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동양+서양+클래식+현대+춤…‘대박 한마음’

동양+서양+클래식+현대+춤…‘대박 한마음’

신융아 기자
신융아 기자
입력 2018-01-31 22:46
업데이트 2018-02-01 00:36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성황리 끝난 서울 ‘평창음악제’

명창 안숙선이 판소리로 불러낸 흥부 내외가 ‘스르렁 스르렁’ 톱질을 시작한다. 정명화의 첼로가 넓은 음역을 오가며 박을 타고, 김태형의 피아노 위로 제비가 ‘스타카토’를 뛰며 날아다닌다. 고수 조용수의 소리북이 긴장감을 더한다. 마침내 흥부의 박에서 금은보화가 쏟아지고, 안숙선이 “여기 오신 여러분들 좋은 일 많이 생기시고 평창올림픽 대박 나소~” 라고 마지막 소절을 부르자 10여 분간 참았던 박수와 환호가 객석에서 터져 나왔다.
이미지 확대
지난 3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개막한 ‘2018 평창겨울음악제’는 국악과 서양음악, 춤이 어우러진 다채로운 무대를 펼쳤다. 명창 안숙선, 첼리스트 정명화, 고수 조용수, 피아니스트 김태형이 협연한 ‘평창 흥보가’가 초연됐다. 평창겨울음악제 제공
지난 3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개막한 ‘2018 평창겨울음악제’는 국악과 서양음악, 춤이 어우러진 다채로운 무대를 펼쳤다. 명창 안숙선, 첼리스트 정명화, 고수 조용수, 피아니스트 김태형이 협연한 ‘평창 흥보가’가 초연됐다.
평창겨울음악제 제공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기념해 열린 ‘평창겨울음악제’가 지난 3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성공적으로 막을 올렸다. ‘실내악과 춤’을 테마로 한 장장 3시간(쉬는 시간 포함)의 공연은 2400석 규모의 콘서트홀을 꽉 채운 관객들을 붙들어 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평창올림픽 개최를 위해 2016년 시작한 평창겨울음악제는 그동안 야심 차게 준비한 작품들을 꾹꾹 눌러담은 듯 볼거리가 넘쳤다.
이미지 확대
지난 3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개막한 ‘2018 평창겨울음악제’는 국악과 서양음악, 춤이 어우러진 다채로운 무대를 펼쳤다. 발레리나 김유미가 창작하고 직접 선보인 ‘아이리스’가 초연됐다. 평창겨울음악제 제공
지난 3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개막한 ‘2018 평창겨울음악제’는 국악과 서양음악, 춤이 어우러진 다채로운 무대를 펼쳤다. 발레리나 김유미가 창작하고 직접 선보인 ‘아이리스’가 초연됐다.
평창겨울음악제 제공
‘평창 흥보가’를 비롯해 발레리나 김유미가 안무를 짜고 직접 선보인 ‘아이리스’와 ‘쉴 사이 없는 사랑’, 비올리스트이자 배음 성악가인 가레스 루브의 ‘우분투-자유를 향한 기나긴 걸음’ 등이 이번 무대에서 첫선을 보였다. 작곡가 임준희가 판소리 ‘흥부가’에서 흥부가 박을 타는 대목을 중심으로 판소리와 첼로, 피아노, 소리북 편성으로 재구성한 ‘평창 흥보가’는 동서양의 악기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면서 현대음악의 난해함을 상쇄시켰고, 휘모리와 굿거리, 자진모리 등 국악 장단의 변주는 꽤 흥겨웠다.

하이든의 ‘피아노 삼중주 F장조’와 함께 선보인 김유미와 브랜든 힐튼의 무용 ‘아이리스’, 마스네의 ‘타이스 명상곡’을 배경으로 춘 ‘쉴 사이 없는 사랑’, 그리고 라벨의 볼레로 ‘춤곡’에 맞춘 스페인 출신 무용수 벨렌 카바네스의 우아한 몸짓과 캐스터네츠 장단은 실내악의 시각적 단조로움을 줄이는 동시에 예술적 즐거움을 배가시켰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비올리스트 가레스 루브가 자신의 목소리 울림을 활용하면서 연주한 ‘우분투’는 매우 실험적이면서 독특했다. 루브는 1분 넘게 자신의 목소리 울림(배음)으로만 무대를 꽉 채운 후 그 위에 비올라 연주를 실었다. 우분투는 아프리카 말로 우주를 연결해주는 결속에 대한 믿음을 뜻한다. 첼리스트 고봉인과 한국계 네덜란드 하피스트 라비니아 마이어가 연주한 윤이상의 ‘첼로와 하프를 위한 이중주’ 역시 놓치기 아까운 공연이었다. 가장 작고 미세한 소리까지 핀셋으로 잡아내는 듯한 섬세한 연주가 끝나자 객석은 ‘브라보’로 화답했다.

관객들은 오후 11시가 훌쩍 넘도록 대부분 자리를 끝까지 지켰다. 류태형 클래식음악 평론가는 “미켈란젤로 콰르텟을 비롯해 수준 높은 공연으로 꽉 찬 무대였다. 특히 클라라 주미 강(바이올린)과 김태형(피아노)의 연주도 눈에 띄게 좋았다”면서 “굳이 아쉬운 점을 찾자면 3시간 넘게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 한 점”이라고 평했다.

평창겨울음악제는 2일 강원 강릉아트센터에서 같은 레퍼토리로 한 차례 더 공연되며, 16일까지 8차례에 걸쳐 실내악, 춤, 성악, 합창, 오페라 등을 망라한 갈라 공연을 선보인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2018-02-01 24면

많이 본 뉴스

  • 4.10 총선
저출생 왜 점점 심해질까?
저출생 문제가 시간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습니다. ‘인구 소멸’이라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저출생이 심화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녀 양육 경제적 부담과 지원 부족
취업·고용 불안정 등 소득 불안
집값 등 과도한 주거 비용
출산·육아 등 여성의 경력단절
기타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