했지만, 조선에는 이양선의 서양인들과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사람들이 없었다.


조선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영어교육을 시작한 것은 고종 때였다. 국립교육기관인 육영공원을 설립해 관리들이나 양반자제들을 선발해 영어교육을 한 것. 미국에서 파견된 원어민 교사도 이때 처음 고용됐다.

이후 일반 백성들에게까지 영어교육이 확대되면서 조선에는 영어공부 열풍이 불게 된다.

1908년 나온 ‘아학편’(兒學編) 역시 이 시기 영어교육 열풍을 타고 나온 영어교재 중 하나다. ‘아학편’은 원래 다산 정약용이 강진 유배 생활 동안 쓴 아동용 한자학습서다. 한자 2천자를 수록한 아학편을 바탕으로 지석영이 당시 중국어와 영어, 일어 등에 능통했던 전용규에게 주석을 붙이게 해 펴냈다.

출판사 베리북이 펴낸 ‘조선시대 영어교재 아학편’은 지석영과 전용규가 편찬한 아학편을 영어교재의 측면에서 바라본 책이다.

한자 하나하나에 그에 상응하는 영어 단어와 우리말 발음을 붙인 책은 특히 영어를 될 수 있는 한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하려 애쓴 점이 눈에 띈다.

예를 들어 ‘F’는 ‘에프’가 아닌 ‘에ㅍ후’로, ‘V’는 ‘브이’ 대신 ‘ㅇ뷔’로 표기된다.

임금 군(君)에 대응하는 영단어 ‘ruler’는 ‘으룰러’, ‘rice’는 ‘으라이쓰’로 표기된다. 혀를 말아야 하는 영어의 ‘아르’(R) 발음을 ‘으ㄹ’로 표기한 것이다. ‘love’는 ‘을너ㅇ브’로, ‘learn’은 ‘을러언’이다. ‘F’와 P‘ 발음도 명확히 구분한다. 손가락 ’지‘(指)를 가리키는 ’finger‘는 ’ㅇ?거‘다.

한 때 화제가 됐던 ’귤‘(橘)의 발음은 ’오란쥐‘로 표기됐다.

작게 표기한 한글 발음은 ’해당 음가를 있는 듯 없는 듯 소리를 내라‘는 주석도 달려 있다.

책은 당시 출간됐던 그대로 본문을 싣고 번역과 해설을 추가해 이해를 돕는다.

지석영은 서문에서 “돌아보면 지금 해문(海門)이 크게 열려 서구(西歐)와 아세아(亞細亞)가 교역(交易)하여 우리의 적고 비루함으로 저들의 우수하고 뛰어난 점을 취하여 열강(列强)과 겨누려면 어학(語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76쪽. 1만2천800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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