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니엘에게는 ‘노안’과 ‘안경’이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데뷔 초부터 성숙한 외모로 주목받았던 그는, 얼굴보다 마음이 성숙했다. 늘 대본에는 (뿔테안경)이라는 지문이 따라붙지만, 실물을 보면 안경을 쓰지 않아도 잘 생겼다.
대체복무를 마치고 첫 복귀작인 KBS2TV 드라마 ‘저글러스’를 성공적으로 마친 최다니엘을 눈이 펑펑 내린 30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어제 무려 12시간을 잤다”는 최다니엘은 생생한 컨디션을 자랑하며 유쾌하게 인터뷰에 임했다.

최다니엘은 3년 만의 복귀작에 대한 부담감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그는 “눈에 띌 때가 있으면 안 보일 때도 있고, 다른 사람이 돋보일 때도 있는 거다. ‘내가 꼭 빛을 봐야 돼’ 이런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부담도 없었다”며 “내게 주어진 일을 잘 하면서 지내다 보면 운이 좋아서 잘 될 수도 있는 거고 안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연기생활을 길게 보고 있기 때문에 당장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이 없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또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열심히 할 뿐이다. 제가 연기를 기똥차게 하는 것도 아니고 유니크 한 게 있다고도 생각 안 한다. 그래도 저를 찾아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감사하다. 운이 많이 따라준 것 같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저글러스’ 남치원 상무 역을 맡아 비서 백진희와의 달달한 커플 연기를 선보인 최다니엘은 “캐릭터 정립이 잘 안 된 상태에서 첫 촬영에 들어갔다. 그래서 긴장도 많이 하고 어려웠는데 다른 배우들과 호흡하면서 밸런스를 맞췄다. 제가 뭘 많이 하려기보다는 캐릭터 사이에서 중심을 잡고 있으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군대 가기 전에는 ‘내 것만 잘하면 돼’라는 시야를 가지고 있었다면 지금은 전체적인 밸런스를 보고 적재적소에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됐다”면서 “전에는 현장 가면 형, 누나들이 많았는데 이번엔 강혜정 누나 빼고 다 동생들이었다. 현장에서 책임감이 생겼다. 제 연기보다는 동생들 긴장 풀어주고 챙겨주는데 신경쓰다보니 제 것을 놓칠 때도 있었다”며 웃었다.


공백의 시간만큼 더 성숙해진 최다니엘은 ‘성공’과 ‘결혼’에 있어서도 한뼘 더 자란 시각을 내비쳤다.

그는 배우로서 ‘정상’이라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어느 고지에 올라가서 뭘 차지하겠다, 이런 생각은 없다. ‘시급이 만오천원이다’라고 하면 ‘얼마나 빡셀까. 별거 다 시키나 보다’ 그런 생각부터 든다. 얻는 게 있으면 분명히 잃는 게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지려는 욕심보다는 제 삶을 영위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많이 가지고 싶어하거나 내 그릇보다 과분한 걸 욕심내다보면 삶이 피곤해지는 것 같다. 욕심을 부리면 일상생활이 다 스트레스가 된다”고 자신의 철학을 밝혔다.

최다니엘은 입대 전 인터뷰에서는 “결혼을 빨리 하고 싶다”고 했지만 지금은 “생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셔서 아버지와 형, 그렇게 남자 셋이서 살았다. 가정에 대한 갈망이 있어서 이십대 초반에는 결혼이 무작정 빨리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을 시작한 이후 생각이 바뀌었다. “이 직업이라는 게 주위 사람에게 헌신을 강요하게 되더라. 시간도 불규칙하고 마음대로 밖에 나갈 수도 없다”면서 “결혼을 할 수 있을까. 가정에 충실히 잘 할 수 있을까. 지금은 이런 생각이 든다. 결혼을 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가족을 힘들게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 자신감이 없어진다”고 털어놨다.

그는 과거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호흡을 맞춘 신세경을 언급하자 틈틈이 SBS 수목드라마 ‘흑기사’를 봤다면서 “신세경과 작품 하는 중간 응원을 주고받는 사이는 아니지만, 늘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래원의 연기에 감탄했다면서 “로코의 제왕 같다. 오글거릴수 있는 대사들을 아무렇지 않게 소화하더라. 남자가 봐도 심쿵했다“고 존경심을 표했다.

차기작에 대해서는 “딱히 ‘캐릭터 변신을 해야지’ 이런 건 없다. 그때 그때 끌리는 작품을 선택한다”면서 “스펙터클한 사건이 있지 않아도 그냥 평범한 일상을 보여주는 그런 작품을 한 번 해보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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